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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과 레드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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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당신에게

몇 개 업체가 수요 대부분을 장악한 포화 시장. 선두 업체들은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기 위해 피를 튀기며 천문학적인 숫자의 광고비를 쏟아붓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매력적인 시장인 건 분명하다. 그런데…

“일등 업체 제품에 추가 기능을 더해서 시장에 진입하자.

추가 기능으로 더 편리하니까 소비자는 당연히 우리 제품을 선택할 거야!”

당신 상사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고, 그 생각이 무모하다는 것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임진왜란과 방왜육전론

1591년 조선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왜군이 쳐들어온다 만다는 갑론을박하던 그 시기. 조선 조정에서는 순변사 신립의 주장에 따라 ‘수군을 폐지하고 육전에 집중’하는 방왜육전론(防倭陸戰論)을 실행하려 했다. 이에 의주 목사 김여물은 바보같이 강적을 내지로 끌어들여 싸운다고 분개하며 방왜육전론은 좋지 않은 전략임을 설득했다. 하지만 김여물은 조정 방략을 비방한다는 죄명으로 의주 목사에서 파직되고 감옥에 갇혔다.


결국, 김여물의 판단은 옳았다. 왜군은 육전에서 무시무시한 강적이었다. 1467년 오닌의 난에서 시작한 센고쿠 시대(전국 시대)는 백여 년간 크고 작은 전란을 통해 가토 기요마사, 시마즈 요시히로, 다테 마사무네 등과 같은 무시무시한 육전의 괴물들을 탄생시켰다. 탁상공론하는 조정 대신들에게 일본은 단순한 해적이었겠지만, 그들의 기대와 달리 센고쿠 시대 일본의 전투는 육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선에 있어서 육전은 피바다를 해치고 살아남은 일본의 영웅들을 상대하는 싸움이었던 것이다.



(회본태합기의 김여물 삽화. 새재(鳥嶺)에서 일본군을 방어할 것을 신립에게 건의했으나 묵살. 결국, 탄금대 전투에서 전사한다. 그의 전략은 옳았다.)

블루오션 전략과 ‘전략 캔버스’

2004년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350만 부가 팔린 이 베스트셀러는 레드오션으로부터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기존 레드오션 시장의 판도를 뒤엎을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이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고 싶다면 레드오션을 뒤엎고 시장에 안착한 기업들을 대입시켜보면 된다. 이케아(IKEA), 커브스(CURVES), 우버(UBER), 에어비엔비(AIRBNB) 그 외 당신이 아는 그 기업을 이 전략에 대입해보라. 이들이 블루오션 전략을 의식하고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들의 사업 전략은 블루오션 전략이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의 시작은 전략 캔버스(Strategy Canvas)다. 전략 캔버스는 레드오션의 기업이 어느 요소에 얼마만큼 투자하고 있는지 분석하여 도표로 그리는 것이다. 전략 캔버스가 완성되면 기업들이 모두 비슷한 요소에 집중 투자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는 당연한데 이미 시장을 통해 증명된 고객의 요구를 해결하는 것에 기업이 집중적으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레드오션의 핵이다. 레드오션 시장에 진출하겠다면 적어도 이 요소에 똑같이 투자하는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순신의 블루오션 ‘바다’ 

1591년 전라좌수사가 된 이순신도 김여물과 같은 생각이었다. 왜란 전에는 방왜육전론을 따라 수군을 육군으로 훈련시킬 것을, 왜란 중에는 수군을 정리하고 육군에 합류할 것을 조선 조정으로부터 여러 번 요구받았지만, 이순신은 따르지 않았다.


육전은 센고쿠 시대 100년간 일본이 집중적으로 투자한 영역이었다. 해전에 대한 투자는 미흡했는데 그들의 해전 전술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의 주력 군선 세키부네는 첨저선이다. 배의 바닥이 V 형태로 속력이 빠르다. 이 속력을 살려 적선에 도선 후 백병전, 즉 바다에서 육전을 치르는 것이 일본 수군의 주된 전술이었다.


 

-왼쪽이 조선의 평저선, 오른쪽이 왜(일본)의 첨저선. 평저선은 느리지만, 함포 발사에 적합했고, 첨저선은 빠르지만, 함포 발사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센고쿠 시대에 함포 전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차 키즈가와구치 해전에서 해적 출신 쿠키 요시타카의 아타케부네 6척이 모리 수군 600척을 함포로 상대해 승리한 적이 있다. 당시 쿠키가의 아타케부네 6척은 철갑을 두르고 불랑기포 18문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특별한 경우로 일본 수군 전체에 적용된 전술은 아니었다. 임진왜란의 수군 대장도 쿠키 요시타카였지만 주력인 세키부네도, 대장선으로 쓰이던 아타케부네도 모두 첨저선이었다. 


그에 비해 조선의 주력선인 판옥선은 평저선으로 속도는 느렸지만, 선회력이 뛰어나 좌우로 돌려대며 함포를 발사하기에 적합했다. 이순신은 일본이 상대적으로 투자하지 않은 해전이 승부의 열쇠라고 생각했다. 


바다가 이순신의 블루오션이었던 것이다.

고객의 인식 = 시장의 ‘영역’ 

블루오션 전략은 전략 캔버스를 통해 경쟁사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영역을 피하고, 충분한 수요가 있는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이것은 이순신이 바다를 승부처로 삼은 것과 같은 것이다.


