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반년, 감사하단 말 대신 그냥 돈을 주세요

조회수 2020. 7. 23. 18: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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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반년, 중앙의 메시지는 혼란스럽고, 현장은 지쳐만 갑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두드러지는 것 중 하나가, 방역 최일선과 일상 사회의 분위기가 괴리되는 것이다.

일상 사회는 거의 정상 상태를 회복한 것 같다. 물론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모임도 두 번 열 걸 한 번으로 줄인다.

하지만 방역 일선의 혼란상과는 다르다. 지역감염이 계속되는 한 방역 일선의 긴장도는 낮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수백 시간 과로로 뇌졸중이 생기고 병가를 냈으며, 누군가는 더는 못 버티겠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방역 일선에 구멍이 생기면 안 된다는 이유로 진짜 일선 노동자들은 휴가는커녕 코로나19 검사조차 못 받게 하는 와중에, 일선과 거리가 있는 누군가는 위로차 휴가에 수당에 코로나 검사를 핑계로 자가격리까지 신청했다고 한다.

무의미한 숫자, 혼란스런 메시지

이 와중에 중앙의 메시지는 혼란스럽다. 질본 정은경 본부장은 이제 마라톤의 초반 10km를 달려왔을 뿐인데, 그 거리를 100m 전력 질주를 하듯 달려왔다고 소회를 밝힌다. 초장기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데 대통령은 추이랄 것도 없는 단 하루, 그것도 검사 수가 줄어 확진자 수도 주는 게 당연한 주말의 확진자 수를 두고 “우리는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국민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의도일지언정, 이건 ‘설레발’이다.

대통령이 그 말을 한 바로 다음날 5배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그럼 이제 하루만에 우리는 코로나에 패배하고 있는 중일까? ‘증가세를 잘 막고 있다’는 메시지라면 모를까, ‘4명’이라는 숫자를 조명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대통령부터 무의미한 숫자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 숫자는 역학적으로 정말 ‘아무 의미가 없다’. 1도 없다. 이게 한두 번도 아니다. 이미 대구 신천지, 이태원 클럽 사태 직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격려도 좋지만, 최종 컨트롤 타워가 자꾸 무의미한 숫자를 두고 메시지를 던지면 신뢰도가 무너진다.

출처: 문재인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 반년’ 메시지. 국민을 격려하는 의도라는 걸 알지만, 무의미한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메시지는 곤란하다.

총리의 참담한 발언

이런 메시지는 방역 일선을 좌절시킨다. 방역 일선에는 초장기전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다. 인력을 보강하고 무너지는 담을 채워넣어야 한다. 그런데 중앙에서는 “우리는 이겨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뿐, 무너지는 방역 일선에 대해선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는다.

8월 17일 임시공휴일 지정을 두고, “심신이 지친 국민과 의료진에게 조금이나마 휴식의 시간을 드리기 위해”라고 발언한 정세균 총리의 발언은 실로 참담했다. 

총리가 말하는 ‘의료진’이 설마 강남 모모 성형외과 원장은 아닐테고, 코로나19 방역 일선은 임시공휴일을 지정한다고 쉴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게다가, 3일짜리 연휴를 만들어놓으면 상식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겠는가 아니면 줄어들겠는가? 임시공휴일이 어떻게 의료진에게 휴식의 시간이 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은 다행히 총리와 같은 참담한 말을 하진 않았지만, “임시공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방역 일선의 헌신에 감사하자”는 무슨 교회 목사님 같은 말씀에 그쳤다. 헌신에 감사한다 해서 방역 일선이 편해지지 않는다. 당장 일손이 모자라는 게 문제다.

출처: KBS뉴스
임시공휴일이 어떻게 의료진에게 휴식을 줄 수 있습니까, 총리님?

돈 안쓰는 정부… 소외되는 방역 일선

지금보다 1.5배 정도는 충원해야 과도한 초과근무 문제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안 쓰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 일선에 계약직 공무원을 한 명 쓰려면 적어도 월 4~500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누가 1년짜리 계약직, 그것도 코로나19라는 희대의 감염병 최일선에 박봉을 받고 일하러 가겠나. 돈이라도 그만큼 챙겨주지 않으면 일손을 구할 수가 없다. 그 돈을 쓰기가 싫은 거다.

현장의 아우성이 청와대까지 닿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얘기는 지금 나 같은 필부 따위만 하는 게 아니고, 이재갑, 기모란 같은 한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들도 똑같이 하는 얘기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진짜로 이건 ‘돈’만 풀어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는 문제다. 그런데 안 한다.

난 이게 일상 사회와 방역 일선의 괴리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방역 일선에 정부가 돈을 푼다고 해서 사람들은 고마워하지 않는다. 방역 일선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보다 내 주머니에 긴급재난지원금이 10만 원이라도 들어오는 걸 더 원할 것이다.

정부도 방역 일선 지원에는 그리 큰 의지가 없는 듯 하다. 실제로 방역 일선에 대한 지원은 거듭되는 추경 가운데서도 계속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정부로서도 눈에 ‘보이는’ 사업들을 벌이는 게 우선인 것이다.

모두들 방역 일선의 헌신에 감사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감사란 사실 그저 사진 하나, 댓글 하나짜리 감사에 지나지 않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누군가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것 대신 방역 일선에 진짜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 나선다면, 거기에 정말 지지를 보낼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감사한다는 생색내기 말, 보도용 사진 대신 그냥 돈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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