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선한 의지', 그 모욕적인 정치공학

조회수 2017. 2. 21. 12: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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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도지사의 '선한 의지'론에 대한 김명인 교수의 비판
지난 19일 부산대학교 강연 중 안희정 지사는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도 우리 없는 사람들과 국민들에게 좋은 정치 하시려고 했습니다. (중략) 우리는 그 누구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의지를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아래 인용문 참조).

20일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연속대담 2017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서 안희정 지사에게 ‘선한 의지’ 발언이 나온 취지와 의도를 질문했고, 안희정 지사는 이에 관해 해명했습니다.

문학평론가 김명인 교수가 안희정의 ‘선한 의지’론을 비판합니다. 이 글의 소재에 관한 다양한 보론과 비판 기고를 환영합니다. (편집자)

어제(20일) JTBC 뉴스룸에서 안희정은 일단 자신의 ‘선한 의지’론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알리는 데에는 성공한 듯하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그는 ‘선한 의지’를 인정한다는 것은 “대화나 쟁론에 있어서 일단 상대방의 말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고 시작한다”는 일종의 대화술, 혹은 논쟁술의 전제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 ‘선한 의지’ 흑은 의도는 일단 인정하되 그것이 어떻게 왜곡된 방식으로 추구되는가를 따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상대방의 말을 의도적으로 곡해하고 그 저의부터 따지고 들어가는 방식은 낡고 대화적이지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일 게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치적 대화나 타협의 프로세스에서 위와 같은 태도는 처음부터 상대방을 부정하면서 들어가는 태도보다는 생산적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정치판이 오랫동안 그러한 상대부정의 논법과 자세에 익숙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참신한 태도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화술’이라는 아주 좁은 범위에서만 유의미한 방식이자 태도이며, 사실상 극단적인 적대감으로 상대를 대하지 않는 한 어지간한 대화 과정은 다 그렇게 일단 상대방의 말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고 들어가게 마련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말이다. 누구라도 그러지 않겠는가?

  •  당신은 홍수예방이나 물관리라는 목적으로 4대강 보를 건설한다고 하지만 / 그 방식은 이러저러한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  스포츠재단, 문화재단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좋으나 / 그것이 재계로부터 거액을 기부받아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

안희정이 변명한 대로 그것이 대화술의 문제라면 그것은 이처럼 하나 마나 한 개인적 태도의 문제가 되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해서 민주당의 후보군 중의 한 명인 그가 이명박, 박근혜를 예로 들어 ‘선한 의지’를 말하는 것은 이러한 자신만의 대화방식 일반을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우선, 그가 다른 자리에서 변명한 대로 그것이 ‘조롱’의 뉘앙스를 가진 말이라면,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에게는 위안이 되겠지만, 오늘 손석희 앞에서 밝힌바 상대방의 진정성을 일단 인정하고 들어간다는 자기만의 대화술의 원칙에는 어긋나는 것이 된다. 조롱이나 비아냥은 일단 상대방의 선의를 긍정하고 들어가기는커녕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조롱’의 뉘앙스가 없는 채로 이명박과 박근혜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대선국면에서 보수층을 견인하려는 철저히 계산된 진술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나는 당연히 후자라고 본다.

그렇게 볼 때, 그의 ‘선한 의지’론은 위험한 발언이 된다. 정치인의 모든 발언은 때와 장소가 중요하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 아직도 보수 지지층이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부산에서 이러한 발언을 했다. 아마 광주에서라면 절대 그런 발언을 안 했을 것이다. 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로서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이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력하고 치열한 공격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시점에서 그가 굳이 그 두 인간을 예로 들어 ‘선한 의지’를 언급한 것은 민주당에는 사실상 해당 행위라고 할 수 있으며, 이명박·박근혜 9년의 적폐 청산을 열망하는 촛불시민에게는 사실상 모독행위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입장에서건 촛불시민의 입장에서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반극우 전선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그의 이러한 발언은 금도를 넘은 발언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일신의 성공을 위해 자기 정체성을 얼마든지 변질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오늘 “20세기의 지성이 비판, 분석, 의심의 지성이라면 21세기의 지성은 통섭의 지성”이라는 되지도 않는 말을 끌어다가 자신의 ‘선한 의지’론을 뒷받침하려는 ‘용감한 무식’을 보여주었다. ‘통섭’이 ‘중도통합’이 되는 웃지 못할 순간이었다. 문제는 그의 무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어설픈 중도통합적 정치책략을 그러한 ‘지성’을 가장한 ‘몰지성’까지 동원하여 고수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그의 이명박·박근혜와 관련한 ‘선한 의지’ 발언은 어쩌다 잘못 나온 해프닝이 아니라, 그의 일관된 보수 지향적 정치공학주의의 필연적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금 이 국면에서 그러한 정치공학주의적 자질은 촛불시민이 원하는 정치지도자의 자질과는 가장 동떨어진 자질이라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참고. 

