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

최소 2년 이상 살아야 할 집인데, 집을 보는 시간은 일주일도 안 돼요. 부동산 사장님이 보여주신 집이 내가 아는 모든 집이 되고, 그중에 최선인 집을 선택하게 됩니다. 

살아봐야 아는 지식도 있지만, 10분만 봐도 집에 대해 알 수 있는 지식도 있습니다. 평일 저녁부터 늦은 밤, 주말 종일 낮시간에 집을 보는 시간 동안 이 집에서 아침 저녁으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다른 계절은 어떤 모습일지 유추해보아야 하겠죠.

구옥빌라는 기본적으로 단열이 잘 안됩니다. 우풍이 들어올 수도 있죠. 그런데 정말 문제는 창문이 잘 안 닫히는 집이 있습니다. 창틀(레일)부분이 구겨져있거나 휘어져있으면 창문이 잘 열리거나 닫히지 않습니다. '샤시공사를 할까?' 라고 까지 생각이 들죠. 도둑도 들고요. 샤시가 은색이거나 밤색, 검은색인 경우는 한 번 열거나 닫아보시기 바랍니다. 유리 실리콘이 돌처럼 굳어진 경우가 있는데, 꺠져서 떨어지는 경우. 바람이 들어옵니다. 창문이 옷이나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경우라도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문이 안 닫히기도 합니다. 문틀과 방문이 잘 맞지 않아서 힘을 주어야만 문이 닫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든 방문이 다 그럴 확률이 높은데, 다른 세대에서 세게 방문닫는 소리가 우리집까지 들릴 수도 있죠. 꼭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주택매매에는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가 있는데요. 주 출입구 기준으로 ‘남향'이라고 기재되어있을 수 있어요. 현관이 ‘남향'이라면 서류에 ‘남향'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이죠. 창이 남향이어야지만 삶의 질이 올라갑니다. 해가 들어오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요. 밤낮 구분이 힘들어서 생활리듬이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 

출입구쪽에 해가 드는지도 확인하세요. 빌라가 경사면에 있다면, 주 출입구나 주차장 출입구에 해가 안 들면 겨울에 눈이 쌓여 얼어버려서, 걸어 들어오거나 차가 들어오기 힘들어요. 이런 항목들을 살펴보는 건 사실 20초도 걸리지 않아요. 휴대폰 어플로 나침반을 켜서 확인할 수도 있고요.

누가 관리하는지 확인해보세요. 퇴근길에 혹시 고장이라도 나면… 이전 세대의 누군가가 남기고 간 것일 수도 있고요, 빌라 반상회에 이야기를 해봐도 해결방안이 안나올 수도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공동관리비는 얼마인지 체크하시고요. 맑은 날인데 젖은 자국이 있다면 노상방뇨한 흔적일 수도 있어요. 주차장에 냄새가 나는지 안나는지, 옥상에 담배꽁초가 얼마나, 어느 종류나 있는지보면 흡연자가 많은 경우도 알아볼 수 있죠. 공동구역에 아이 유모차, 자전거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주민들의 배려심이 많은 곳일 수도 있고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분일수도 있고요. 계단 청소 상태를 보면 됩니다.

낮시간엔 도로가 깨끗할 확률이 높습니다. 쓰레기도 없는데 무단투기 단속 플랜카드나 안내문이 달려있다면 평소 낮시간에 쓰레기가 엄청 쌓여있었다는 것이겠죠. 여름에는 악취가 굉장히 나겠죠. 헌옷수거함 쪽도 마찬가지고요. 

연차, 반차를 쓰고 주말 낮에 방문하면 차가 비어있습니다. 5만원 정도 빌라 가계약을 걸고, 밤에 가보면 주차상황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습니다. 

천장 벽지가 젖어있다가 말랐다면 물이 새고 곰팡이가 생겼을 수 있어요. 아무리 맘에 든다고 하더라도 패스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