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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슬로우 미디어: 유료 신생매체의 약진

조회수 2016. 9. 28. 22: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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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슬로우 미디어: 유료 신생매체의 약진

슬로우뉴스는 NCSOFT와 함께 2016년 연중기획으로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초래한 변화를 점검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는 ‘미래 읽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우리는 흔히 웹에서 뉴스는 무료라고 생각한다. 무수히 많은 뉴스 정보들이 웹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웹의 DNA는 무료?

기술 발달로 인한 정보 생산 속도의 변화는 전통적 저널리즘의 위기를 양산하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과 더불어 많은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뉴스 생산물을 광고와 함께 파는 방식에서 순전히 광고만 파는 모델로 변화했고, 이러한 모델은 선정적인 무료 정보를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읽도록 자극한다.


이러한 정보들이 우리의 시간과 관심을 빼앗고 클릭을 부추겨 광고 수익을 얻기에 순전히 무료라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의 뉴스 소비는, 적어도 웹에서는 금전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웹의 뉴스는 무료’라는 명제가 어디에나 통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프랑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르몽드, 리베라시옹, 르피가로와 같은 주류 언론 매체의 기사를 웹에서는 무료로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들은 모두 유료로 돌아섰다. 르몽드, 르피가로, 리베라시옹 등 주요 일간지들은 몇 년 전부터 온라인 뉴스의 유료화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이 선택한 온라인 구독제는 유료와 무료가 공존하는 혼합모델이다. 


이러한 모델은 지난 2002년 르몽드에 의해 도입되었던 것으로 2009년, 주요 언론사들이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이 모델을 채택했다. 이들의 목적은 명확하다. 무료 서비스로 다수의 불특정 독자들을 확보하고 유료 서비스 독자들에 의해 지속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신문사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기존의 종이신문 독자를 디지털 독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인터넷 신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 유료 정책으로 돌아선 르몽드,
    리베라시옹, 르피가로

유료 신생매체의 지속적인 출현

새로 등장하는 신생매체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창간된 리베라시옹 출신의 기자들이 만든 뉴스사이트 레주르(Les Jours)는 올 초 문을 열었고 유료를 선언했다. 구독료는 한 달에 9유로다. 이런 사례는 많다. 유료 사이트인 미디어비평 전문 매체 아레 쉬르 이마쥬(Arret sur Images)는 최근 IT전문 매체 넥스트 인팩트(Next INpact), 각 분야 인사들과의 비판적 인터뷰를 제공하는 오르-세리(Hors-Serie)와 더불어 ‘뉴스 포털’ 라 프레스 리브르(La presse libre)를 만들었다. 앞으로 레주르,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믹(alternatives economiques) 등 참여 독립 언론들을 늘려갈 전망이다. 이 뉴스 포털 역시 유료다.

가장 성공적인 유료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매체는 인터넷 독립 언론인 메디아파르트(Mediapart)다. 2008년 창간 당시 웹에서 유료를 선언한 이 매체를 두고 모두 미친 짓이라 비난했고 실패할 것이라 했지만, 그 예언은 빗나갔다. 메디아파르트의 유료 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12만 명에 이른다. 이 숫자는 르몽드의 온, 오프라인 전체 유료 독자 수보다는 훨씬 적지만, 대표적인 언론사 중 하나인 리베라시옹의 유료 독자 수보다는 두 배가량 많은 수치다.

이러한 메디아파르트의 유료화 성공은 프랑스 저널리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창적인 양질의 정보,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는 탐사보도 중심의 기사를 통해 독자가 지속해서 증가하자 분석기사나 심층보도를 중시하는 유료 신생매체들이 지속해서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만의 독특한 미디어 소유 구조 역시 독립 언론의 탄생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현재 프랑스의 언론 매체는 소수 재벌에 의해 장악되었고, 이들 대부분은 미디어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기업이 아닌 무기, 텔레콤, 비행기 등 다른 사업에 매달리는 기업들이다. 예컨대, 대표적인 보수일간지 르피가로(Le Figaro)의 대주주는 전투기 제조사인 다쏘(Dassault)이며 경제지 레제코(Les Echos)의 대주주는 루이뷔통(LVMH)이다. 이들과 권력과의 유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이들과 가까운 권력자의 비리는 언론에서 점점 들추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독립 언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당화하고 진지한 저널리즘을 구현하고자 하는 저널리스트들이 기성 매체를 떠나 신생매체로 향하는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

독자의 인식 변화

이처럼 성공한 유료 모델이 등장한 이후, 기존 언론사들도 유료로 돌아서고 유료 신생매체들이 증가하면서 프랑스인들의 유료 정보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 업체인 해리스 인터랙티브(Harris Interactive)가 2016년 2월 23일부터 25일까지 18세 이상 1,015명의 프랑스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 중 70%가 유료 정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76%는 유료 모델이 10년 이후에도 존재할 것이라 답변했다. 그렇다면 프랑스인은 어떤 콘텐츠에 돈을 내도 아까워하지 않을까? 


