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돌도끼 만들려면 '300시간은 공 들여야'

조회수 2019. 2. 21. 10: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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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문명의 여명이 비추기 시작한 시대인 구석기. 과거에는 인류가 다른 영장류에 비해 지능을 발달시켰던 이유로 도구의 사용과 직립보행으로 꼽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류학에서는 불의 사용으로 조리법이 변한 덕분이라는 학설이 힘을 얻고 있었습니다. 식재료를 가열해 음식을 만들어 소화가 편해졌고 잉여 영양분이 뇌를 발달시켜 소화 기관이 작아졌다는 설명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하버드대 영장류학자인 리처드 랭엄 교수가 내놓은 '요리가설'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미 과학월간지 에 실린 한 기고문을 보면 도구 사용 역시 인류의 뇌를 발달시킨 주요 변인으로서 무시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구석기 시대 후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북부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 출처: wikimedia commons

구석기라는 용어는 19세기 초에 명명됐습니다. 선사고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덴마크의 C.J.톰센이 인류의 역사를 석기와 청동기, 철기로 나눈 이래, 영국의 J.러벅이 석기를 다시 구석기와 신석기로 나눈 때부터 사용됐습니다. 구석기는 인류가 최초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 것이 특징이죠.

아슐리안공작 시대의 특징인 주먹도끼들. 출처: wikimedia commons

구석기는 다시 전기와 중기, 후기로 나뉘는데요. 약 240만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구석기 전기의 석기 문화는 올두바이공작(Oldowan Industry)과 발달한 올두바이공작(Oldowan Industry), 아슐리안공작(Acheulean Industry)으로 구분됩니다. 각각의 시대로 넘어올수록 뗀석기가 정교해지죠.

흔히 구석기의 석기가 만들기 쉽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는데요. 미국 에모리대학교 인류학자인 디트리히 스타우트 교수는 지난 2016년 에서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직접 구석기의 주먹도끼를 만드는 데 300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합니다.

스타우트 교수 또한 구석기의 도구를 만드는 게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 당황했다고 하는데요. 그는 주먹도끼 제작 과정을 통해 인류의 진화는 도구 제작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합니다. 스타우트 교수는 호모 에렉투스에게 '호모 아틱펙스'라는 별칭을 붙였다고 해요. 아틱펙스는 라틴어로 기교, 장인정신 등을 뜻합니다.

도구 제작이 인류의 지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스타우트 교수는 도구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두뇌활동을 측정하는데요. 그 결과 올두바이공작의 석기를 만들 수 있게 된 사람의 뇌에서 측두엽의 모서리위이랑의 활동이 커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두뇌의 영역은 주어진 공간에서 위치를 인식하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또 올두바이공작보다 더 정교한 아슐리안공작의 주먹도끼를 만들 수 있게 된 사람의 뇌에서는 전전두엽의 오른쪽 하전두엽이랑이 활성화됐는데요. 이는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 때 인지적 조절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뇌의 영역입니다.

이에 대해 스타우트 교수는 "석기제작의 특징은 가르침을 받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석기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인류는 석기의 제작 과정에서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언어구사능력을 진화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참고자료##

강석기, <과학의 위안>, 서울:MID, 2017.

Emory University, The Minds of Stone Age Toolmakers, YouTub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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