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출판 상업주의
‘코로나’가 이슈긴 하다. ‘코로나’를 안 붙이면 책도 안 팔린다. 아래 목록은 내가 최근에 읽은 ‘코로나'(관련 있는 혹은 그렇게 주장하는) 책들이다.
- 코로나 빅뱅, 뒤바뀐 미래(한국경제신문기자들, 한경BP)
- 언컨택트 Uncontact(김용섭, 퍼블리온)
- 코로나 경제 전쟁(리처드 볼드윈, 폴 크루그먼 등, 매경출판)
- 코로나 이후의 세계(제이슨 쉥커, 미디어숲)
먼저 총평을 하면, ‘코로나’ 붙은 책은 당분간 사지마시길 권한다. 죄다 형편없거나 과거의 관점으로 현재를 분석하거나, 기존에 있는 자료를 코로나 제목갈이해서 짜집기 하거나 한 거다. 다른 책들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아주 ‘주관적’으로 평점을 주면, (☆반개, ★한개, 다섯개 만점)
- 코로나 빅뱅, 뒤바뀐 미래 (☆)
- 언컨택트 Uncontact (★)
- 코로나 경제 전쟁 (★★)
- 코로나 이후의 세계 (★★★☆)
한 권씩 촌평한다.
1. [코로나 빅뱅, 뒤바뀐 미래] (2020)
네 권 중에서 최악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쓴 [코로나 빅뱅, 뒤바낀 미래]는 자사 신문 연재가 끝나고 목차를 정리해 새로 쓴 책이지만, 신문기사들을 물리적으로 모아 병렬적으로 나열한 것처럼 보인다. 제목 장사의 의도가 느껴진다.
2. [언컨택트 Uncontact] (2020)
신문 기사를 나열하는 성실함이 좀 나은 게 [Uncontact]다. 물론 계속 ‘언컨택트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한다. 이들 책은 그 사례가 AI시대나 4차산업 혁명 관련 이슈로 이미 언급했던 내용의 재탕이다.
3. [코로나 경제전쟁] (2020)
이 책에는 폴 크루그먼 등 스타급 경제학자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 슈퍼급 학자들의 관점은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코드를 오독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로 보인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한국을 분석할 때’ 대외의존도가 높으니 큰 타격이 있고, 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서 투자자들이 매력을 못느낀다는 내용인데 이 관점은 전형적으로 ‘옛날 이야기’다. 이 관점은 ‘대체시장’이라는 게 있을 때나 성립하는 거다. 즉, 한국 이외의 근사한 투자처가 있을 때에나 자본 유출에 관한 설명이 가능한데, 전 세계에서 ‘코로나의 영향’을 안받는 곳이 있나? 없다. 포스트코로나는 이렇게 분석하면 안 된다. 핵심은 ‘코로나라는 시험문제’를 얼마나 잘 풀고, 빨리 푸느냐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책도 추천하기 어렵다.
4. 코로나 이후의 세계 (2020)
그래도 한 권을 고르자면, [코로나 이후의 세계]다. 이 책은 투자자가 쓴 책인데, 나름의 논리로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추론’한다. 일례로 단순히 ‘온라인 교육시장’이 확대될거다라는 뻔한 결론을 넘어, 기존의 ‘오프라인 교육시장’에서 잇점이 되었던 ‘학맥’이 붕괴될 가능성까지 자연스럽게 추론한다(이 부분이 재미있다). 네 권 중에 한권 봐야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책도 얇아서 2시간이면 다 읽는다.
결론: 코로나 출판 상업주의
당분간 ‘상업적 관점’에서 코로나 관련 책이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돈과 시간이 아까우신 분이라면, 당분간 언론 보도 위주로 관련 자료와 대략적인 흐름만 살펴도 족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