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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는 왜 183년 만에 립스틱을 만들었을까?

조회수 2021. 1. 26. 15: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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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경 팀장의 패션 뷰파인더] 2021 명품 브랜드, MZ세대가 움직인다

지난해 3월, 에르메스(hermes)가 첫 뷰티 컬렉션을 선보였다. ‘루즈 에르메스’가 국내 공식 판매를 시작하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판매처인 신세계백화점 에르메스 퍼퓸 매장은 오픈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에르메스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버킨백으로 알려진 브랜드다. 버킨백은 제작하는 양에 비해 수요가 넘쳐, 지불할 용의가 있다 하더라도 구매대기를 해야 한다. 이러한 위상을 가진 하이엔드 브랜드의 립스틱 출시는 업계의 화제를 몰았다. 샤넬, 구찌, 디올 등 뷰티 라인을 런칭한 명품 브랜드는 많았다. 그러나 에르메스의 립스틱 출시는 무게가 사뭇 달랐다.

MZ 세대의 명품 소비 동향 1
루즈 에르메스 컬렉션

명품의 왕 에르메스가 브랜드 역사 183년 만에 돌연 뷰티 컬렉션을 내놓은 배경은 무엇일까. 또, 립스틱을 첫 제품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불황을 타지 않는다는 에르메스지만, 변화한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이 될 미래 명품 소비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 진입 장벽을 낮춘 시도로 볼 수 있다.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나심비(나를 위한 소비)’, ‘플렉스(돈을 자랑한다는 뜻의 은어)’ 등 자기 중심의 소비를 한다.

친구들을 만나면 테이블 위에 화장품 파우치를 올려놓는다. 서로가 가진 화장품 정보를 교환한다. 밀레니얼 세대들에겐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이때, 가볍게 꺼내 플렉스할 수 있는 게 바로 럭셔리 브랜드 립스틱이다. 에르메스 버킨백은 천만 원이 넘지만, 루즈 에르메스는 몇만 원에 살 수 있다. 가장 쉬운 명품 소비의 형태가 바로 립스틱이다.


루즈 에르메스는 에르메스 퍼퓸&뷰티 부문 최고경영자(CEO)인 아그네스 드 빌러가 연구 개발했다. 5년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였다. 아티스트, 주얼리, 퍼퓸 등 에르메스 부문별 대표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역량을 총집결했다.

출시한 24가지의 컬러는 에르메스 부티크의 번지수(24)를 기념했다. 기능적, 환경적으로도 뛰어나다. 스틱 케이스 안의 립본체를 리필할 수도 있다. 최소량의 플라스틱을 사용하였고 포장 용기도 재활용 종이를 사용했다. 충분한 소장욕을 제공하는 에르메스만의 구성이다. 또, 한정판으로 출시하여 바이럴 효과를 지속시킨 부분도 눈에 띈다.

* 루즈 에르메스 컬렉션은 에르메스 퍼퓸 매장(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본점, 경기점, 센텀시티점)과 에르메스 부티크 매장(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온라인몰(S.I.VILLAGE)에서 구매할 수 있다.

MZ 세대의 명품 소비 동향 2
명품 브랜드, 새로운 모델을 찾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Gucci)는 최근 12시간에 걸쳐 진행된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광고 캠페인 촬영 현장을 공개했다.


구찌는 에필로그 컬렉션을 12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공개된 133개의 독특한 룩북(look book·패션 관련 제품 정보를 담은 책자) 이미지 중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실제 모델이 아닌 구찌 디자인팀 직원을 모델로 세웠다. 그들이 공개한 룩북 이미지는 전문 모델의 컷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소비자에게 진정성을 전했다.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이미지는 바이럴 효과를 냈다.

버버리(Burberry)도 2021년 봄여름 프리컬렉션용 룩북 제작을 사내 모델로 진행했다. 특히 실제 자신이 사는 집 앞에서 사진을 찍어 리얼리티를 강화했다.


콧대 높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왜 슈퍼모델이 아닌, 일반인들의 사진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기 시작한 것일까? 이 역시 답은 MZ세대에게 있다. 이들은 진정성 있고 친밀감 높은 콘텐츠를 원한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를 공략하기 위해 치열하고도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MZ 세대의 명품 소비 동향 3
구경도 구매도 휴대폰으로

명품 브랜드들은 그동안 터부시하던 카카오톡 선물하기, 국내 공식 온라인몰 오픈 등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소비가 자리 잡았고 온라인을 이용하는 MZ세대의 명품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명품브랜드의 구매는 2017년에만 24% 증가했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9~10%에 이른다. 오는 2025년엔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라이브커머스를 적극 활용한 명품 판매도 돋보인다. 리얼타임으로 소비자와 의사소통을 하며 브랜드 컨텐츠를 알릴 수 있는 장점을 살린 것이다. 또, 온라인 쇼핑에 친숙한 2030 소비자들의 수요 또한 반영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라이브커머스는 장소나 시간 제약 없이 시청이 자유롭다. 구매 전환율도 기존 이커머스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업계 최초로 자체 방송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 내의 럭셔리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에스아이라이브(S.I.LIVE)를 위해서였다. 방송은 매주 월요일 저녁 8시부터 약 1시간 동안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진행한다. 에스아이빌리지 회원에게만 공개되는 시크릿 럭셔리 방송으로, 한 벌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에르노 패딩도 판매된다. 럭셔리 뷰티 브랜드 또한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모델에게 제품 시연을 하며 발색이나 제품의 특징을 자세히 설명하는 컨텐츠를 선보인다.


과거엔 ‘쉽게 접할 수 없어야 명품’이었다. 그러나, 비대면 시대에 MZ세대가 주도하는 명품 소비시장에서는 그 의미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건 명품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산업에 대한 재정의와 함께 새로운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필요한 시대다.

목민경 신세계인터내셔날 10MONTH 팀장

오래도록 설레는 브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패션&라이프스타일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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