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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아프다고 하면 차별받는 사회

외로움은 사회적인 질병이다. 외로움 문제를 전담하는 부처를 설치한 영국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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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바일메신저와 SNS를 통해 누군가와 끊임없이 교류를 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항상 어딘가에 접속을 한 채 살고 있다. 게다가 자기계발을 하거나, 자신만의 취향을 좇아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스스로 기꺼이 다양한 활동을 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게 수많은 관계에 둘러 쌓여 있고, 여러 가지 활동을 즐기고 있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호소하고, 우울증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 시대의 역설이 지식의 하향평준화라면, ‘소셜’ 시대의 역설은 지긋지긋한 외로움이다.

실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 성인 10명 중 6명이 평소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한국사회는 외로움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과 20대~30대 청년세대가 일상적으로 외롭다는 감정에 깊게 빠져 있는 모습이다.

이런 외로움의 속성은 연애 대상의 부재나 애정의 결핍 등 일차원적인 욕망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와 인간관계의 고립 및 단절, 타인과의 비교 및 상대적 박탈감, 시간적 여유 부족 등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적, 개인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겨난다는 점에서 그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특히 ‘경제적 여유의 부족’과 함께 인간관계의 고립과 단절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 보인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의무적으로 만나게 되는 관계를 제외하고는 가까운 사람들과 직접 대면을 하거나, 속내를 털어놓는 기회를 갖기조차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익명성’에 기대는 현대인들의 소통 방식 역시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게 만드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외로움을 달래는 뾰족한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외로움을 느낄 때면 TV 시청과 음악 감상, 영화 감상 등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외로움을 달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결국 현대인은 외로움을 ‘사람’으로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콘텐츠를 통해 잠시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자극적인 음식과 술에 의존해 달래기만 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위태로운 정신건강

이렇게 한국사회에 짙게 퍼져 있는 외로움은 고독과 불안, 우울증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문제로, 현대인의 정신 건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 많은 사람이 정신적 고통 및 심리적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겪고 있는 정신질환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3명 중 1명(33%)에 그쳤으며,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증과 수면장애, 불안증세, 우울증 등 다양한 종류의 심리적 고통 및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한, 대부분(69.9%) 최근 들어 주변에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데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개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자가 평가한 ‘정신건강지수’는 평균 68.1점에 불과했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정신건강’에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특히 중장년층보다 청년세대의 정신건강 상태(20대 66.7점, 30대 64.5점, 40대 69.7점, 50대 71.5점)가 좋지 않은 점이 우려된다.

다만, 이런 원인을 개인의 마음가짐이나 기질적인 문제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치열한 경쟁과 사회불평등, 불공정한 시스템, 시간 부족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조현병과 분노조절장애,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의한 범죄가 많이 발생하면서,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마음이 아프면 사회는 차별한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정신건강’ 문제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숨겨야 할 문제로 인식된다는 사실이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차별하고, 불이익을 주는 사회적 태도가 아직도 강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치료와 상담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이다. 대부분 우리 사회는 심리적 고통이나 증상을 겪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고(77%),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이익을 보기 십상이라고(75.9%) 생각할 만큼 한국사회에서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낙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비록 대부분의 사람들(76.8%)은 만약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 병원에 가 볼 것이라고 말을 하지만, 실제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스스럼 없이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마음의 병’을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건강 문제는 스스로 온전히 감내해야 할 몫인 것이다.

결국, 정신건강 문제를 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 더욱더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정신적 고통과 심리적 증상은 개인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공유하는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외로움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외로움을 사회적인 질병으로 간주하고, 외로움 문제를 전담하는 주무부처(‘Minister for Loneliness’)를 설치하고, 장관을 임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영국 정부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국가적, 사회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유형의 정신질환과 심리적 증상을 좀 더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정신질환 증세에 대한 편견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로움에 관한 정책 입안을 주도하다가 2016년 극우 성향 남성에게 살해당한 조 콕스 당시 노동당 위원(Helen Joanne Cox, 1974. 6. 22~2016. 6. 16, 향년 41세)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일 것이다. 지금도 주변의 친구와 동료, 가족과 이웃들이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시름시름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친밀한 관계인데, 이 당연해 보이는 방법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조난 신호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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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 by. 송으뜸 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 과장
    매일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글을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만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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