당시 조선 육군 전력이 수군보다 부족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선 육군 전력은 여진족과의 전투를 통해 검증된 바가 있고, 이순신 역시 육군에 복무하며 여진족을 상대한 경험이 있다. 조선 하나만 두고 생각한다면 조정의 판단대로 이순신이 수군을 정리하고 육군이 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상대는 센고쿠 시대 100년이라는 육전의 레드오션을 경험한 일본군이다. 이런 일본이 상대라면 육지가 아닌 바다가 승부의 영역이 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시장에서 레드오션을 벗어난 새로운 승부 영역은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시장에서 영역의 발생은 고객의 인식에 달려있다. 만일 대다수 사람이 ‘가구는 장인이 만드는 공예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가구 시장에서 하나의 영역이 된다. 가구업체는 이 영역에서 가격, 디자인, 이미지 등의 요소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한다. 가구업체가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은 고급 목재로 만든 고급 가구,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고급 가구, 재료도 디자인도 보통인 저렴한 가구 등이 된다. 



(고객의 ‘인식’이 시장의 ‘영역’을 만든다.)


고급 가구점은 명품 브랜드임을 나타내기 위해 번화가에 호화로운 전시 매장을 운영한다. 또한, 가구를 배송하기 위해 배송 업체와 손을 잡거나 배송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체물류시스템을 구축한다. 자본이 부족한 영세 업체들은 호화로운 전시 매장은 포기하고 대신 저렴한 제품으로 서민층을 공략한다. 가구 시장의 선두 업체들은 번화가의 화려한 전시 매장과 배송 서비스에 집중해서 경쟁하고, 시장은 레드오션이 된다.

이케아가 창조한 ‘새로운 영역’

고객의 인식이 시장의 영역을 만들어낸다면 새로운 영역은 고객에게 새로운 인식을 주는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만일 레드오션 상태의 가구 시장에 ‘내가 조립하는 재미있는 가구’라는 전에 없던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 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케아는 가구점들의 주요 경쟁 요소였던 번화가의 호화로운 전시 매장과 배송 서비스를 버렸다. 이케아의 가구는 완성된 공예품이 아닌 분해된 조립품이다. 이케아 가구는 장인이 완성하는 가구가 아니라 누구나 조립할 수 있고, 매장에서 구매한 즉시 내 차에 실어갈 수 있는 가구다.


 


(이케아를 상징하는 조립 가구 설명서) 


이러다 보니 이케아는 번화가의 호화로운 전시 매장도 자체물류시스템도 필요 없었다. 이케아의 매장은 도시 외곽에 있었다. 매장 임대 비용과 물류비용을 아껴서 가격을 낮추고 품질과 디자인은 평균 이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이케아는 그렇게 ‘내가 조립하는 재미있는 가구’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서민층이 애용하더니 젊고 실용적인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기존 가구점들이 이케아의 성장을 경계하며 싸우고 싶어도 싸우는 공간 자체가 달랐다. 


‘장인이 만드는 공예품’이 아무리 고급화하고 배송을 친절하게 해도 ‘내가 조립하는 재미’를 대체할 수는 없다. 그것은 경쟁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서로 다른 영역이다. 이제는 나이 든 사람들까지 이케아를 구매한다. 그렇게 이케아는 세계 최대의 가구 회사가 되었다.

당신은 이순신이 되어야 한다

1592년 일본은 조선을 침략한다. 일본 육군은 승리를 거듭하여 개전 20일 만에 한양을 점령했고 일본 수군 역시 계획대로라면 남해와 서해를 지나서 해상 보급로를 확보했어야 했다.


하지만 남해에는 이순신이 있었다. 일본은 첨저선의 장점을 살려 빠른 속도로 백병전을 걸어왔지만, 빠르게 선회하며 연달아 쏴대는 판옥선의 함포 사격에 박살이 났다. 설사 접근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판옥선의 갑판이 더 높았기 때문에 성벽을 오르듯 줄을 타고 올라서 도선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일본 수군이 고전한다고 해서 조선 육지에 있던 일본군이 당장 바다로 나갈 수는 없었다. 일본군이 육지에서 승리했던 방식으로 바다에서 승리할 수도 없었다. 


바다와 육지는 서로 다른 영역이다. 백병전이 일본 수군의 경쟁 요소임을 알았던 이순신은 과감하게 배에서 당연시되는 요소를 제거해버린다. 백병전을 벌일 공간이 없는 배. 상부 갑판 대신 송곳으로 뒤덮인 지붕이 있는 배. 거북선이다. 거북선 앞에서 일본 수군의 경쟁 우위인 백병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순신은 그렇게 해상의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고, 이는 임진왜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거북선역시 블루오션 전략이었다.)


블루오션 전략은 단순히 틈새시장을 찾아내서 틈새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 없던 새로운 요소로 틈새를 찔러 시장에 진입하고, 레드오션의 기존 경쟁 요소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기존의 경쟁 기업들이 가졌던 시장 점유율까지 공략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


만일 당신의 상사가 레드오션을 매력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순신이 되어야 한다. 당신의 상사가 육군을 육성하라고 해도 당신은 해군을 육성해야 하고, 당신 상사가 사무라이에게 칼로 맞서라고 해도 당신은 조용히 거북선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이 미움받더라도 회사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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