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은지를 죽음으로 몰았을까?

조회수 2016. 7. 5. 22: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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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은지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

이 글은 처음에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었습니다. 있었던 그대로의 일을 사실적으로 전달하여 똑같은 피해의 재발을 막고자 하는 피해자 가족의 결단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족의 상처가 너무 심해 공개 실명은 가명으로,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공개하는 것에는 동의하셨습니다.  힘들어하고 계신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와 격려를 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필자)

1. 갑자기 떠난 딸 

딸을 사랑한 아빠…

외동딸이었기에 딸을 더욱 사랑한 아빠… 

그리고 아빠를 사랑한 딸… 


얼마 전, 그 딸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많은 분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녀의 나이 29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딸은 결혼식을 올린 지 불과 한 달 후, 

아빠와 남편의 곁을 영영 떠났습니다.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정말 갑자기 떠났습니다. 

아빠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아빠만큼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딸이 왜 갑자기 떠나게 되었는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왜 말 한마디 없이 

갑자기 떠나게 되었는지, 

아빠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몇 명의 의사들도 그 이유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믿기 어려운,


그러나 이 사회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은 딸이 겪은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아빠의 용기 있는 결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준 아빠의 양해 아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젊은 딸이 어떻게 순식간에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지를 공개합니다.




2. 은지

은지(가명)는 1988년 2월생이었습니다.


아빠의 사업이 일본과 교역을 하는 것이었기에 아빠의 권유에 따라 일본에서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를 마쳤습니다. 유학 2년 만에 일본인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게 일본어를 구사해서 아빠를 놀라게 했던 영민한 딸이었습니다. 은지는 일본에서 돌아와서 아빠가 운영하는 회사에 입사해서 아빠 일을 도왔습니다. 딸은 항상 밝았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딸이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예쁘고 조신한 은지가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게걸스럽게 폭식하는 것을 봤습니다. 또 어떤 날 은지는 개 먹이로 냉동시킨 닭고기에 케첩을 뿌려 정신없이 먹어치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날은 집안에서 옷을 다 벗어 던지고 돌아다니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은지는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딸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던 아빠는 딸에게서 고백을 듣게 됐습니다.

“아빠, 나 스틸녹스에 중독됐어.”

스틸녹스(성분명 ‘졸피뎀’)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면제로서 환각작용이 있는 약물입니다. 딸의 이상한 행동은 스틸녹스를 복용한 후 환각 상태에서 일어난 일들이었고, 가(假)수면 상태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부작용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스틸녹스 복용 후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폭식하거나 돌아다니거나, 심지어 운전하는 것은 비교적 흔한 부작용이었습니다.


은지는 아빠에게 약속했습니다.

“아빠, 나 반드시 약을 끊을 거야.”

그러나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마약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처럼 은지도 스틸녹스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사후(死後) 발견된 은지의 노트에서는 스틸녹스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은지의 몸부림치는 노력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나 은지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초기 한 번에 한 알씩 먹던 스틸녹스. 하지만 내성이 생기자 은지의 복용량은 심지어 1회 약 50알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동시 복용한 것이 아니라 환각 상태에서 늘어나게 된 복용량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은지는 스틸녹스로 인한 환각 상태에서 칼로 손목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가(假)수면 상태에서 벌어진 일로 은지는 스틸녹스 약효가 떨어진 후 깜짝 놀라 아빠에게 연락하여 병원에 실려 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은지는 아빠에게 그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해를 한 행동이 어렴풋이 기억은 나는데, 마치 내게 일어나는 일이 아닌 것처럼 무감각했어요. 아, 피가 나는구나. 그냥 그 정도. 왜 자해를 했는지도 전혀 모르겠고…”

아빠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빠는 딸을 데리고 정신과 의사를 만났고, 스틸녹스 중독에 대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스틸녹스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스틸녹스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관리되며 최대 28일까지만 처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전자 차트에 탑재된 * DUR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처방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중복 처방이 어려워 다량의 약을 구입하기가 힘듭니다. 

* DUR : Drug Utilization Review

그렇다면 스틸녹스를 다량 복용했던 은지는 어떻게 스틸녹스를 구할 수 있던 것이었을까요? 


