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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몰라도 메갈은 해가 된다"는 딸바보 아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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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몰라도 메갈은 해가 된다"는 딸바보 아빠에게

이 글이 다루는 소재와 주제에 관한 자유롭고 다양한  반론과 보론 기고를 환영합니다. (편집자)

“딸바보 아빠로서 페미니즘은 몰라도 메갈은 해가 된다.” 

이 글은 소셜 미디어에서 위와 같은 댓글을 접하고 쓰는 글이다.

가정해보자, 당신은 ‘전라도 출신’이다 

당신은 사실 전라도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전라도 사투리를 쓰지 않음으로써 전라도 사람이 아닌 척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당신 지도 교수가 “전라도 놈 싫어!”라고 한다. 물론 그냥 한 사람의 의견이다. 하지만 학교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그런 교수의 발언에 몇 사람이 동의하고, 당신은 전라도인으로서 뭐라 반박하기가 힘들다면, 이미 이건 개인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만약 정부 고위직 공무원이 “이래서 전라도 놈이랑 일 못하겠어.”라고 해도 안 잘릴 정도면, 이미 이건 개인 차원의 편견이 아니다. 사회적 동의로 받아들여지는 ‘선’을 넘은 거다. 그 ‘임계점’을 넘으면, 다른 사람도 쉽게 전라도 비하 발언할 수 있고, 전라도 출신인 당신은 대응하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메갈은 ‘똘아이 전라도 선배’ 같은 존재

메갈리아(이하 ‘메갈’)을 보자. ‘메갈은 한국 남자와 싸우려고 시작했다’는 식으로 많이들 말하는데, 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메갈은 여자를 위한 사이트였고, 여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여자가 치마 입는 게 당신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 아니듯이, 메갈의 욕설은 경상도 출신인 당신을 설득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 ‘메갈의 방식으로는 남자를 설득할 수 없다’는 지적은 아무 의미가 없다. 본디 그게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상도 사람으로 가득 찬 팀에서, 전라도 출신이지만 아닌 척하고, 전라도 비하 발언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한 당신에게, 메갈은 미친 척하고 상사에게 “야이 경상도 ㅅㅂ놈아 너 뭐라 그랬어?”라고 덤빈 전라도 선배다. 전라도 비하 발언할 때 경상도 비하 발언을 아주 찰지게 욕 섞어 해준 동료다. 물론 전라도 비하에 경상도 비하로 답하는 건 옳지 않다.



그 실성한 선배는 경상도 사람들이 절대 참지 못할 정도의 심한 쌍욕을 했을 수도 있고, 경상도 출신 신입사원에게 모욕을 가했을 수 있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들의 큰 반발을 샀을 수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경상도인을 설득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욕먹어온 전라도인들에게 외친 거다.

‘야, 덤벼. 덤벼도 돼. 너 지금까지 당한 거 차별이고, 부당한 거야. 내가 미친 놈처럼 싸워줄 테니까, 너는 곱게 반대해도 돼.’

(참고로 난 부모님 두 분 다 경상도 분이다. 나 부산에서 어릴 적 살아서 사투리 구사 가능자다.)

그렇지만 같은 전라도 사람도 그 선배를 욕할 수 있다.

‘너 같은 놈 때문에 전라도 사람들이 더 욕 먹는다!’ ← 맞는 말이다

‘혐오에 혐오로 대하면 안 되지!’ ← 역시 맞는 말이다‘

그렇게 덤비면 오히려 전라도 사람에게 더 해가 된다고!” ←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럼, 그 차별을 계속 참을 건가? 견딜 건가? ‘전라디언’ 어쩌고 할 때마다 허허 웃고 넘어갈 건가? 지도 교수님에게 가서 정중하게 ‘저기요, 제가 좀 예민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참 좀 그렇거든요.’ 할 건가? 그래서 그게 통하는가?


실제로 과거 한국에서도 ‘똘아이 전라도 선배’ 같이 덤빈 몇 명 덕분에, 지역감정이 이슈화됐다. 지역감정이라지만, 결국은 전라도 사람 차별이었다. 하지만 그 편견에 찌들었던 경상도 사람들이 이젠 ‘전라도 출신은…’ 어쩌고 하기 전엔 아주 조금이라도 눈치를 본다.



