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슬로우뉴스

메르스 vs. 코로나19: 정권이 달랐다면?

대통령이 뒤바뀌어 있더라도 사건의 주요 흐름에는 차이가 없었을 것

8,955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메르스의 주요 감염 루트는 병원내 전파였다. 코로나19는 이와 반대다. 주로 병원 밖에서 환자가 발생 중이다. 누군가는 이를 토대로, 메르스에 비해 병원의 방역 수준은 올라갔지만, 사회의 방역 수준은 떨어졌다고 주장 할 수도 있다. 질병의 특성 및 사회의 리소스를 고려하지 않으면, 이렇게 엉뚱한 해석을 내놓게 된다.

다들 잘 알다시피, 사스는 잘 막았으나 메르스에는 뚫렸고 다시 코로나19는 잘 막고 있다. 이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게 정권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을거란 주장은 위의 엉뚱한 해석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외국 신종감염병 대처 능력은 그 사회 전체가 가진 리소스의 총합이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경제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어왔고, 여러 번의 감염병 위기를 거쳐왔다. 그 결과 지금만한 방역 능력을 이루었고, 꼭 그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다. 물론 지금도 부족한게 많다. 역사를 성공과 실패로 단편적으로 해석하면 그 부족분을 영원히 채울 수 없다.

2003 사스

2003년 사스는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를 초토화시키며 급부상했다. 이번 코로나19와 비슷하다. 메르스는 중동 이외 지역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비 수준이 다른게 당연하다. 지금 당장 우리가 에볼라를 걱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메르스 이후로 에볼라까지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다.

사스는 우리나라에서 3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나, 셋 모두 확진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실제로 사스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으나, 위음성(=가짜 음성, 실제로는 음성이 아님)의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건 아무 것도 없다. 20년 전 우리나라 수준이 그렇다.

그렇다면 3명의 환자는 전염병 치료 원칙에 입각해 완벽히 진료했을까? 당시의 우리 의료 수준으로 볼 때 그랬을 가능성은 낮다. 격리시설을 갖춘 병원도 손에 꼽았고, 보호장구 경험조차 많지 않던 시절이다. 그럼에도 병원내 전파가 없었던 건 단순히 운이 좋았던걸수도 있고, 아니면 위에서 말했다시피 실제 사스 환자가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다(똑같이 노출된다고 모두가 병에 걸리는건 아니다. 운이란 이걸 쉽게 표현한거라고 생각하자.). 

당대 한국의 리소스가 신종감염병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음에도 무사히 질병을 이겨냈다면, 그것은 “잘했다”라고 표현하는게 아니라 “다행이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때 우리나라의 사스 방역이 형편 없었냐면 그건 아니다. 부족한 의료수준을 정부가 검역강화, 철저한 동선관리 등으로 잘 틀어막았다. 감염력이 큰 환자를 자칫 하나라도 잘 못 들였다면 어쩌면 우리는 메르스를 12년 전에 겪었었을수도 있다. 그러니 충분히 잘한거 맞다.

하지만 명심할 건 검역이나 역학만으로 방역을 완성할 수 없단 것이다. 관리 중인 루트를 돌파해서 환자가 스며드는 걸 원천 봉쇄할 방법은 없으며, 그때 필요한건 나라 전체의 의료 수준이다. 사스 사태를 잘 막아냈기에, 오히려 열악한 의료 대처 능력이 감춰진 감도 있다. 사스 이전에도 이후에도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신종감염병 대비 능력은 바닥이었다.

출처Karen Hoffmann, “sars”, CC BY NC ND
2009 신종플루

2009년 신종플루는 세계적인 판데믹(대유행)을 일으켰으니 딱히 우리 정부의 방역을 탓하기는 힘들다. 사실 해외신종 감염병은 그 질병 자체가 가진 특성이 방역의 성패를 상당히 좌우한다. 아무튼 당시 정부는 신종플루를 막아내려 애썼으나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감염을 비롯한 판데믹을 경험했고, 이 질병은 지금까지도 매년 유행처럼 찾아오고 있다.

