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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 논란

조회수 2016. 9. 29. 21: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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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망상증: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 논란에 대하여

현행 법령은 1:25,000보다 상세한 “지도 등 또는 측량용 사진을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얻도록 하고 있다(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1조; 이하 “법”이라고만 함).


구글이 지도 등의 “국외 반출” 허가를 신청한 데 대하여, 상세한 지도 정보가 국외로 유출되면 국가 안보에 해롭기 때문에 불허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각에서는 제기한다. 그런데 나는 차라리 “이웃집 개가 어제저녁에 풀을 뜯어 먹었기 때문에 지도 국외 반출 허가를 못 해주겠다”거나, “아침 출근길에 옆 사람이 나를 째려봤으므로 허가를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이유라면 모르겠으나, 국가 안보를 들먹이는 것은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가 안보라는 것을 이렇게 ‘저렴하게’ 마구 끌어대는 것 자체가 진정한 안보에 심각한 해악을 초래한다. 진정으로 안보와 국익에 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을 등한시하도록 만들 뿐 아니라, 엉뚱한 헛발질을 거듭하면서 국가 안보가 마치 그런 식으로 지켜질 것이라고 오해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국외 반출’ 자체가 황당한 개념

지도 등의 ‘국외 반출’이라는 것 자체가 황당한 개념이다. 수치지도(Digital Map Data)니, 공간정보 데이터베이스니 하는 자못 거창한 것의 국외 반출에만 적용되는 규정일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은 측량성과를 “활용(편집, 가공, 추출 등)한 지도 등의 공간정보”에 모두 적용된다(측량성과 국외 반출 허가 심사기준 제3조). 수치지도 데이터 자체뿐 아니라 종이에 출력한 지도나, 스마트폰에 출력된 지도 이미지 등이 모두 해당한다.


따라서 지도 등의 무허가 “국외 반출” 행위를 저지른 자는 한 두 사람이 아니다. 네이버 지도, 다음카카오 지도 등을 외국에서 열어서 국밥집 위치를 검색하는 등 1:25,000보다 더 상세한 축척의 남한 지도를 열람하는 순간부터 모두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 없이 “지도 등의 국외 반출”을 함부로 감행한 자가 된다.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지도를 열람하려면 해당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서 유저에게 전달되어야 하고, 유저가 국외에 있으면 그 정보는 “국외로 반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밥집을 검색한 유저가 국외에 위치한 IP에서 접속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국내 상세지도를 외국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국외 반출”한 사업자도 처벌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도 데이터를 여행 가방에 담아서 국제선 비행기에 실어야만 “국외 반출”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 네이버, 다음, 랜드맥낼리, 맵퀘스트를 통해 본 청와대와 경복궁 주변 위성사진. 이미 해외 지도 서비스에선 ‘물칠’되지 않은 ‘청와대’ 주변 위성 사진을 ‘몇 초’면 확인할 수 있다.

국외에서 남한의 상세지도(1:25,000보다 상세한 지도)를 함부로 볼 수 있게 되면 국가 안보에 해가 된다거나, 남한의 상세 지도는 남한에서만 봐야 하고 상세 지도를 국외 반출하려면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안보 정신병자’의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위험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상실된 망상자에게 우리의 국가 안보를 맡겨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국가안보나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내용, 비밀로 유지되어야 할 내용은 공개되어 있지도 않다(법 제15조, 제20조). 네이버 지도가 되었건, 김기사 내비게이터 앱이 되었건 이런 민감 정보는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구글이 요청하는 지도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나 봐도 무방한 내용만이 담긴 지도이다. 국내에서는 누구나 봐도 괜찮지만, 국외로 반출하면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보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안보 망상이요, 안보 헛발질일 뿐이다.

정밀 수치지도는 위험? 누구나 온라인 무료 제공

정밀수치지도 데이터 전체를 국외에 반출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개인들이 국외에서 국내 지도를 열어보는 것이야 괜찮지만, 정밀 수치지도 데이터 전체를 국외로 반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구글의 요청을 둘러싼 논란도 바로 이런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팩트를 좀 알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관련법은 민감한 정보가 제거된 측량정보와 측량기록은 일반인이 열람하고 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법 제14조, 제19조). 그에 따라 국토지리정보원은 1:2,500 또는 1:5,000, 심지어는 1:1,000 축척의 초정밀 수치지도(데이터)를 모두(약66만 도엽 분량) 무상으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제공한다. 



안보 ‘전문가’라는 인사들 중에는 1:5,000 축척의 지도가 구글에 ‘유출’되고 국외로 ‘반출’되면 “북한에게 핵폭탄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에 버금가는 효과를 갖도록 도와주는 일”이라고 자못 심각하게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이분들은 국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국가공간정보유통시스템)에서 누구든지 무상으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공개된 정밀 수치지도(데이터)를 북한이 아직도 입수하지 못해서 ‘구글’이 장관의 허가를 받아 이것을 “국외로 반출”해 주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근거 없는 공포에 터 잡아, 이미 다 공개되고 유출되고 반출된 비민감 지리정보의 국외 반출을 금지해 본들, 공개된 정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용할 수 없도록 주워담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우리의 안보가 더 튼튼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상적으로 사용되어 유저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우리 산업에 큰 활력을 주는 계기를 틀어막을 뿐이다.


진정한 안보는 주요시설을 지하로 이전하거나, 위성 사진에 포착되기 어렵게 지상 위장 시설 등을 효과적으로 고안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느 한 업체에게 위성사진을 좀 흐릿하게 해달라는 식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부질 없는 시도를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위성사진이 상용화한 디지털 시대의 지도정보가 어떻게 전 세계에서 활용되고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국토교통부장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안전행정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및 국가정보원장이 둘러앉아 이미 전 세계에 ‘유출’되고, 인터넷으로 무료 다운로드 되는 비민감 지도정보의 ‘국외 반출’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국가안보 위해 요인이다. 그렇게 허비되는 시간 동안 진정으로 필요한 안보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효과적인 대비책을 마련할 시간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네이버 맵은 도보 길 찾기도 잘 되는데, 구글 맵은 그런 것도 안되는군”

“역시 김기사 내비가 최고야

한국 유저들이 이렇게 생각하며 IT강국, 대~한 민국을 외치도록 인위적으로 장막을 치고 외국 기업의 국내시장 진입을 막아 두면 국내의 IT산업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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