처음, “잠을 이룰 수 없다”는 증상을 호소하며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을 받던 은지는 점차 더 많은 약이 필요하게 되자 아빠 등 가족의 이름을 이용해서 처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약이 충분하지 않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약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약이 필요하게 되자 은지는 스틸녹스 중독자 모임을 통해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불법으로 처방전을 타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결국 이 방법까지 사용했습니다.  


아빠의 고백에 따르면 연말정산을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은지가 많이 불안해했다고 합니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것이 발각될까 봐서였습니다.  


아빠도 딸도 스틸녹스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아빠는 정신과 의사와 상의한 후 두 달간 딸을 격리입원치료를 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도 끝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딸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은지의 스틸녹스 중독 문제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딸은 아빠에게 다시 약속했습니다.

“결혼하면 아기를 낳아야 하니까 반드시 약을 끊을 거예요.”

사위도 “이젠 제가 은지를 잘 지켜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빠는 사위에게 딸을 보내며 홀가분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이 조금 지난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은지가 죽었습니다.”



3. 스틸녹스(졸피뎀)와 ‘자살 충동’ 

아빠는 딸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더는 이 세상에 딸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딸은 전화 한 통화도 없이,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채 남편과 부모의 곁을 떠났습니다.


신혼부부인 두 사람은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술을 마시고 송도에 있는 집으로 돌아온 2016년 4월 30일은 은지가 약을 끊기로 남편과 약속을 한 날이었습니다. 4월 30일부로 약을 끊고 6개월 후 아기를 갖기로 남편과 약속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은지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또 약을 복용했습니다. 그 날, 4월 30일도 집에 들어서자마자 남편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은지는 스틸녹스를 복용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남편과 은지는 약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남편이 집을 나왔습니다. 은지는 약에 취해 비틀거리며 남편을 따라 나왔습니다. 남편은 다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새벽까지 이야기하다가 거실에 은지를 남겨둔 채 방으로 먼저 들어가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남편은 베란다 난간에 목을 맨 은지를 발견했습니다. 베란다 난간은 매우 낮아 목을 맬 높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은지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갑자기, 그리고 너무도 허망하게… 


은지 아빠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은지는 남편을 끔찍이 사랑했고, 늘 밝았습니다. 아기를 예뻐했고, 빨리 아기를 갖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중견 기업가의 외동딸인 은지에겐 금전적인 걱정거리도 없었습니다. 은지는 사고가 난 당일에도 다음 날 엄마가 담가놓은 김치를 가져가겠다고 말했었습니다. 


한 마디로 은지가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갑자기 세상을 떠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은지가 떠난 후 은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다량의 스틸녹스 약물이 발견되었고, 함께 발견된 은지의 메모장에서 은지가 얼마나 스틸녹스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대체 은지는 왜 갑자기 떠난 것일까. 


아빠는 전에 은지가 자해를 했던 일을 떠올렸습니다. 그때도 은지는 환각 상태에서 손목을 그었다가 환각 상태에서 깨어난 후 자신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었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자신이 미국 여행 중에 경험했던 일도 생각났습니다. 시차 적응의 어려움에 더해 같은 방을 쓰는 일행이 심하게 코를 골아 잠을 못이루게 되자 스틸녹스 반 알을 먹었는데 중간에 깨어나게 되어 한 알을 더 먹고 잔 후 생겨난 일이었습니다. 아침에 여행을 함께하던 일행이 방으로 찾아와 함께 식당에 내려가서 아침을 먹고 단체사진까지 찍었는데, 나중에 식당에서 밥을 먹은 사실도 단체사진을 찍은 사실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조금 더 알아보니 스틸녹스를 복용한 사람들 중 가수면 또는 환각 상태에서 여러 다양한 행동들을 하고 나중에 그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틸녹스가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중대한 부작용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 2008년 10월 배우 최 씨 사망 
  • 2010년 3월 최 모씨의 동생배우 최 씨 사망
  • 2010년 6월 배우 박 씨 사망


2010년 보도된 S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연예인들의 갑작스러운 사망사건의 이면에 졸피뎀(스틸녹스)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스틸녹스 중독자들의 경험담을 소개했습니다. 방송에는 환각 상태에서 폭식 증세를 보이는 사례들과 자신도 모르게 자살 시도한 사례들이 나왔습니다. 모두 은지가 보였던 증세들과 정확히 같은 증세들입니다. 