신종플루의 차단에 실패하자 정부는 공격적인 타미플루(치료제) 투여 정책을 폈다. 당시엔 타미플루의 비축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초유의 관심사였다. 그때 우리나라 의료의 감염병 대처 능력은 사스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간이 천막 하나 쳐 놓고 마스크 하나 달랑 쓴 의사가 수십명의 환자를 줄 지어 놓고 진료하는 곳이 많았다.

스크리닝 테스트(screening test; 선별검사)가 워낙 진단율이 낮다보니 고열, 호흡기증상등 독감증상이 있으면 검사결과와 무관하게 타미플루를 처방했다. 확진검사는 굳이 시행할 필요도 없었다. 수일이 걸리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 연쇄 반응) 결과를 받아들 쯤엔 이미 치료가 끝나 있었으니까.

이때는 다행히 치료제가 있어 판데믹에도 불구하고 어찌저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그나마 신종플루를 계기로 국가 감염병 시스템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한번 더 주어졌다. 그 이후 미약하지만 격리병상등이 갖춰졌다.

2015 메르스

그리고 마침내 2015년 메르스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사스, 신종플루를 어떻게든 넘기는 바람에 여전히 우리나라는 외국 신종감염병 대비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 국가 방역의 한축인 의료 분야가 신종감염병 대처 능력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메르스 환자는 평택성모병원과 삼성병원을 지나가며 수많은 사람에게 전파되었고,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는데,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 이다. 이는 사회에 혼란을 야기했을 뿐더러 새로운 환자의 진단을 늦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때 배운 경험 덕에 이번 정부는 2018 메르스, 2019 코로나19에 정보 공개 원칙을 충실히 지키게 되었다.

출처메르스의 교훈은 ‘감추는 것이 불안을 키운다’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가 정보 비공개를 고집했던 건 일종의 자신감 때문이었다. 치사율에 비해 감염력이 작았던 메르스의 특성상, 동선만 파악해서 관리하면 사회적 혼란 없이 조기종료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예측이 번번히 빗나갔다. 방역에 자신감은 금물이었다. 최악의 상황을 반드시 대비해야했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이 순간 실패가 확정되었다. 그렇다면 이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은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물론 이 전략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2003년 사스 때다.

이미 수 많은 감염자가 생긴 뒤였지만, 뒤늦게라도 정부는 메르스와 싸움에 최선을 다했다. 때문에 (많은 사람의 기억과는 다르게) WHO를 포함해 세계 여러 곳에서 우리나라의 메르스 대응을 (초기대응을 제외하고는)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메르스는 전파 경로가 전부 통제 하에 있었으며, 지역사회 감염도 일어나지 않았었다.

당시 정부의 대처 중에서도 특히 칭찬할만 한 건, 많은 외유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더 높이 끌어올리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휴교 등의 조치가 의학적으로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들이 메르스를 통제하에 두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럼 그때 (2015 메르스) 우리나라 의료는 어떤 상태였을까? 여전히 외국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 의료 문화의 특성상 병원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감염이 일어난 건 둘째치고, 전국 응급실에 감염환자를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갖춘 곳이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보호장구 착탈의 원칙 등 당장 눈 앞의 환자를 제대로 처리할 노하우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 중 하나인 삼성병원에서 사달이 났으니 다른 곳은 더 말해 무엇하랴? 총도 없는데 전쟁이 벌어진 셈이었다.

이를 이겨낸 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 덕택이다. 환자의 목숨, 심지어 의료진의 목숨까지 희생해가며 우리나라는 착실히 노하우를 갖추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의 사투는 그야말로 맨손부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가며 신종감염병을 이겨냈고, 그 모든게 우리나라의 자산이 되었다. 그 유산은 고스란히 현재 코로나19에 쓰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노력을 실패로 규정짓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

2015 메르스 vs. 2020 코로나19

메르스가 종식되고, 2016년. 정부는 전국 의료기관에 대대적인 메스를 들이댔다. 입원실, 중환자실, 응급실에 침상 간격 및 격리실 규정을 빡빡하게 요구했다. 새로운 규정을 맞주는데 비용부담이 컸기에 병원들의 반발이 엄청났지만, 어떻게든 이겨냈다. 1,000개가 넘는 격리병상이 갖춰졌다. 더불어 병원마다 신종감염병 대응 조직을 만들고 프로토콜을 짜게 만들었다. 메르스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런 과감한 투자는 시도조차 없었을 것이다.