물론 ‘역시 똘아이 전라도’라고 비아냥거리면서 ‘그렇게 난리 쳐 봤자 너희에게 도움 안 된다’하는 이들도 있지만, 덕분에 당신은 이제 배웠다. 눈이 뜨였다. 내 편도 있구나. 나만 당하는 거 아니었구나. 그 많은 전라도 편견 발언, 뒤집어서 경상도에 적용하니까 말이 안 되는 건데 그걸 나마저 믿고 있었구나.

그리고 그 똘아이 선배와 동료 덕에, 당신이 ‘그 선배는 물론 너무 나갔지만, 전라도 사람들 비하가 넘쳐나는 건 사실이죠.’란 말을 점잖게 하면,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받아들여진다. 물론 ‘지역감정은 뭐든지 다 옳지 않아요! 우리 다 친하게 지내요!’라는 경상도인도 많고, 전라도 사람들 신나게 깔 때는 같이 웃어놓고, 이제 와서 정색하고 ‘전라도 비하가 문제가 아니라 혐오가 문제입니다!’ 이러고 있지만 뭐 어쨌든.

전라도인이 3일에 한 명씩 맞아 죽는다면…

미시경제가 있고 거시경제가 있다. 과소비는 개인 차원에서는 좋지 않고 저금해야 하지만, 국민 전체가 모두 소비를 멈추면 경제는 망한다. 미시적인 차원에서 옳다고 거시적인 차원에서도 곧바로 옳은 것은 아니다.


나는 “남자가 여자를 열등하게 봐서 무시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봐서 그런 거”라고 쓴 적이 있는데, 그게 개인 차원에선 그렇다. 하지만 가령, 어떤 한 남자가 느끼는 연애 좌절을 두고(미시적 차원), 여자들 전체가 당하는 차별을 정당화하면 안 된다(거시적 차원).


guy masavi, CC BY SA

허핑턴포스트에서 “내가 한남충이다”라는 글을 읽었다. 나도 미시적인 차원에서 남자의 좌절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미 거시적인 차원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난무한 상태에서 ‘그런 남자들 이해해주자’는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 그 임계점을 넘어서면, 개인의 편견은 사회 전체의 힘을 업고 엄청난 권력으로 변한다. 물론 지역감정은 다 좋지 않다. 혐오도 옳지 않다. 경상도인으로서 그렇게 과격한 전라도 사람 보면 없던 지역감정도 생긴다.

하지만 만약 전라도인이 경상도인에게 3일에 한 명씩 맞아 죽는다면, 당신은 전라도인으로서 가만있겠는가? ‘전라도 애들이 좀 성질 돋우는 거 알잖아요, 그래서 팼어요.’라는 핑계가 사회적으로 먹힌다면, 당신은 그게 옳다고 생각하나? “전라도 새끼가 나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상관없는 전라도 사람을 죽인 경상도인은 조현병 환자니까 지역감정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할 것인가?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다. 3일에 한 명꼴로 죽임을 당한다.

전라도인 성기에 전구를 넣고 깨자는 농담이 줄임말 형태로 인터넷에 버젓이 돌아다니면? 전라도인이 경상도인에게 당하는 (현존하는 명백하게 위험한) 폭력이 수십 배로 더 높다면, 기업 CEO와 임원의 95%가 경상도인이라면, 국회의원 중에 전라도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면, ‘전라도인은 고용해봐야 좀 그렇더라’란 의견이 아무런 제재 없이 게시할 수 있다면.

‘전라도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취업도 어렵고, 진급도 잘 안 되고, 그나마 잘리기도 쉽다면, ‘경상도 주도로 이렇게 경제 발전이 되었는데 그거 이득 보면서 뭔 말이 많냐?’ ,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니까 그저 경상도 사람이 일 더 잘하고 믿을만해서 고용한다’고 말하면? 

이 와중에서 실제로 범죄를 지르지는 않았어도 “경상도 새끼들 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과격한 글을 올리는 소수의 이들이 있다면, 당신은 전라도 차별을 없애기보다 그 경상도 혐오자들부터 색출해서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나? 3일에 한 번씩 전라도인이 경상도인에게 살해당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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