  • 현장 르포기사나 탐사보도의 유료화는 69% 긍정 답변 
  • 정보의 정확성과 편집 퀄리티의 유료화는 68% 긍정 답변
  • 반면 특종 보도에 대해 돈을 내겠다는 사람은 45%에 그쳤다.
  • 2009년 설문조사와 비교하면 2016년 설문조사 결과는 ‘뉴스 정보’에 돈을 내겠다는 프랑스인이 훨씬 늘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결과는 2009년 설문조사와는 상당히 대비된다. 2009년 10월 설문조사에 의하면 43%의 프랑스인이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응답했고, 79%가 온라인 유료 정보에 지불을 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온라인 정보 이용에는 적극적이지만, 온라인의 유료 정보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반면, 오늘날 프랑스인 다수는 온라인 정보는 무료라는 인식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흔한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면서 독자가 주머니를 열길 바랄 수는 없다. 이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뉴스 정보의 퀄리티와 유료화에 관한 토론이 활성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투르에서 열린 저널리즘 총회에서 다룬 주제 중 하나는 ‘뉴스 정보의 값’이었다. 뉴스 유료화를 통한 수익 모델에서 성공하기 위해 저널리즘 스쿨을 갓 졸업한 젊은 저널리스트들뿐 아니라 기존 매체에서 빠져나와 독립 언론을 창간하는 중견 저널리스트들 역시 내용이나 주제 면에서의 혁신뿐 아니라 포맷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경향: 다양한 관점의 슬로우 미디어

이러한 시도 중 하나는 슬로우 미디어다. 슬로우 미디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모바일 앱, 뉴스 어그리게이터 등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광고의 파도 속에서 정보보다는 의미의 전달을 중시하는 미디어라 할 수 있다. 르캬트뤠르(Le Quatre heure)나 랭프레뷔(L’imprevu)처럼 슬로우 미디어를 표방한 인터넷 매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 르캬트뤠르와 랭프레뷔의 로고

르캬트뤠르는 멀티미디어 르포 중심의 젊은 저널리스트들이 창간한 매체고, 랭프레뷔는 환경과 사회문제에 관한 심층보도 매체이다. 랭프레뷔 창간자인 클레르 베르틀레미(Claire Berthelemy)는 “우리는 어떤 사안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매체와는 반대로 더 깊숙이 들여다보려고 한다.”면서 슬로우 저널리즘이 꼭 읽는 시간이 길다거나 혹은 기사의 가공 시간이 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슬로우 저널리즘을 현대의 저널리즘이 잃어버린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되찾으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2008년 파트릭 생떽쥐뻬리가 창간한 무크지인 뱅떼앙(XXI)을 필두로 시의성을 중시하는 뉴스와는 거리를 두고 현대 사회를 이해하도록 돕는 심층 분석 기사를 제공하는 유료 매체들이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광고를 싣지 않으며 기존의 정보 생산 리듬에서 벗어나 독자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

한 가지 주제, 다양한 관점 – 주간지 ‘르앙’

대표적인 사례가 주간지 르앙(Le1)이다. 2014년 4월 르몽드의 전 편집국장 에릭 포토리노에 의해 창간된 르앙은 주간지로 한 주에 하나의 이슈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 매체는 수많은 이슈를 짧은 시간에 표피적으로 다루고 난 후 곧바로 외면해버리는 전통적인 매체들과는 달리 ‘소모적이기보다는 교육적’이기를 원하며,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독자들이 찾는, 오랫동안 살아남는 뉴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아울러 최대한 넓은 사고의 스펙트럼을 구성하기 위해 작가, 시인, 예술가, 각 분야의 연구자, 철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한 주제에 대해 여러 관점를 교차시켜 심화한다. 예를 들면 인류학과 시, 통계와 철학, 역사와 심리학, 도시계획과 그래픽 등을 같이 다룬다. 르앙은 이러한 시도를 통해 예기치 못한 의견과 관점들에 의해 짜인 다양한 접근 방식을 실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진실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므로 한 이슈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접해야만 독자들의 비판적 성찰을 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레지스 드브레나 에드가 모랭 등 비롯해 수많은 학자와 예술가가 참여하고 있다.

