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도 '데어데블' 가능한가?

조회수 2019. 8. 5.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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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다
'데어데블' 스틸컷

슈퍼 히어로 ‘데어데블’을 아시나요? 그는 어린 시절 방사능 폐기물에 노출돼 실명했습니다. 대신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은 초인적으로 발달하게 되죠. 특히 소리만 듣고도 주변 환경을 완벽히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여러 능력을 활용해 악당들에 맞서 싸우죠.

그런 놀라운 능력은 슈퍼 히어로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나 봅니다.  <Science> 온라인판에는 보통 사람도 청각만으로 주변 환경을 인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습니다.

평범한 사람도 ‘데어데블’이 될 수있을까

연구는 MIT 공대의 Aude Oliva와 Santani Teng, 그리고 그의 동료들이 진행했습니다. 먼저 연구자들은 3 가지의 다른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1. 박수 소리
  2. 금속 막대가 부딪히는 소리
  3. 테니스 공이 튕기는 소리


그러고 나서 음성 프로그램으로 3가지 크기의 방 안에서 나는 배경음(자연음)과 섞었죠. ‘가상의 방’을 만든 겁니다. 실험을 통해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1. 소리만으로 물건을 구분할 수 있는지
  2. 그 물건이 있는 공간의 크기를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참가자 14명을 모집했습니다. 모두 눈이 멀쩡한 사람들이었죠. 그들은 연구진이 준비한 소리들을 이어폰으로 듣고 구분해야 했습니다. 실험을 위해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전자식뇌촬영도(MEG)를 착용 한 채로 말입니다.

실험 방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의 소리를 연속적으로 들려줍니다. 곧바로 두 소리가 같은 소리인지 아닌지 질문했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크기 방의 박수 소리 + 공 소리 -> 질문

같은 크기 방의 같은 소리를 두 번 들려 주기 -> 질문

다른 크기의 방에서 나는 공 소리 -> 질문

등이 있겠죠. 다른 여러 형태로도 문제가 주어졌습니다. 실험은 150번 정도 시행됐습니다.

결과

실험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방 크기의 경우 참가자들은 작은 방과 중간 방의 차이를 55% 확률로 구분해 냈습니다.

중간 방과 큰 방의 차이는 70%나 알아챘죠.

작은 방과 큰 방의 차이는 무려 90%의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박수 소리, 금속 막대, 테니스 공의 구분도 각각 70~100%의 확률로 정답을 맞혔다고 합니다.

실험 중 실시된 뇌 촬영 결과는 주목할 만했습니다. 참가자들이 물건의 소리를 정확히 구분했을 때 뇌의 측두엽에서 신호가 발생했습니다. 측두엽은 시각과 청각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죠. 이곳이 소리를 듣고 약 0.13 초 정도 후에 반응했습니다. 그러나 공간의 크기를 구분할 때는 0.386 초 정도가 걸렸습니다.

물건의 소리를 구분할 때와 공간의 크기를 구분할 때 뇌가 다르게 작용한 겁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 차이점을 더 명확하고 깊이 알기 위해 추가적인 실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기획한 Santani Teng은 뇌가 공간의 크기를 측정하는 핵심 요소는 소리의 울림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이에 대해 그는 <Science>지와의 인터뷰에서 ‘뇌는 소리의 반향이 얼마나 걸려서 없어지는지 측정한다’며 ‘큰 방은 더 지속적인 울림을 만들고 뇌는 그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는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위해

연구자들은 앞으로도 관련 실험을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번 실험은 눈이 보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됐죠.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실험해보지 않았습니다. 연구자 Santani Teng은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소리를 더 빨리, 더 잘 구분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당신이 사람이든 아니든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의 뇌는 비가시적인 정보에 특화될 것이다.”

그들의 예상은 들어맞을까요? 그들은 궁극적으로는 이 프로젝트로 눈이 안보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눈'을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정말로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그동안 불편하게 살아왔던 맹인들이 한 결 더 수월하게 생활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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