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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 경험하는 '임사체험' 아세요?

조회수 2019. 4. 13. 09: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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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X arte
출처: 유튜브/ 갓교실
임사체험,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임사체험 마리아 사례(1984)
내 이름은 마리아. 일을 하던 도중 갑자기 가슴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숨도 쉬기 힘들었다. 심장 마비였다. 나는 시애틀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고 입원해야 했다. 그런데 중환자실에서 다시 한 번 가슴을 쥐어 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심장마비였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내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 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상했다. 내 몸은 갑자기 떠올랐고 병실의 천장까지 올라갔다. 그때 내 시야에 들어온 모습은 나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들의 모습이었다. 나는 병실을 빠져나갔다. 내 몸은 3층 창가까지 점점 떠올랐고 그때 나는 3층 창가 선반에 놓여있던 테니스화를 보았다.


그러다 정신이 아득해졌고, 눈을 떠보니 중환자실이었다. 나는 이 놀라운 경험을 중환자실 사회복지사인 킴벌 클라크에게 털어놓았다.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그녀는 내말을 확인하기 위해 3층에 다녀왔고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내가 3층 창가 선반에서 보았던 그 신발이었다.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 사례의 하나로 유명한 '마리아 사례(1984)'입니다. 흔히 임사체험을 겪은 사람들은 마리아처럼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후 되살아났고, 그 과정에서 임사체험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영혼을 믿는 사람들은 임사체험과 환생이야말로 사후 세계에 대한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국제임사체험연구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Near-Death Studies)에 따르면 임사체험 대부분은 삶을 뒤돌아 보게 하는 등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임사체험자의 9~23% 정도는 공포, 공허, 허무, 고통 등의 부정적 경험을 경험합니다. 이렇게 임사체험의 형태는 다양하게 보고되는데요. 그럼에도 임사체험자들은 5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 자신의 몸 위로 떠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드는 유체이탈체험
  • 의식이 몸으로부터 분리됨
  • 터널이나 복도를 통해 어둠으로 들어감
  • 어딘가로 이어지는 터널 끝에서 밝은 빛을 봄
  • 빛, 신, 천사, 사랑하는 사람, 그곳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죽어가는 사람을 환영하는 '저 세상' 
정말 죽었다 살아난 걸까?

임사체험을 영어로 쓰면 'Near-Death Experience'입니다. 말 그대로 '죽음과 가까운 경험', '거의 죽는 체험'인데요. 우리가 임사체험을 '죽음과 가까운 경험'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사체험은 말 그대로 '거의 죽은' 상태이지 '죽은' 상태가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죽어서 사후세계에 다녀왔다는 주장은 이들이 실제로 결코 죽지 않았다는 사실로 반박할 수 있습니다.


임사체험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기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죽었다거나, 임상적으로 죽었다고 강조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이들은 정말 죽었던 것일까요? 

출처: 유튜브/Weird World
실제로 뇌파가 정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책 <천국의 발명>에 따르면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응급의 마크 크리슬립은 죽었다고 주장한 몇몇의 환자 뇌파검사 원본 판독 내용을 검토했습니다. 실제로 뇌파의 그래프가 느려지거나 약해지는 등의 변화가 생기기는 했지만 바이탈 그래프가 완전히 일직선으로 뻗어버린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환자의 경우 극소량의 혈류만 남아 있어도 뇌전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또한, 마크 크리슬립은 영국 의학학술지 <Lancet>에 발표한 임사체험 연구도 분석해봤는데요. 이 연구에서 저자들은 임상적 사망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임상적 사망이란 부적절한 혈액 순환이나 부적절한 호흡, 혹은 양쪽 모두에 의해 뇌로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무의식 기간이다. 이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5분 내지 10분 안에 시작하지 않을 경우 뇌에 비가역적 손상이 일어나 환자가 죽는다.

하지만 환자들은 임상적 사망 상태에서 대부분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덕분에 뇌로 산소가 든 혈액이 공급됐습니다. 그러므로  <Lancet>에 게재된 논문에 제시된 정의에 따른 '임상적 사망'을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없던 것이죠. 이에 마크 크리슬립은 "심장이 2분에서 10분정도 멈췄다가 즉각적으로 소생했다고 해서 임상적으로 사망한 것은 아니며 그저 심장이 박동하지 않고 의식이 없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임사체험은 사실 '뇌가 만든 환상'?!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의 응용인지심리학과 부교수 Neil Dagnall, 인지 및 초심리학과 부교수인 Ken Drinkwater가 <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내용에 따르면 임사체험을 설명하는 가장 과학적인 접근법은 임사체험을 '뇌 영역 간 상호작용'으로 해석하는 방법입니다. 


