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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종말: 좋은 주거의 세 가지 조건

윤희숙 연설이 화젭니다. 윤준병 발언도요. 좋은 주거의 조건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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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의 세입자 걱정에는 그에 대한 호오를 떠나 진심이 담겨있다고 본다. 

임대료 규제 회의론

임대료 규제를 저어하는 경제학자의 신념은 유서가 깊고 강력하며 광범위하다. 1974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군나르 뮈르달(Gunnar Myrdal)은 스웨덴 사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과 장관을 역임했는데, 그가 1965년에 남긴 말은 규제 반대자들의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다.

“서방의 어떤 나라들에서 임대료 통제는, 아마도, 용기와 이상이 부족한 정부에서 나온 형편없는 정책 중 최악의 사례일 것이다.”(군나르 뮈르달)

다음의 레파토리는 더 흔하다. 윤희숙도 (연설에는 아니지만) 인용하는 문구다. 아사르 린드벡(Assar Lindbeck)이 1972년에 한 말이다. 스웨덴 출신의 린드벡은 15년간 노벨 경제학상의 심사위원장을 역임했고 좌파에서 우파로 간 경제학자로 평가된다.

“많은 경우에, 폭격을 제외하면 임대료 통제는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로 보인다.”(아사르 린드벡)

미국과 캐나다, 한국의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각각 93%, 95%, 87%가 “임대료 상한제는 주택의 양과 질을 떨어뜨린다.”는 명제에 동의했다. 조사 연도는 1990년, 1986년, 2001년이다.

이처럼 경제학자 대다수는 임대료 규제에 강한 회의론을 가지고 있다. 

전세의 종말

무엇보다 전세가 문제다. 주거비 지출은 전세, 자가, (보증부) 월세 순으로 커진다.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은 현찰인 월세와 달리 일종의 어음과도 같다. 보장된 수익이 아니다. 저금리로 기대 수익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과격한 인상도 빈번하다. 전세금 인상을 5% 상한으로 묶으면, 현찰인 월세보다 더더욱 메리트가 떨어진다.

폭격을 거론하며 5% 상한제를 비판하는 윤희숙의 발언은 과장되고 경제학 속 과거에 얽매여 있지만, 임대인에게 전세를 놓을 유인이 떨어진다는 점은 경제학까지 가지 않아도 자명하다. 

이는 곧 주거비 부담이 가장 큰 월세가 늘어날 유인이 커진다는 의미이다. 임대료 규제가 셋집의 공급을 줄이고, 세입자에게 도리어 피해를 끼친다는 경제학의 오랜 비판이 5% 상한제로 인해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형태로 발현되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규제 강화로 인해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더라도 별 문제가 아니라며 자신감마저 보이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세는 물론 고액 보증부 월세도 사라지고, 200만 원 내외의 소액 보증금 월세가 표준이 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계속해서 자기 무덤을 판다는 인상이다.

윤중병,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인가요' 중에서

전세를 통해 ‘초특가 임대료 할인’을 받던 세입자들이 갑자기 민주당 때문에 그 할인을 못 받게 되었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일지 이들 정치인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것 같다. 윤희숙이 실제로는 ‘가짜 임차인’에 불과하다고 아무리 헐뜯어 봐야, 민주당 발 주거난에 곤욕을 치르게 되는 이들은 그런 가십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진짜’ 좋은 주거의 세 가지 조건

국제 비교에서 임대차 규제는 고르게 좋은 주거 여건의 결정적 요인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주변적 요인이다. 세심하고 신중한 규제가 경제학자들 말마따나 극심한 폐해를 불러오진 않지만, 규제 찬성자들의 호언처럼 혁혁한 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공급 부족으로 임대인 우위의 시장인데다 규제까지 어설프게 강화되어 다양한 부작용이 점차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여당의 자신감만큼 성과가 나오면 국민과 정권에 모두 좋은 일이지만, 득보다는 실이 더 클 것으로 나는 예상한다.

고르게 좋은 주거 여건의 결정적 요인은 세 가지다.

  1. 다양한 가격대의 풍부한 주택 공급
  2. 여성과 남성 모두의 높은 고용률
  3. 적은 (임금) 격차

이런 조건에서 각자의 형편에 맞는 점유 형태를 찾아가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주거 여건이 도출된다.

문재인 정부는 세 요인 모두에 해법이 없다. 정부 여당이 총동원되어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며 각종 대책을 쏟아내지만, 어떻게 해도 주거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00만호 공급을 외친 제1야당은 공급량 수치는 바람직하지만, 다른 두 요인에 대안이 없다. 공급을 확대해도 소득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로 인한 부작용이 불거진다. 정의당은 더 ‘센’ 규제를 외칠 뿐 정책 역량이 미진하다.

주거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나라는 없다. 하지만 전반적인 주거 여건에서 한국보다 월등한 나라들은 존재한다. 한국의 문제는 이런 사례들이 어디인지 아예 그것부터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고질병이 괜히 고질병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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