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들의 디지털 라이프
디지털 네이티브: 2살 아들의 디지털 라이프
슬로우뉴스는 NCSOFT와 함께 2016년 연중기획으로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초래한 변화를 점검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는 ‘미래 읽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디지털 시대의 가족일기
→ 디지털 네이티브: 2살 아들의 디지털 라이프
☆디지털 미너멀리즘 – 우리 집은 더는 박스를 뒤지지 않는다 (이하 발행 예정)
☆디지털 라이브러리 –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에서 걸어 다니는 도서관으로
☆디지털 소사이어티 – 카카오톡과 페이스타임으로 다시 뭉친 우리 가족
☆디지털 투어리즘 – 포켓몬 고 때문에 야간 버스를?
10여 년 전에 보았던 애니메이션 흑의 계약자에는 영혼이 고양이로 이동한 뒤 인간의 육체를 잃어서 계속 고양이로 살아가는 캐릭터가 나온다. 그는 부족한 뇌 용량을 보충하기 위해서 상시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있어 고양이의 뇌는 정보 검색과 입출력에만 사용하고, 거대한 네트워크를 자신의 정보 저장소로 사용한다.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의 아이디어를 보다 확장한 것이지만, 나에게는 인상에 강하게 남아 있는 설정이다.
이제 곧 아이폰 10년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이 2007년. 이제 곧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10년이 된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을 너무나도 많이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하면서 종종 그 애니메이션 속의 고양이를 떠올린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매개체로 부족한 정보량을 네트워크를 통해 보충하고 있다.
21개월 아들의 디지털 라이프
스스로 ‘터득해 가는’ 아들
큰아들이 유튜브를 실행해서 보는 것은 호빵맨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영상이다. 어떻게 그 영상을 찾아냈는지는 모르지만, 큰아들 덕분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유튜브 영상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을 보다가 지겹거나 재미가 없으면 바로 다른 영상으로 넘어간다. 그러다가 광고가 나오면 광고도 ‘스킵’하며 본다. 어떻게 알았을까?
한 번도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말이다. 큰아들은 유튜브 영상에 빠져들기 이전부터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좋아했다. 유튜브 이전에 즐기던 것은 주로 아이폰의 사진 앱이었다. 가진 앱을 열면 엄마 아빠가 찍어둔 자신(큰아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가득 들어 있다. 거기서 자기가 보고 싶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했다. 신기한 것은 수많은 메뉴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사진이 나오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동영상이 나오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동영상 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동영상만 리스트를 스크롤해 찾아내 본다. 그리고 좌우 슬라이스로 넘겨보기도 하고, 손가락 2개를 이용해서 확대 축소도 한다. 심지어 나는 큰아들 때문에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다가 아래로 플릭(flick; 가볍게 치기)하면 리스트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사진 앱을 가지고 놀던 게 16개월 정도 되었을 때의 일이다.
요즘 큰아들은 유튜브를 즐겨 보기도 하지만, 엄마나 아빠와 함께 게임도 즐겨 한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뽀꼬뽀꼬’와 ‘디즈니 츠무츠무’. 둘 다 퍼즐 게임이다. 게임 내에서 폭탄이 나오면 직접 눌러서 사용하고, 아이템도 사용하고, 캐릭터도 직접 바꾼다. 요즘에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레이싱 게임도 즐기고, 아마존 파이어스틱의 리모컨으로 TV 화면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전환 시켜서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보여달라고 한다. 나에게는 두 돌도 안 된 아이가 이렇게 노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학습 vs. 본능
아이폰 이후에 애플을 알게 된 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OSX 이전 애플의 매킨토시 OS 로고는 컴퓨터와 인간이 얼굴을 맞대고 웃으며 대화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은 당시 애플이 추구하던 ‘휴먼 인터페이스’를 상징하는 로고였는데, 퍼스널 컴퓨터의 본질적인 부분을 상징하는 로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