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를 대처하는 1등 유통업체의 매뉴얼

조회수 2020. 3. 3. 15: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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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도 바이러스 '항체'가 필요하다

필자가 전염병 공포를 처음 느낀 것은 뜻밖에도 2002년 멕시코시티를 방문했을 때였다. 멕시코 시티 외곽에 가면 13~16세기 초에 건설된 거대한 피라미드가 있다. 보는 순간 말문이 막힐 정도로 그 위용이 대단하다. 그런데 그 시절 이런 피라미드를 건설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던 아즈텍 제국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 결정적 원인이 바로 ‘천연두’ 였던 것이다. 당시 스페인 침략자들이 퍼뜨린 천연두로 인해 아즈텍 인구의 절반가량이 몰살되면서 제국이 무너졌다니, 전염병의 공포는 가히 가공할 만하다.

2015년 메르스 이슈와 2020년 코로나19 이슈로 급감한 월별 기업경기실사지수

그로부터 10여 년 후인 2015년 한국에서 전염병 공포를 또다시 느꼈다. 그 해 5월 말 발병한 메르스(MERS)로 인해 사망자가 38명이나 속출하면서,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다. 그해 외국인 방한객이 97만 명 가량 감소하면서 고성장하던 면세점 매출이 크게 꺾였고, 호텔은 두 자릿수 역성장을 했다. 다중이용시설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도 6월 한 달간 매출이 10%가량 감소했다. 다행히 메르스(MERS)는 두 달 만에 통제가 되면서 유통시장도 곧바로 정상 궤도로 되돌아왔다.


이후 5년의 세월이 흘렀고, 우리 유통업계는 또다시 바이러스 패닉을 겪고 있다. 전염성이 메르스(MERS) 보다 훨씬 강력한 코로나19로 인해 유통업계는 지금 비상이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 재고가 턱없이 부족하고, 온라인 식료품 구매가 급증하면서 배송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한번 다녀간 매장은 며칠간 셧다운으로 매출 타격도 심대하다. 더구나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언제쯤 통제될 것인지 오리무중이어서 그야말로 ‘바이러스 포비아’가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마트 직원들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요가 급증한 상품 수급에 대응하고 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위협의 정체가 불확실할 때,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 때 공포감이 극대화된다”고 했다. 이렇듯 ‘유동하는 공포’, 전염병에 대해, 상대적으로 재해에 더 민감한 일본 유통업체들은 일종의 ‘매뉴얼’로 대응하고 있다. 시나리오별로 상황을 예측해서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핵심 기능을 지속할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상 계획)’을 마련해 두는 것이다. 영업에 전혀 지장이 없는 ‘해외 발생기’부터 모든 영업이 중단되는 ‘팬데믹(pandemic :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 상태, 그리고 ‘종식기’에 이르기까지 시나리오별로 소비자 행동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해외에서 바이러스 발생 소식이 들릴 때부터 미리 마스크나, 비축 식료품 등의 수요 급증에 대비해 둔다. 전염병 확산기에는 택배 수요 급증으로 배송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준비한다. 또한 ‘종식기’에는 외식수요가 증가하니 이에 맞춘 프로모션 전략을 마련해 두는 식이다. 이로써 위기 시 유통업체들이 국민의 라이프라인 인프라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줌과 동시에, 매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나름의 ‘항체’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이마트는 매일 3회 정기 카트 소독 등 바이러스 확산 예방을 위한 내부 매뉴얼을 가동중이다.

의과학 기술이 발달한 21세기에 들어서도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재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러스 발생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질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아직 진행 중인 코로나19도 확진자 수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 서서히 진행되던 어떠한 현상이 작은 요인으로 인해 폭발하는 지점)를 넘어가게 되면 그야말로 팬데믹(pandemic)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전문가들이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임상시험을 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기까지 1년 정도 소요될 수도 있다. 우리 유통업계도 지금부터라도 시나리오별로 최악의 사태까지 대비한 ‘매뉴얼’을 만들어 대응한다면,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막연한 공포감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 소장

현재에서 미래를, 미래에서 현재를 부감하며

리테일의 변화 방향을 탐색하는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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