당시 방송에는 젊은 여성이 등장하는데, 그녀는 수면제의 환각 상태에서 깨어나 보니 자신도 모르게 목욕탕 샤워 꼭지에 스카프를 맸다며 또다시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런 일이 생겨날까 두려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녀는 스카프를 맨 샤워꼭지가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바람에 살 수 있었지만, 베란다 난간에 목욕 수건을 고정한 은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 배우 최 씨는 욕실에서 목을 맸습니다.
  • 동생 배우 최 씨도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맸습니다. 
  • 배우 박 씨도 자택에서 목을 맸습니다. 
  • 은지는 거실의 베란다 난간에서 목을 맸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하나같이 미리 예상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이었고, 모두 집에서 목을 맸으며, 모두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배우 최 모씨는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면제가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지인들은 술과 수면제에 의존했다고 밝혔습니다. -시사저널 2008.10.6)


그리고 동생 배우 최씨를 제외하고는 ‘과연 죽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낮은 곳에 목을 맸습니다. 심지어 박용하는 침대 기둥에 목을 매어 죽음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은지가 목을 맨 베란다 난간도 허리 높이 정도밖에 안 되는 낮은 높이로 목을 매기에는 아주 낮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그 낮은 높이에서 목을 맴으로써 자살에 ‘성공’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악마의 속삭임’을 들었기 때문으로 추정합니다. 그래서 평소 같으면 생각도 하지 못하거나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은 방법으로 어이없게 한순간에 떠나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아래 화면은 2010년 보도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장면 중 일부입니다.















4. 아직 심각성을 모르는 의사가 많습니다

저는 의사협회를 떠난 지 1년 반 만에 개원을 했습니다. 다른 흉부외과 의사들이 그렇듯 하지정맥류 수술을 주로 하는 흉부외과의원을 개설했습니다.


새로 개원했기에 개원 초기 환자는 매우 뜸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하지정맥류와는 전혀 상관없는 젊은 남자가 내원했습니다. 그는 ‘야간 근무조라서 낮에 자야 하는데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스틸녹스 처방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복용해왔으며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고, 병원에 자주 오기 어려우니 28일 치 처방을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몇 가지 기초적인 질문만을 하고서는 아무런 의심 없이 처방해주었습니다. 


며칠 후 젊은 여성이 왔습니다. 웬일인지 그녀도 스틸녹스 처방을 요구했습니다.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교대근무를 하는데 밤잠을 이룰 수 없어 너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녀의 요구대로 28일 치 처방전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처방해 드릴게요.”라고 말하자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꺼림칙했습니다. 그녀가 “선생님은 참 좋으시네요.”라고 말한 것입니다.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배에게 전화해서 스틸녹스 처방에 관해 물었습니다. 후배는 말했습니다.

“형님,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중독자가 꽤 있어요. 저는 초진환자는 절대 5일 치 이상 주지 않습니다.”

저의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스틸녹스 처방을 원하는 환자 여러 명이 온 것이었습니다. 스틸녹스를 복용하는 중독자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 의원 정보가 공유된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틸녹스 처방전을 받기 위해 내원한 환자들은 마약중독자처럼 눈에 초점이 없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5일 치 이상 약을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몇몇 환자들은 출장 등 다양한 이유를 대며 강하게 28일 치 처방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더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래 문구를 접수처에 붙였습니다.

“졸피뎀(스틸녹스) 처방은 반드시 본인 확인 절차에 동의하셔야 가능합니다.”

그러자 스틸녹스 처방을 받으러 오는 환자의 발길이 순식간에 끊겼습니다.


그러던 차에 은지의 비극적 소식을 접했습니다. 은지 아빠는 저의 13년 지기 지인으로 저의 절친한 선배님이시며 의사협회 전 의료정책연구소장인 최재욱 교수와도 절친한 지인입니다.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은지 아빠를 위로하기 위해 셋이 함께 만난 자리에서 은지 아빠는 딸의 얘기를 상세히 털어놓았습니다. 


그것은 감추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은지의 아빠는 자신의 가정에 닥친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느닷없는 비극이 다른 가정에서 또다시 되풀이 되는 것을 막고 싶어 하셨습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은지 사건을 접하기 전까지 스틸녹스 부작용의 심각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최재욱 교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두 명의 의사뿐 아니라 많은 의사들이 그 심각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성분명 ‘졸피뎀’의 스틸녹스는 대표적인 수면제입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매우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고, 그 때문에 의사들이 비교적 저항감 없이 처방하는 약이기도 합니다. 