  • 한 가지 이슈만 다루는 주간지 ‘르앙’의 최근호 표지 모습

웹사이트로도 존재하지만, 르앙은 종이에 기반을 둔 주간지다. 모두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는 시기에 굳이 종이 매체를 고집한 이유가 뭘까. 포토리노는 언론의 위기는 콘텐츠의 위기 때문이지 매체의 속성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서 종이 매체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주장한다. 뉴스의 생명이 너무나 짧고 파편화된 정보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종이 매체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르앙은 독특한 포맷을 취한다. A4 → 타블로이드 → A1의 크기로 펼칠 수 있도록 하는데 독자들이 처음에는 관련 주제에 관해 문을 여는 듯한 읽기에서 점점 더 분석적인 읽기로 들어갈 수 있도록, 즉 이슈 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처럼 각각의 형태에서 읽는 시간을 르앙은 ‘감정의 시간’, ‘성찰의 시간’, ‘탈출의 시간’으로 명명한다. 


아울러 르앙은 점점 더 빨라지는 속도의 시대에 저항하면서도 동시에 독자들의 시간을 아끼고자 불필요한 것들 제거하고 독자들이 핵심을 곧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민주주의의 혁신, 테러리즘, 프랑스의 무슬림, 학교를 변화시키는 교사들, 여성의 새로운 투쟁, 등 르앙이 취급하는 주제는 다양하다. 이러한 르앙의 시도는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달 판매 부수는 3만 부가량이고 정기구독자는 1만4천 명가량이다. 


르앙과 유사한 매체로 아르쉬브 뒤 프레장(Archive du Present)이 있다. 2016년 2월 10일 3명의 탐사 저널리스트와 해외 특파원 출신의 저널리스트에 의해 창간된 이 매체는 주로 정치, 사법, 사회문화 분야의 심층 탐사보도를 제공한다. 속도의 현기증에서 벗어나 인터넷에 성찰의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매체 역시 철학자, 과학자, 정치인, 예술가, 스포츠계 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이들이 관심을 두는 사상이나 작품, 자신들의 경험, 들려주고 싶은 말 등을 독자와 공유한다.

뉴스 큐레이션 분야의 슬로우 미디어 – ‘브리프미’

뉴스 큐레이션 분야에서 슬로우 미디어를 표방한 매체도 있다. 바로 브리프미(Breif.me)가 그 사례다. 리베라시옹 출신으로 프랑스 최초의 인터넷 신문인 뤼89(Rue89)의 공동 창간자였던 로랑 모리악, 뱅미니뜨(20minutes) 출신의 니콜라 필리오, 허핑턴포스트 출신의 그레고리 레이몽 등 주요 온라인 매체 출신의 기자들이 만든 매체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창간되었다.


브리프미는 중요하고 차별적인 뉴스를 선정해서 전문 저널리스트들의 의견을 덧붙여 제시한다. 목표는 독자의 시간을 아끼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두 가지 현상에 저항하기 위해 탄생했다. 정보는 무수히 많아졌지만, 뉴스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더욱 힘들어진 현상과 인터넷에서 잘못된 정보, 부정확한 정보가 뉴스로 둔갑하여 쏟아지는 현상이다.

바로 이러한 현상에 저항하기 위해 창간자들은 중요한 뉴스와 긴급한 뉴스를 분리하고, 진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구분하며, 깊이 있는 정보 혹은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좋은 기사를 추려내 전달하기 위해 브리프미를 창간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러한 ‘정보의 필터링’ 역할, 즉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에 허우적거리지 않으면서 흐름을 읽어낼 수 있게 하고, 필수불가결한 정보와 긴요하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도록 돕는 저널리스트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이들은 이러한 정보의 필터링과 의견 제시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저널리스트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믿는다. 브리프미는 전문 저널리스트가 추려낸 핵심적인 뉴스 정보와 논평을 매일 저녁 6시 30분과 토요일 아침, 이메일을 통해 제공한다. 


슬로우 미디어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은 아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린 매체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정보보다는 의미 전달을 중시하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은 서서히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일회적인 정보 전달에만 급급한 사회보다는 다양한 관점을 통해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는 이러한 매체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확산 중이다. 


이들은 소규모로 운영되는 틈새 미디어에 가까우며 그렇기에 이들이 기존의 주류 언론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독립 언론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거대한 벽을 향해 끈질기게 저항하는 이들이 있는 한 저널리즘의 미래가 꼭 암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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