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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득표로 90% 의석? 한국당의 인과응보지만...

6.13 지방선거는 평화세력의 승리, 적폐세력의 몰락을 상징한다. 이제 선거제도를 개혁할 때다.
슬로우뉴스 작성일자2018.06.20. | 9,461  view

12년 만에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단지 승자와 패자가 바뀌었을 뿐이다.

2018년 6월 15일 오후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본청 중앙홀에서 무릎을 꿇고 선거 패배에 따른 대국민 사과를 하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

source : ⓒ정의철 기자,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2006년 서울시의회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57.18%의 정당득표율을 얻었지만, 96.23%의 의석을 차지했다. 시·도의회 의원의 90% 정도를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로 뽑는 선거제도 덕분이었다.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지역구 투표를 계산해서 1등한 사람을 지역구 의원으로 뽑고, 정당투표를 계산해서 약간의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한다. 이 글에서는 정당 지지율의 척도가 되는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선거 결과를 분석하겠다.

당시에 한나라당은 50%대의 득표율로도 서울시 전 지역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1등만 선택받는 소선거구제 덕분이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로만 각각 2석, 1석, 1석을 얻었을 뿐이다. (전체 지방의회 의석 중 비례대표 의석은 10% 수준에 불과하고, 그것을 나눠봐야 큰 의미는 없다)


이 선거는 표의 등가성이 깨진 사상 최악의 선거였다. 계산을 해 보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1표의 가치는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1표의 가치보다 무려 18배 이상의 가치를 가진 셈이 됐다.

’06년 지방선거와 정반대 결과 

그런데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의회의 경우에는 더불어민주당이 50.92%의 정당득표율로도 92.73%의 의석을 차지했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25.24%의 정당득표율로 5.45%의 의석을 차지했을 뿐이다. 바른미래당도 11.48%의 정당득표율로 110석중 1석을 차지했고, 정의당도 9.69%의 정당득표율로 1석을 차지했다.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볼 때에,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 1표의 가치는 바른미래당을 지지한 1표의 가치보다 23배 이상의 가치를 가진 셈이 되었다.


이처럼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선거 때마다 표심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광역지방의회부터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시민사회의 제안이었다.

그런데 국회논의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반대해서 좌절됐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제도로 인해 대구·경북지역을 제외하고는 정당득표율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의석을 얻었다.

한국당(전신 ‘새누리당’)의 인과응보 

2014년에 새누리당이 50%대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지만, 90%이상의 의석을 차지했던 부산광역시의 경우에도 이번에는 완전히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은 48.81%의 정당 득표를 얻었지만, 전체 부산시의회 의석의 87.23%에 해당하는 41석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번 선거만 보면, 자유한국당이 이렇게 쪼그러든 것은 인과응보다. 사필귀정으로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이 심각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다. 특정 정당이 지방의회 의석의 80~90%를 차지하게 되면, 지방의회가 해야 할 집행부 견제·감시 기능은 사실상 마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식으로 자기 실력에 비해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은 긴장감을 상실하고 내부에서 부패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자기 실력대로 의석을 배분받아야 정당들은 정책개발에 집중하고 더 좋은 정치인들을 배출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그 필요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정의당, 약 9% 득표… 하지만 의원 수는 1% 미만

소수정당들도 이제는 선거제도 개혁에 올인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소수정당중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은 정의당은 전국적으로 8.97%의 정당득표율을 보였지만, 37명의 지방의원(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26명)을 배출했을 뿐이다. 전체 지방의원 3,750명의 1%에도 못 미치는 비율이다.

다른 소수정당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과 제주에서 인지도와 지지도를 올린 녹색당이든, 기초의원 당선자 11명을 배출한 민중당이든, 청년정당을 표방하며 처음 선거에 뛰어든 ‘우리미래’든, 울산 등의 지역에서 선전한 노동당이든 다 마찬가지다. 아무리 노력해서 지금보다 지지율을 올린다고 한들 소수정당은 정치에서 현실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을 만한 의석을 차지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소수정당들이 선거때에 사용하는 돈과 에너지의 10분의1 이라도 선거제도 개혁에 사용한 적이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희망은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선거에서 이득을 얻었다고 해서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다시 2006년 선거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정치개혁에 소흘히 한다면, 다음에 부메랑을 맞는 쪽은 더불어민주당이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약해진 지금이야말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낼 최적의 시점이다. 이 시기를 놓치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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