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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조금이라도 불안하고 힘들면 알아야 할 '이것'

조회수 2020. 12. 25. 1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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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정신의학 교수가 불안을 대하는 방법

불안은 막연함을 먹고 자란다

귀신, 높은 곳, 호랑이, 바늘 같은 것들에 공포를 느낀다고 하잖아요. 이런 것들은 실체나 대상이 있어요. 그런데 불안하다고 할 때는 명확한 실체가 없습니다. 


"뭐가 그렇게 불안하세요?" 라고 물어보면 나오는 답변이 문제 인식의 실마리가 될 수 있죠. "저, 잘은 모르겠는데 요즘 남편의 벌이가 시원찮아요" 이러면 이 분이 경제적으로 힘든 점이 있는 것 같다고 확인하는 정도로 시작하죠.


대부분은 자기가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이런 대화를 계기로 불안의 대상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 순간 막연했던 불안은 공포로 구체화되죠.


이 경우에는 공포가 불안보다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내담자가 자기 부정적인 감정의 실체를 깨닫게 되고 그 자체로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위안도 느끼게 되거든요.

불안에 대처하는 3단계

첫 번째는 자기가 받는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어떤내용인지(contents), 또 그 강도(severity)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거예요. 내가 1억 원의 빚을 졌어요. 이 경우에 불안의 내용은 돈이고, 그 강도는 1억 원이라고 할 수 있죠.

두 번째그걸 감당하는 나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는 거죠. 내가 한 달에 100만원 정도는 갚을 수 있다, 그러면 약 10년이면 갚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죠.

세 번째는 내가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거죠. 가령 한 달에 100만원씩 무조건 내려면 나한테 3천만원 정도의 자본은 있어야 하는데, 이 자본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은행 대출을 받을지, 부업을 해서 돈을 모을지 같은 가능성들을 정리하는 거죠.

이런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불안은 막연함 속에서 고민을 먹고 계속 자라나요. 막연하게 어디서 1억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로또가 당첨되거나, 아니면 갑자기 기적같이 빚이 변제되거나 같은 희망을 꿈꾸면서 계속 불안해하는 거죠. 숨도 잘 안 쉬어질 정도로 괴로워지기도 하구요.

스트레스는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항상성(stability)은 좋은 말 같지만, 항상 좋은 건 아니예요. 계속 항상성을 유지하면 어떤 변화도 없이 돌처럼 똑같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거예요. 때로는 이 항상성이 깨져야 발전과 성장이 있는 거죠. 그러니까 스트레스에도 양면성이 있는 거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안이 생기고, 기분이 가라앉고, 체온이 올라가고 심장박동이 올라가죠. 이건 일종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증거로 볼 수 있어요. 변화 자체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어요. 어떤 쪽으로 변화를 끌고 갈 지는 내가 관점을 정할 수 있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스트레스를 안 받는 방법은 죽는 것밖에 없어요. 죽으면 불안도 안 느끼고, 아무 변화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살려고 하지 죽으려고 노력하지는 않잖아요. 스트레스가 있으면 거기에 맞서 싸우는 것은 인간 본성입니다.

그런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스트레스가 와야 뭐라도 해볼 수 있는데, 훨씬 큰 수준의 스트레스가 오면 사람은 좌절하게 되죠. 그럴 때는 그 스트레스를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작게 분해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1억 빚도 10만원부터 갚아나가는 것처럼 말이죠.

근육도 10kg를 들다 보면 20kg를 들 수 있고, 30kg, 40kg로 늘려나갈 수 있는 것처럼, 스트레스 대응력도 점점 향상돼요. 오랜 시간 동안 단련이 되면 예전에는 손도 못 댈 것 같은 크기의 스트레스도 나의 성장을 위한 자극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거죠. '고생은 젊어서 사서도 한다'는 말은 이런 시각에서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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