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모험을 떠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과 생애

조회수 2016. 5. 6. 23: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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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어느 겨울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이제 일곱살이 된 둘째 딸 카린의 감기와 폐렴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스트리드는 동화를 구상하고 써보길 좋아했지만 작품을 펴낸 경험은 없던 다정한 엄마로써 아이들을 위해 재미난 이야기를 지어내곤 했다.

이 날도 고열에 칭얼대던 카린은 평소처럼 아스트리드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해달라 졸랐고 딸이 안스러웠던 그녀는 활발하기 그지 없는 개구장이 소녀의 소동을 떠올렸다.
출처: astridlindgrenmemorialaward.wordpress.com
젊은 날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그렇게 딸에 대한 위로로 태어난 뒤 아스트리드의 마음에서 꿈틀거리던 이야기는 1944년 그녀가 발목을 다쳐 여러날을 꼼짝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때 구체적으로 풀려나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주인공의 이름은 이야기를 듣던 카린이 즐거워하며 마음대로 불렀던 '삐삐'로 정했다.

아스트리드는 원고가 완성되자마자 출판사에 전체를 보냈지만 무엇이 문제였는지 단박에 거절을 당했고 그렇게 삐삐의 첫 원고는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상심한 아스트리드였지만 전화위복이랄까 그렇게 열린 그녀의 보따리가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해, 이어서 쓴 다정다감한 동화 '브리트 마리가 털어놓는 속마음' 이 출판사의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탔고 그것이 작가로서의 시작이 되었다.

이어진 공모전에서 아스트리드는 거절당했던 삐삐를 대폭 수정해 다시 내밀었고 '삐삐 롱스타킹'(Pippi Långstrump)은 1945년 11월 그렇게 세상에 등장했다.
출처: www.forumrarebooks.com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미혼모가 되는 바람에 고향을 떠나 외로운 타지 생활을 했던 아스트리드는 힘들때마다 행복했던 어린시절을 돌이키며 위안을 얻어야 했고, 여성의 품행에 대해 모든 것을 옥죄고 있던 당시 사회 시선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수 없이 많은 소년들이 여행을 하고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문화 한가운데 나타난, 당차고 씩씩하면서 초인적인 힘을 가진 말괄량이 삐삐의 등장은 여러 면에서 논쟁을 불렀다.

많은 부모들이 책안에서 펼쳐지는 삐삐의 걷잡을 수 없는 사고연발에 당혹스러워했고 일부 걱정스러운 목소리는 신문 투고를 통해 아이들에게 절대 보여주지 말아야할 책이 나왔다며 몸서리를 쳐대는 등 삐삐의 두번째 이야기에서 더 크게 번진 논쟁이 교육계는 물론 스웨덴 사회 전반에서 격론을 일으켰다.
출처: www.abebooks.co.uk
그러나 아스트리드는 꿋꿋하게 삐삐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냈고 삐삐의 모험 시리즈는 시간이 지날 수 록 그 모험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의 손에 의해 재발굴이 되었다.

첫 시작은 세계 2차대전이 끝난 뒤 아이들에게 남겨진 전쟁의 상처를 달래주고자 했던 어느 출판업자에 의해 이뤄졌다.

큰 기대는 없이 독일어로 번역된 삐삐의 모험이 독일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웃음을 안겨 주었고, 그렇게 삐삐시리즈는 유럽 전역을 휩쓸며 번역되기 시작했다.

[삐삐 롱스타킹]은 1948년에 완결된 삼부작 이후 소설로, 또 다른 종류의 그림동화로 2000년까지 출간이 되며 공식 판매기록으로만 1억 3천만부 이상이 팔리는 어마 어마한 동화가 되었다.
출처: www.astridlindgren.com
잉거 닐슨이 주연한 1969년 스웨덴 제작 TV 시리즈, 삐삐가 그의 친구 원숭이 닐슨씨 와 미소를 짓고 있다.
일상적인 나날을 보내던 토미와 아니카 남매에게 어느날 신비한 9살 소녀 삐삐가 나타나 엄청난 힘과 함께 그 힘에 못지 않은 허풍과 기행을 뿜어내며 남매와 어린 독자들을 기상천외한 모험으로 초대하는 이 이야기는 1969년에 제작된 TV 시리즈가 국내 방영에서도 큰 인기를 얻어 그 영향으로 뒤늦게 정식번역출간이 이뤄지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삐삐 TV 시리즈를 보고 크게 감동한 일본의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는 삐삐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구상했지만 원작자의 허락을 얻는데는 실패해 삐삐 같은 소녀가 나오는 오리지날 기획 '팬더와 친구들의 모험'(パンダコパンダ)을 제작했고 후일 '이웃집 토토로'를 낳는 요람이 되었다.
출처: 지브리미술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재미있으면서도 매력적인 언어들로 스웨덴의 국민작가가 되었지만 그가 스웨덴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삐삐만이 아니었다.

'시대를 앞서나간 소녀의 모험'으로 경직된 사회를 뒤흔들었던 그는 '고아원에서 항상 소녀들에 비해 잉여로 취급받는게 서러워 고아원을 탈출하는 소년 라스무스의 방랑'을 선보이는가 하면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카알손'과 '사고뭉치 에밀', '다섯살 나이에 어른들을 저주하며 반항하는 로타' 이야기까지

모든 것이 작가의 어린시절을 돌아보며 만들었을 뿐이라는 소개가 믿기지 않을만큼 풍부한 소재의 동화들을 내놓았다.
출처: www.bokstugan.se
방랑자 라스무스
한편, 그의 작품은 그 작품마다 사회에 화두를 제시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는 동화에서 불문의 금기나 마찬가지이던 죽음을 주 소재로 다뤄 독자들을 충격에 빠트렸고, [미오 나의 미오]에서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고찰로 아동들이 택하는 현실도피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를, [산적의 딸 로냐]를 통해 악당이 주인공인 동화 시리즈의 위험성에 관한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스웨덴 사람들은 그녀가 남긴 이야기책의 구절들을 어느 자리에서나 일상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다. 총리쯤 되는 사람이 '봄의 고함소리를 들었다'([산적의 딸 로냐] 인용) 고 말하는 정도는 흔히 있는 일이라 여길 정도로, 스웨덴 사람들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 바치는 애정은 이루 꼽기 어려울 정도다.
출처: 시공주니어
동화작가였지만 그 동화안에서 다양한 소재와 철학을 보여온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에서부터 전쟁과 기아, 생명존중 까지 여러 분야에 다다랐다.

그런 분야에서 그가 조심스럽게 울려온 목소리는 스웨덴 사람들이 꾸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으로 빚어지곤 했는데, 오늘날 린드그렌의 이름이 붙은 아동전문병원이나 동물보호법, 두개의 테마공원 등 여러 곳에서 스웨덴 사람들이 그에게 바치는 존경을 엿볼 수 있다.
그녀가 평생동안 남긴 이야기들은 스웨덴 뿐이 아닌 전세계의 어린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즐겁게 읽고 웃을 수 있는 작품들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시대불변의 걸작들이 대개 그렇듯.

그런 그의 작품과 생애에 대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스스로 짤막한 평을 남겼다.
"내가 외롭고 슬픈 어린아이를 하나라도 밝게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그나마 내 인생에서 소중한 일 하나쯤은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www.astridlindgren.se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Astrid Anna Emilia Lindgren)
1907 -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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