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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과 무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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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과 무원칙

부정한 방법으로 이기려고 한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나간다면 그거야말로 나라 망신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규정을 철회해가며 박태환을 리우로 보냈다. 그걸 보면 우리나라의 국민의식은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져 있다.

(…중략…)

누리꾼이 쓴 댓글이다. “외국에서 태어났다면 훨씬 대단한 선수가 됐을 텐데, 못난 나라에서 태어나서 이 꼴을 당하는구나.” 사실이 아니다. 박태환이 지금 영웅일 수 있는 건 이 못난 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서민)

위 인용문은 서민 교수의 칼럼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전체 맥락과 취지 파악에서, 필자와 슬로우뉴스 편집팀이 의도하지 않은, 해석상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칼럼 전체를 읽으시길 권합니다. (편집자)

이 칼럼에 대해선 한마디 해야겠다.
사실관계의 오류 때문이다.

국민의 온정주의? 무원칙? 

먼저 박태환을 감싸고 싶은 마음 조금도 없음을 밝힌다. 서민 교수 주장처럼, 박태환이 금지약물 ‘네비도'(nebido)를 남성 호르몬제인 줄 모르고 맞았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반성 없이 의사에게 전적인 책임을 전가했다. 과거에 그가 국민적 영웅이었던 것은 맞지만, 그것이 금지 약물 투여를 용서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서민 교수의 칼럼은 부정확한 사실을 전달한다. 서민 교수는 박태환에게 우리 국민이 베풀어준 온정주의를 탓한다. 그 온정주의로 인해 자격 없는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온정주의를 베푼 국민 여론에 의해서가 아니다. 대한체육회 또는 수영연맹 결정권자의 독단적 결정에 의한 것도 아니다.


박태환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출전선수를 가리는 예선 경기에서의 기록 + ‘국내’ 법원 판결 + ‘국제’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의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

법원과 스포츠 중재 재판소의 판단 

박태환은 세계수영연맹의 벌칙(1년 반의 대회출전금지)이 끝난 2016년 4월, 광주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 겸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자유형 100m, 200m, 400m, 1500m 등 4종목의 올림픽 기준 기록을 충족했다. 그리고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올림픽 출전 자격기록'(*OQT)을 충족한 유일한 대한민국 선수였다. 즉, 그가 출전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를 대체할 다른 대한민국 수영선수는 없었다.

*OQT: Olympic Qualifying Time.

박태환의 기록이 OQT를 충족함으로써 올림픽 출전에 대한 논란이 일자 대한체육회는 “징계만료일 후 3년 동안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국가대표선발규정을 지키겠다”고 출전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자 박태환은 국가대표 선발규정 결격 사유 부존재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냈고, 동시에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에 제소했다. 그리고 대한체육회의 결정이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21부(2016. 7. 1) 스포츠 중재 재판소(2016. 7. 8)에 의해 뒤집힌 것이다.


즉, 박태환의 손을 들어준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법원과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다.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 불어로는 ‘Tribunal arbitral du sport’, 약칭 ‘TAS’라고도 한다.

오히려 ‘법과 제도’ 중요성 드러낸 사례

서민 교수는 “우리는 규정을 철회해가며 박태환을 리우로 보냈”“그걸 보면 우리나라의 국민의식은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져 있다”며 국민의 온정주의를 질타한다. 하지만 팩트는 사뭇 다르다. 국민 여론이 박태환을 리우에 보낸 것이 아니라 박태환이 자력(自力)으로 리우에 갔고, 스포츠 중재 재판소라는 ‘세계 85개국, 250명 정도의 스포츠 지식이 있는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적 기구가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참가 자격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일부의 온정주의를 전체 국민의 ‘무원칙’과 국가의 “후진성”으로 확대한 것은 유감이다. 더불어 이 칼럼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온정주의가 박태환을 리우에 보낸 것으로, 그래서 대한민국은 역시 무원칙의 나라로 오해하게 될까 싶어 더욱 유감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약물 부정을 저지른 선수에게 리우 올림픽 참가라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줄 것이냐 말 것이냐는 여론에 의해 결정지을 수 없고, 오로지 법과 제도에 의해서만 결정될 수 있다는 법치주의의 중요성이 드러난 사례다. 그리고 개인이 여론과 무관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사례다. 


질타받아야 할 것은 그를 리우에 보낸 온정주의가 아니라 ‘이중처벌’이라는 허점을 안고 있는 내부 규정을 보완하지 않은 대한체육회의 안이함 그리고 1년 6개월 출전 금지라는 온정(?)을 베푼 국제수영연맹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사회가 되었다는 데도 국가기관이 개인의 권리를 박탈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요즈음, 국가기관의 조치에 맞서 개인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박태환의 모습이 오히려 부러워 보이는 씁쓸함을 감출 길 없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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