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없이 18분 동안 살아남은 포유류!?

조회수 2019. 8. 13. 07: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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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벌거숭이 두더지 쥐?
출처: Thomas Park/UIC
강인한 생명력과는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생김새.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실험용 동물계의 슈퍼히어로입니다. 벌거숭이 두더지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들의 결과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요. 특정한 고통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으며 암에 면역력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출처: East African Mammals: An Atlas of Evolution in Africa, Volume 2, Part B: Hares and Rodents
두더쥐 쥐그림. 오른쪽 아래는 땅을 파는 건가요?

동물학자이자 동물 관련 책을 많이 저술한 조나단 킹던(jonathan Kingdon)은 자신의 책 <East African Mammals: An Atlas of Evolution in Africa, Volume 2, Part B: Hares and Rodents> 에서 벌거숭이 두더지쥐를 뻐드렁니쥐과에 속하는 설치류의 일종이라고 설명합니다. 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서식하며 굴을 파는 습성이 있다고 하네요.

산소 없이 18분 생존

이번에 벌거숭이 두더지쥐의 또 다른 ‘초인적인 능력’을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산소 없이 18분을 생존했다고 합니다. 비결이 뭘까요.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높은 수치의 이산화탄소가 있거나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독특한 저항력을 가졌습니다.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보통 땅 속에서 300마리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집락을 구성하며 사는데요. 땅 속에서는 산소의 양이 희미하기 때문에 이번 실험 결과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실험 설계

그렇다면 그 원리는 무엇일까요? 일리노이 대학교 신경과학자 토마스 파크(Thomas Park) 교수와 독일 막스 델브뤽 분자의학센터의 개리 레윈(Gary Lewin) 교수는 벌거숭이 두더지쥐가 생존하기 위한 산소의 최소량은 얼마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벌거숭이 두더지쥐와 일반 쥐를 산소가 없는 상자에 넣었습니다.

일반적인 쥐는 1분 안에 숨을 거뒀습니다.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1분이 지나자 분당 심장박동수가 200회에서 50회로 감소했고 의식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18분이 지나고 상자를 열어 산소를 공급하자마자 바로 회복했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움직였다고 합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벌거숭이 두더지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분을 대사하는 과정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인간을 비롯한 다른 포유류들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당 분해’ 과정을 거쳐 포도당을 분해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산소가 필요한데요. 산소가 없다면 젖산균과 같은 부산물들이 당 분해의 과정을 방해하게 됩니다. 그러면 에너지 생산이 어려워지고 세포가 죽기 시작해 목숨을 잃게 되는 거죠.

연구진은 벌거숭이 두더쥐는 산소가 없으면 포도당 대신 프룩토오스(fructose)와 수크로오스(sucrose)라는 당분을 사용했고, 이를 에너지로 만들 때는 산소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룩토오스(fructose)와 수크로오스(sucrose)?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백과사전을 보면 프룩토오스는 과즙 속에 있으므로 과당이라고도 합니다. 물에 잘 녹으며 단맛은 설탕의 약 1.5배가 된다고 합니다.

수크로오스는 설탕, 자당, 시카로오스라고도 한다네요. 광합성 능력이 있는 모든 식물에 잇으며 특히 사탕수수와 사탕무에 저장해두는 당으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출처: 과학창의재단
프룩토오스 분자식.
출처: 과학창의재단
수크로오스 분자식.
프룩토오스 운반체 GLUT5

연구진은 또한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몸 전체에 걸쳐 GLUT5라는 분자의 수치가 높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생명과학대사전>을 보면 GLUT5는 과당인 프룩토오스를 세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추가적으로 프룩토오스를 당분해에 용이하도록 변형시켜주는 효소를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경이로운 환경 적응력

일반적으로 프룩토오스는 당분해의 여러 단계 중 후반에 작용하는 당분인데요. 산소가 없으면 당분해의 첫 번째 과정부터 막혀버리기 때문에 에너지 생산이 불가능해집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생리학 그렌트 멕클랜드(Grant McClelland) 교수는 “산소 없이도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물고기나 거북이도 이런 방식으로 진화하진 않았다”며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환경에 따라 진화한 동물의 아주 훌륭한 예”라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오슬로 대학의 비교생리학자 에릭 닐슨은 “아직 프룩토오스로 전환하는 방법이 동물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명확하다”며 충고했습니다. 그는 체온을 낮게 유지해 신진대사작용을 늦추는 것과 같은 다른 신체활동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음을 짚었습니다.

벌거숭이 두더지쥐의 에너지 변환에 대해 확실하게 정의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인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예를 들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가 오면 뇌로 흘러들어가는 산소의 공급이 차단되고 뇌세포가 죽기 시작합니다. 토마스 파크 교수는 “프룩토오스를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뇌세포가 죽는 시간을 상당량 지연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두더지쥐들의 능력을 인간에 적용한다면 향후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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