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서 쭈글쭈글한 손가락, "물 때문 아냐"

조회수 2019. 6. 15. 00: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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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샤워를 오래하거나 목욕탕에 오래 앉아 있으면 손가락이 쭈글쭈글해지는데요. 흔히 물이 피부에 스며들어 영향을 끼쳐서 손가락과 발가락 끝이 쭈글쭈글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물 때문이 아니라고 합니다.

'목욕탕에서 손이 쭈글쭈글해지는 이유'라고 검색해보시면 피부와 물의 상호작용 때문이라는 이른바 과학적인 설명이 나옵니다. 해당 설명은 간략하게 아래와 같은데요.

피부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각질층에 물이 스며들어 세포가 부풀어오른다. 하지만 각질층 아래 위치한 과립층은 지방으로 꽉 차 있어 물이 스며들지 못한다. 그래서 피부에 주름이 생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설명은 사실과 다릅니다. 지난 1936년 런던 세인트 메리병원에서 토마스 루이스 등 과학자들은 팔이 마비된 환자들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팔이 마비된 환자들은 목욕탕 속에 아무리 오래 앉아 있더라도 손이 쭈글쭈글해지지 않았는데요. 더욱 놀라운 것은 마비가 없는 손가락은 쭈글쭈글해졌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의도적으로 손과 발을 마비시켜도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로서 과학자들은 목욕탕에서 손끝과 발끝에 주름이 잡히는 이유가 물이 우리 피부에 침투해 일어나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닌 우리 신경계가 우리 피부가 물에 장시간 노출되면 쭈글쭈글해지도록 명령을 내리는 능동적인 과정임을 밝혀냅니다.

그러면 우리 몸은 어떻게 손가락에 주름이 잡히도록 하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 있는 땀샘이 물이 있음을 알아채고 신호를 보내면 손에 주름이 잡힌다고 추정할 뿐입니다. 과학자들은 해당 신호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신호를 보낸 뒤의 과정은 비교적 잘 밝혀졌습니다. 땀샘으로부터 신호를 받으면 신경은 사구체라고 불리는 조그만 혈관의 혈류를 줄입니다. 이때 수축한 사구체 때문에 손과 발에 주름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럼 왜 우리 몸의 신경은 물에 노출된 손가락과 발가락에 주름을 잡는 이런 능동적인 과정을 수행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가설만 있을 뿐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는데요. 가장 유력한 추론은 인류가 물에 젖었을 때 미끄러지지 않고 힘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인데요.

인류의 조상이 나무를 타고 다닐 때 비가 오더라도 손에 주름이 잡혀 나무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진화한 것이 현재 인류까지 내려왔다는 설명입니다.  

##참고자료##

  • 마티 조프슨, <똑똑 과학 씨, 들어가도 될까요?>, 홍주연, 서울:자음과모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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