출처: fotolia
좌뇌와 우뇌가 달라서?

신경과학자인 Olaf Blanke와 Sebastian Dieguez는 임사체험의 종류를 두 가지로 분류했는데요. 첫 번째는 좌뇌와 관련된 특징입니다. 시간의 변화나 비행의 느낌과 관련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우뇌와 관련됐는데요. 영혼을 보거나 영혼과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 혹은 낯선 목소리를 듣거나 음악 소리를 드는 것과 관련 있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뇌 영역 간의 서로 다른 상호 작용들은 각기 구별되는 임사체험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출처: fotolia
측두엽은 바로 뇌의 노란색 표지 부분.

측두엽 역시 임사체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하는데요. 이 부위는 감각 정보와 기억을 처리하는 데 관여합니다. 따라서 측두엽의 비정상적 활동은 이상한 느낌이 들게 하거나 환영을 보게 만든다고 합니다.

신경학자 고(故) 올리버 색스의 책 <환각>에 소개된 스위스 로잔공대의 신경과학자 올라프 블랑케(Olaf Blanke)의 실험에서는 환자의 뇌 측두정엽(temporoparietal junction)을 전기로 자극해 '그림자 인간'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한 여성 환자가 누워있는 동안 이 영역에 살짝 자극을 줬더니 이 여성은 자기 뒤에 누군가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더 강한 자극을 주었을 땐 그 '누군가'가 젊기는 한데 성별은 가늠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fotolia
터널 끝에 빛이 보이는 건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의 착각'

뇌에 산소가 부족할 경우 '측두엽 발작(lobe seizures)'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경우에도 환각이 나타나곤 합니다. 심리학자 수전 블랙모어는 임사체험과 유체이탈체험에서 나타나는 '터널 효과'가 망막으로부터 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뇌 뒤쪽 시각피질이 자극받아 나오는 결과일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즉, 산소가 결핍되는 저산소증이 일어나면 시각 피질에 있는 신경 세포가 정상적인 발화 속도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뇌의 다른 영역에서 이것을 동심원 형태나 고리, 나선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이러한 뇌의 착각이 마치 사후 세계의 터널을 다녀온 것처럼 묘사될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pixabay
측두엽 우측 모이랑 신경 모듈을 전기로 자극했더니 '유체이탈'

자신의 몸 위로 떠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드는 유체이탈체험 역시 눈 위쪽 뒤에 자리잡고 있는 뇌 측두엽의 오른쪽 모이랑(angular gyrus)과 관련 있다고 하는데요. 뇌전증 발작으로 고생하던 43세 여성이 수술하는 동안 올라프 블랑케 로잔공대 교수는 오른쪽 모이랑의 신경 부위를 전기로 자극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여성은 "침대에 누워있는 내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데 다리와 아래쪽 몸통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연구진은 이 영역의 인접한 부위를 자극했습니다. 침대 위 2m 정도, 그러니까 천장에 가깝게끔 자신이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에 신경과학자들은 뇌 피질의 전기자극을 통해 유체이탈체험과 같은 복잡한 체성감각환각(somatosensory illusion)을 인위적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임사체험을 설명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임사체험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몇 가지 이론이 있긴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직도 임사체험을 유발하는 요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임사체험은 단지 뇌의 상호 작용에 불과한 걸까요? 아니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일까요.


<천국의 발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치밀하게 풀어냈습니다. 저자인 마이클 셔머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사이비 과학, 창조론, 미신에 맞서 싸워온 인물이자 과학적 회의론자를 위한 잡지 <스켑틱(Skeptic)>의 발행인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죽음과 사후세계뿐 아니라 영혼, 영생, 종교, 천국, 환생 등을 과학적으로 톺아보며 냉철하게 사안을 바라볼 것을 집요하게 환기합니다.

##참고자료##

  • 마이클 셔머, 「천국의 발명」, 북21, 2019
  • Agrillo, Christian. "Near-death experience: out-of-body and out-of-brain?."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15.1 (2011): 1-10. 
  • Van Lommel, Pirn, et al. "Near-death experience in survivors of cardiac arrest: a prospective study in the Netherlands." The Lancet 358.9298 (2001): 2039-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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