  • 스틸녹스는 마약 수준으로 환각을 유발할 수 있다
  • 스틸녹스 복용자 중 많은 사람이 중독에 빠져있다
  • 가수면 상태로 이상한 행동을 하고 후에 그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 자살 충동으로 인해 적지 않은 이들이 갑작스럽고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
  • 스틸녹스의 자살 충동과 관련한 대규모 연구에서 뚜렷한 상관관계가 밝혀졌다는 사실 등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입니다. (대다수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과 일부 선생님들께서는 졸피뎀의 위험성을 잘 알고 처방하시지만, 저처럼 몰랐던 의사들도 많습니다. 이 글은 그런 의사들과 졸피뎀의 위험성을 모르고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글입니다.) 


은지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과 작별한 후, 은지의 아빠는 은지의 책상서랍에서 다량의 스틸녹스를 발견했고, 딸의 메모장도 발견했습니다. 딸의 메모장에는 얼마나 간절하게 스틸녹스 중독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들이 많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은지는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아래는 은지의 소지품에서 발견된 약물들입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스틸녹스입니다.




이 글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스틸녹스(졸피뎀)의 위험성을 알릴 필요

스틸녹스는 중대한 위험성을 내포한 수면제입니다. 그러나 그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위험성을 스틸녹스를 처방하는 의사와 복용하는 환자 양측이 모두 제대로 알아야 하겠습니다. 자살 충동이라는 부작용은 실제 자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부작용은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입니다.

2. 좀 더 엄격한 신분확인 필요

현재 향정신의약품은 엄격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원 내에서 엄격히 관리되고 투약이 통제되는 주사제와 달리 처방전을 통해 환자가 약국에서 약을 받는 향정신성의약품은 환자가 보관하며 복용을 책임지게 되므로 처방의 기준과 처방 시 본인의 신분확인에 더욱 엄격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은지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은 은지의 남편 외에 은지의 부모일 것입니다. 그 누구보다 딸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은 사람도 가족일 것입니다. 그러나 은지 아빠는 은지의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개인사를 공개하는 어려운 길을 택했습니다. 털어놓기 어려운 일을 공개함으로써,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한 젊은이가 얼마나 어이없이 우리 곁을 떠나갈 수 있는가를 경고하고 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스틸녹스의 부작용 중 자살 충동은 드물게 일어나는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우리 주위에서 은지와 유사한 사례들이 적지 않게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격무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유서 한 장 없이 목을 매어 가족을 떠난 어느 소방대원도 평소 수면제를 먹고 있었다고 아내가 말했습니다. 


최근, 대만에서 자살 시도자 2,199명을 대상으로 한 졸피뎀(스틸녹스)과 자살시도와의 연관성 연구에서 저자들은 정신질환의 유무와 관계없이 졸피뎀과 자살 시도 또는 자살의 실행과는 매우 깊은 연관관계가 확인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29살의 아름다운 신부 은지는 떠났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하는 부모를 두고 유서 한 장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의 곁을 떠났습니다. 이 사회를 위해서도 할 일 많은 유능한 젊은이가 떠났습니다. 


은지는 마치 위험한 곳에 서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떠났습니다. 그녀가 서 있던 곳이 위험한 곳인 줄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녀도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서 있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같은 사고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일입니다. 


은지는, 자신이 서 있던 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이었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떠났습니다. 정말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은지 아빠께, 깊은 존경과 사랑과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 있을 은지가, 많은 또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않습니다. 


대다수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과 졸피뎀을 처방하는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졸피뎀의 위험성을 잘 알고 신중하게 처방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저처럼 모르고 처방을 해 온 의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런 의사들과 졸피뎀의 위험성을 모르고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드리기 위해 쓴 글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더불어 피해자 이름을 가족 요청으로 가명인 ‘은지’로 바꾸었음을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 피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개하는 것은 동의하셨습니다.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틸녹스(졸피뎀 성분)의 다른 이름

졸피뎀
졸피움
스틸렉스
졸피드
졸피람
졸피신
졸피아트
졸뎀속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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