1. 검역 

메르스때 검역은 단 한 차례 뚫렸다. 첫 번째 환자다. 그 환자에서 시작해서 100명 넘는 환자가 생겼다. 그렇다면 과연 그때 그 환자를 이번이라면 잡아낼 수 있었을까? 첫 번째 환자는 공항을 통과 할 당시 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었으며 설사 증상만 있었다. 이런 환자라면 이번에 우한지역을 다녀왔더라도 검역에서 걸러졌을 가능성은 없다.

정부는 이 환자가 바레인(당시 메르스 위험국가 아니었음)에서 왔단 이유로 첫번째 확진검사 의뢰를 거부했는데, 이는 이번 코로나19의 16번 환자가 태국을 다녀왔단 이유로 확진검사를 거부당한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즉, 이 환자는 이번이라도 똑같이 국가 검역망을 뚫고 들어왔을게 틀림없는 환자다. 2015년에 그 환자 이후 검역을 뚫고 유입된 메르스 환자는 없었다. 더는 비교할 사례가 없는 것이다.

2. 병원 

그렇다면 환자가 병원으로 유입된 이후는 어떨까? 당시에 의료기관이 터져나간 건 신종감염병 대비가 전혀 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수준의 대비가 그때 갖춰져 있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코로나19의 29번째 환자를 진단한 고려대병원은 즉각 병원을 폐쇄하고 접촉자 격리에 들어갔다.

당시 삼성병원이 지금의 고려대병원처럼 움직였다면? 십중팔구 피해를 작은 수준에서 막아냈을 것이다. 이게 고려대병원과 삼성병원의 실력차이라고 해석해선 안된다. 2015년과 2020년 병원의 실력 차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삼성은 국내 최고의 병원 중 하나다.

대통령이 달랐다면? 정권이 달랐다면?

즉, 나는 2015년과 2020년의 대통령이 뒤바귀어 있더라도 사건의 주요 흐름에는 전혀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물론 소통 능력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고, 이는 국민들의 통제나 불안감 종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긴 하다. 하지만 이건 환자의 발생에 영향을 준 요인은 아니다.

내가 우리 정부를 칭찬한다면 코로나19를 잘 막아서가 아니고, 반대로 코로나19에 뚫릴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어서다. 전문가 의견을 경청하고 냉정하게 손익을 계산하고 있다. 방역의 책임만을 면하기 위해 실효성 낮은 입국 금지등의 강수를 두지 않고 있다. 물론 이는 정치적 부담을 진 선택이므로, 추후 상황변화에따라 책임을 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나는 현재의 정부의 판단을 비난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메르스를 거치며 완벽한 감염병 통제 시스템을 갖추었는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전염병 대비는 공공이 아닌 민간에 의존하고 있으며, 보건소와 민간의 핑퐁이 일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여전히 예산이 적고 권한이 적은 조직이며, 중앙 감염병원으로 전환하려던 국립중앙의료원의 이전은 수 년째 벽에 가로막혀 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 감염을 감당해내기엔 우리의 의료 환경은 여전히 턱없이 열악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게 작금의 현실이며, 만에 하나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 다시 한번 쓴 맛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상황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스템의 정비 및 보완이다.

 2003년 사스부터 2019년 코로나19까지 우리의 신종전염병 성패를 가른 건 정권의 차이가 아니라 사전 대비의 차이며, 이는 감염병 대처의 원칙이 사후대응이 아니라 사전대비라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물론 (지금과 마찬가지로) 2015년 메르스를 온전한 방역 실패로 보는 시각도 많다. 박근혜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당시 메르스를 막기위해 고군분투한 사람들에게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물어 징계를 내렸으니 말이다.

사람의 신념은 바꿀 수 없다. 나도 바뀔리 없는만큼 남도 바뀔리 없다는걸 잘 알고 있다. 방역이란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선거운동해서 정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나는?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그게 설령 박근혜라도) 아무 문제없이 방역이 이뤄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련다.


슬로우뉴스 좋으셨나요?


이미지를 클릭 하시면 후원페이지가 열립니다.

인물소개
  • by. 조용수 초대필자, 의사
    의사는 자로고 ㅎ유머니즘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