1. 부산대 강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청중 웃음과 박수)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우리 없는 사람들과 국민들에게 좋은 정치 하시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안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케이재단, 미르재단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적인 대기업들의 많은 좋은 후원금을 받아서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어 하는 마음이실 것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법과 제도에 따르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참고적으로 저는 그 누구라도 그 사람의 마음에 있는 그 액면가대로 선의로 받아들입니다. 속은 구린데 말은 저렇게 할 거야 우리가 말하는 20세기 지성사는 해부하고 분석하는 일이었고 비판적 사고를 지니는 것을 우리는 지성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남을 의심하는 능력 키우는 게 지성일 수 있습니까? 이러한 20세기의 잘못된 지성사 같습니다.

우리가 사물 본질 깨닫는 것은 그 사물 부정하거나 왜라고 하는 게 사물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떨어지는 사과 나무를 떨어졌단 사실을 인정해야죠. 누군가 떨어뜨렸다고 의심하는 사람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부터 뉴턴의 만유인력은 연구되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그 누구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의지를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랬을 때 이명박 대통령도 747 잘해보고 싶었겠죠. 그래 가지고 그분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현대건설 사장님답게 24조 원을 돈을 동원해서 국민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국민을 위해서 4대강에 확 집어넣는 것입니다. (청중웃음) 선한 의지로 받아들이자고요. (청중 웃음) 그 선한 의지로 받아들였을 때 우리의 그분의 실수는 무엇일까?

국가주도형 경제발전모델로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못 한다는 걸 그분은 계산을 못 한 겁니다. 60년대였다면 혹시 통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누구를 조롱하려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저는 그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최선을 다해서 그 사람이 선한 의지로 결론 내렸을 것이란 것을 전제하고 그 사람 이야기를 받아들입니다. 저는 이것이 21세기의 신 지성사의 출발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 안희정,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안희정의 즉문즉답’ 행사 중에서 (2017. 2. 19.)

2.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와의 대담 

손석희: 오늘 세 번째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첫 질문은 안 지사가 주장한 바 있는 대연정 문제로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오늘(20일) 이른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선의’에 관한 발언에 대한 논란이 있어서 오늘 첫 질문이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야권 내부에서도 크게 논란이 되고 있어서 오늘 어떤 답변을 하실지 저도 좀 궁금하네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금 옆에 나와 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안희정: 안녕하십니까.

손석희: 오늘 논란이 하루종일 지속됐습니다.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안희정: 정당정치와 정치를 오래 하면서 제가 깨달은 것 중 하나입니다. 그 누구의 주장이라고 할지라도 그 액면 그대로 긍정적으로 선한 의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의 본질에 들어가기가 훨씬 빠르다는 경험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치 일반에 대한, 대화에 대한 저의 원칙적인 태도를 말씀 올렸던 자리였습니다.

손석희: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그 내용들, 그러면 그것들이 여전히 ‘선의였다’고 생각하신다는 말씀인가요?

안희정: 본인들이 그것을 선의였다고 주장하니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국정농단의 수사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그 모든 과정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정치적으로 어떤 주장을 대할 때 그것을 그대로 선의로써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논쟁을 하는, 대화를 하는 첫걸음이다, 이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손석희: 박근혜 대통령도 지금 한창 문제가 되는 미르나 K스포츠나 선의였다고 주장했는데, 일단 그 주장을 받아들이고 시작하시겠다는 건가요?

안희정: 그것은 이미 입증되지 않았습니까? 선의라고 하는 것은, 그분(박근혜)가 동원했던 모든 수단은 불법 아니었습니까?

손석희: 아직 결정(법적 판결)이 안 났으니까요?

안희정: 현재 수사의 과정에서 봤을 때 그것은 부당한 정치적인 국가의 압력이거나 부당한 거래라고 이미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 전체를 선한 의지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손석희: 그런데 아시는 것처럼 지금 특검이든 그 전에 검찰이든 ‘뇌물죄’ 혐의를 적용하느냐를 가지고 굉장히 다투고 있습니다. 이미 특검에서는 그렇게(뇌물죄라고) 보고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이것이 처음에는 선의였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법적 절차가 잘못돼서 뇌물이 되는 것이냐, 그런 말씀이신가요?

안희정: 선의라는 것은 ‘선과 악’을 따지자는 문제가 아니라요. 어떤 주장에 대해서 그분이 주장하는 바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분의 주장은 ‘좋은 일을 하려고 이런이런 일을 하고, 추진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부산에서의 강연의 내용이었습니다.

손석희: 그것을 처음에 받아들이면, 의심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겠죠. 무엇인가가 드러나기 전에는. 그런데 무엇인가가 드러난다는 결과는 대부분 어떤 의심에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안희정: 아닙니다. 공적인 재단을 만들어서 스포츠 중흥을 하겠다고 하면, 그 공적 재단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겠습니까. 청와대에 재벌을 불러다가 손목을 비트는 것이 공적 재단을 만드는 수순이 되어선 안 됩니다. 공적 재단을 만들어서 좋은 일 하겠다는 그 취지는 우리가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청와대에서 특정 재벌들을 불러서 찬조금과 기부금과 모금품을 모집하고, 거기에 대해서 반대 대가를 거래하는 방식의 재단과 재단 모금행위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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