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임금피크제인가? 임금피크제가 청년실업과 눈맞은 사연

조회수 2015. 11. 17. 23: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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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뉴스
임금피크제가 핫합니다. 이미 슬로우뉴스에서 김스캇 님이 관련 글을 쓰셨지만, 대체 왜 이렇게까지 임금피크제를 정부와 여당이 그리고 기업과 언론이 부르짖는지에 관해서는 설명이 없는 것 같아서 써봅니다.
매우 집중
출처: 도대체 임금피크제가 뭐길래?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peak’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peak: [명사] (주로 단수로) 절정, 정점, 최고조
-출처: 네이버 영어사전 

그러니까 임금피크제란 것은 임금이 최고에 도달했을 때 무언가를 하는 제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에 가서 정의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여기에는 임금이 최고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회사에 오래 근무할수록 연봉 혹은 월급이 오르는 호봉제에서는 정년 직전의 임금이 최고가 되는 것이 상식이니까요. 그러니까 임금피크제란 것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해주는 대신에 연장된 기간의 임금을 기존 정년 임금 수준보다 감액하는 제도를 가리키는 말인 것입니다.

여기서 분명해지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과 관계가 있다는 거죠. 그런데 왜 하필 요즘 이렇게 임금피크제 임금피크제 하는 걸까요? 정년은 원래 있던 거 아니었습니까?
엥?
아닙니다. 대한민국에는 사실 정년이란 것이 딱히 없었습니다. 여기서 없다는 것은 법적으로 정년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각 기업들은 정년을 제멋대로 (물론, 노동자와 협상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2013년 갑자기 이상한 일이 생기죠.

이전에는 정년 60세가 의무가 아니었고, 그래서 대부분이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55세에 퇴직을 하곤 했죠. 그런데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하는 법이 2013년에 제정된 것입니다. 대체 왜 갑자기 60세 정년법 혹은 정년연장법이 생긴 걸까요?
출처: 노인에게도 헬조선(…) (출처: Pensions at a Glance 2013)
OECD 최강을 달리는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거대한 투표층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을 하는 시점에서 정치권은 여야를 초월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 시스템을 고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연금강화 실패!)이고… 그래서 짜낸 해답이?

‘좀 더 일하게 하자!’


100세 시대가 도래하는 상황이니 60세까지 일하는 건 문제도 아닐 것이고… 어쨌든 기본적으로 2016년부터 정규직 노동자들은 60세까지 일하는 것이 보장된 것입니다. 이것은 어쨌든 노동자들에게 ‘좋은 일’입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환영한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우와!
그러나 웃는 사람이 있으면 우는 사람도 있는 것이 이 세계의 법칙. 퇴직자들을 5년 간 더 고용해야 할 기업은 불쾌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노인빈곤과 자살률 등의 문제가 워낙 심각하고 정치권의 의지가 강했기에 경영계는 이 법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구한 게 임금피크제죠. 어차피 법 때문에 5년 더 근무 시켜야 한다면 연봉이라도 좀 감액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경영계는 새누리당을 움직여 정년연장법에 하나를 추가합니다. 대충 아래와 같이 만들어졌어요.

2016년에 60세로 정년을 연장한다.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은 임금 체계 등을 손봐야 한다. 여기서 임금피크제라는 단어를 쓰지 못한 건 야당이 반발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고친 법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골치 아픈 숙제를 남겨 놓고 있었죠. 어떤 문제가 있느냐면…
난감
2016년이 되면 정년은 60세로 늘어나는데 (이건 법으로 되어 있으니 강제임), 임금 체계를 손보려면 노조의 혹은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거든요(이건 기존 노동법 때문이고요).

이미 정년은 이미 60세라고 법으로 정해놨으니 노동계 입장에서는 딱히 임금피크제에 동의할 이유가 없어요. 근로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기대수명이 80세인 시대에 노후자금에 애들 학비며 결혼이며 목돈 나갈 데 투성이인데, 연봉을 깎는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죠. 그러니까 노조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정년이 연장되는 상황이거든요(기업이 자기 마음대로 임금 체계를 바꿀 수 있느냐의 여부는 꽤 복잡한 법리적인 설명이 필요해서 이 글에서는 빼겠습니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내년 1월부터 정년연장법 시행하면 기업과 근로자 간에 온갖 드잡이가 벌어질 테니 골치 아픈 일이 생기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임금피크제라도 도입해서 서로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싶어 합니다.
게다가 정년연장법에 합의한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이 걱정입니다. 안 그래도 경제도 망한 판국에 기업들에마저 원망을 듣게 생겼단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임금피크제 도입률을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노조는 언제나처럼 말을 듣지 않고…

그러다가 마침 청년실업 문제 역시 심각하니, 임금피크제에 이 문제를 살짝 얹습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그로 인해 줄어든 비용만큼 청년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썰을 푸는 거죠. 마치 무슨 일이 벌어지건 일본을 공격하자는 논리처럼 ‘귀족’ 노조를 들먹이며 노동계를 이기적이라며 성토하는 겁니다.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노조가 임금피크제를 받지 않아서 청년 실업문제 해결이 안 되고 있다!’라며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는데, 나름 먹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출처: 13만 개라니 신난다! 노조를 공격하자!
결국, 그분들에게 당장 급한 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정년연장법을 연착륙시키는 것이지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석 줄로 정리를 하자면,

● 2016년부터 60세 정년연장 →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남
● 인건비 부담 줄이려고 임금피크제 도입 추진 → 노조가 거부
●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청년실업이 심각해진다! → 노조를 공격

여기까지! 갑자기 임금피크제가 2015년 뜨거워진 이유에 대한 간단한 소개였습니다.

필자 : 데크맨(초대필자, 노동자)


 노동과 관련된 일을 하는 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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