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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는 비양심인가

조회수 2018. 11. 2. 17: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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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과 '양심'의 의미

어제(2018. 11. 1.)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앞선 올해 6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 조항(제88조 제1항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어제 대법원의 판결은 지난 6월의 헌재 결정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법원 판결에 관해선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그중에서 거듭되는 것은 ‘양심’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군대를 다녀온 많은 이들은 ‘그럼 난 양심이 없어서 군대를 간거냐!’라는 상실감에 젖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바로 이 점을 염려해서 지난 6월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결정문에서 이 양심은 그 양심이 아니라고 친절히 설명한 바 있다.

출처: Nproject
양심적 병역거부의 ‘양심'(지극히 주관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양심(다수의 도덕적, 사회적 가치관)’과 다릅니다.

헌재, 양심과 도덕성은 다름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은 병역거부가 ‘양심적’, 즉 도덕적이고 정당하다는 것을 가리킴으로써, 그 반면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은 ‘비양심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치부하게 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 본 양심의 의미에 따를 때, ‘양심적’ 병역거부는 실상 당사자의 ‘양심에 따른’ 혹은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를 가리키는 것일 뿐이지 병역 거부가 ‘도덕적이고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병역의무 이행은 ‘비양심적’이 된다거나, 병역을 이행하는 거의 대부분의 병역의무자들과 병역의무 이행이 국민의 숭고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 헌법재판소, 2018.06.28. 2011헌바379,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결정문
출처: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만화로 보는 결정: ‘제97화 총을 들지 않을 양심의 자유는 없나요?’ 중에서

양심의 의미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에서 양심은 영어 ‘conscience’를 의미한다. 이 말의 뉘앙스를 완벽히 표현할 우리글이 없어 결국 ‘양심’으로 번역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때 ‘양심’은 민주적 다수의 사고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현상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양심은 그 대상이나 내용 또는 동기에 의하여 판단될 수 없으며, 특히 양심상의 결정이 이성적·합리적인가, 타당한가 또는 법질서나 사회규범·도덕률과 일치하는가 하는 관점은 양심의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헌재 2004. 8. 26. 2002헌가1; 헌재 2004. 10. 28. 2004헌바61; 헌재 2011. 8. 30. 2008헌가22 등 참조).

이처럼 개인의 양심은 사회 다수의 정의관·도덕관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헌법상 양심의 자유가 문제되는 상황은 개인의 양심이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이므로, 헌법에 의해 보호받는 양심은 법질서와 도덕에 부합하는 사고를 가진 다수가 아니라 이른바 ‘소수자’의 양심이 되기 마련이다.

특정한 내적인 확신 또는 신념이 양심으로 형성된 이상 그 내용 여하를 떠나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양심이 될 수 있으므로,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는 ‘양심’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판단은 그것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된 것인지 여부에 따르게 된다. 그리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의 ‘양심’을 외부로 표명하여 증명할 최소한의 의무를 진다.” (헌재 결정문 중)
출처: 퍼블릭 도메인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을 외부로 표명하여 증명할 최소한의 의무를 가진다고 말한다.

‘사죄광고를 강요당하지 않을 양심의 자유’와 비교

‘양심’의 의미에 관해서는 과거 사죄광고 사건의 예로 생각해보면 쉽다.

과거에는 명예훼손을 하면 법원이 금전 배상 판결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과문을 게재하라”라는 취지의 판결도 함께 했었다. 즉, 법원이 판결로 사죄광고를 강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했고 그 근거는 양심의 자유였다. 명예훼손을 한 사실에 대해 금전배상은 하더라도, 양심상 도무지 사과할 마음이 없는 자에게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였다.

사실, 우리는 매일매일 다양한 양심적 판단을 하며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종교적 양심에 의해 어떤 행위를 도저히 하지 못할 때도 있고, 상부의 명령이 있어도 양심상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단지 그 사람이 착해서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도무지 못하는 일들이 있는 것이다.

많은 청년의 소중한 시간이 군복무에 투입되는 우리나라이기에 병역거부에 ‘양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거슬릴 수는 있을 것이다. 군에 다녀온 복무자 상당수는 대체복무와 군복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체복무에서도 반드시 ‘외딴곳’에서의 ‘합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런 답변에서 유추해보면 군복무의 가장 힘든 점이 사회와의 격리가 아닐까 싶다.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이 징병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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