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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화, 수화, 청각 장애인에 대한 짧은 글

조회수 2016. 7. 27. 23: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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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화와 수화, 그리고 청각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최근 일본 여행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웠다. 일본에서 만난 한 청각 장애인이 나에게 물었다.

“부모님께서 수화 배울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을 원망합니까?”

그 질문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나는 청각 장애인이지만, 구화(입으로 말하는 것)를 사용하며 수화를 할 줄 모른다. 사실 수화도 대학에 와서야 처음 접했다. 그 전에 나 외의 청각장애인을 만나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몇 명씩 만나 본 적은 있다. 하지만 모두 구화를 사용했다.

물론 여기에는 내 모부가 건청인(청각 장애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한몫했을 터이다. 내가 청각 장애를 진단받은 것이 4살 무렵, 보청기를 착용한 것이 5살 무렵이다. 그리고 5살에야 말을 배우고 한글을 배웠다.


내 청력이 상실된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다만 아는 것은, 아주 어릴 적에 알파벳 Q를 보고 “꾸!”라고 했다는 것이고, 그 이후 몇 번 심하게 열병을 앓았다는 것이다. 물론 말을 배우기 전이라 언제 청력이 상실되었는지 모른다. 


모부는 그냥 내가 말이 늦는 줄 알았다고 하셨다. 모부는 내가 청각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안 뒤, 한국의 특수학교 몇 곳을 방문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내가 굳이 수화를 배울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수화를 쓸 정도로 장애가 심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구화를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구화를 쓰는 청각 장애인에게는 한계가 존재한다. 건청인과 동등하게 대화를 하는 것이 어렵다. 완벽하게 건청인처럼 듣고 말할 수 없다. 대화를 놓쳐서 계속 물어보게 될 것이고, 발음이 새서 지적받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발음을 또박또박하고 입술을 읽어도, 나는 결국 ‘배려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돼버린다.


일본에서는 학교에서 수화와 필담을 함께 배운다고 한다. 한국에서 수화 또는 구화를 선택해서 배우는 것과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수화와 구화(필담 포함)는 문법 체계가 다르다. 아예 다른 언어다. 그런 이유로 수화만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은 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 자세한 설명은 [나는 귀머거리다] 91화부터를 참고.
‘아니, 청각장애인인데 수화를 못 하다니?’

나는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을 누리지 못하고, ‘수화’라는 훌륭한 청각장애인의 언어에서 배제된 사람이니까. 나는 아직도, ‘데프 프라이드(Deaf Pride: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에 대한 자긍심)’를 지니지 있지 못하다. 나에게 청각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었고, 나를 더 열등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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