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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DNA 해킹하면 '감기로도 살해 가능'

조회수 2018. 9. 7. 07: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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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대통령이 위험하다

하버드대학교 정치과학과 2학년생 사만다는 소포를 하나 받습니다. 소포 안에는 알약이 들어있죠. 사만다는 새로 출시된 합성 환각제라고 생각하고 약을 왼쪽 콧구멍에 쑤셔 넣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합니다.

출처: Evanoir

사만다가 옷을 다 입을 무렵이 되자 그 알약은 녹기 시작했고 몇 가닥의 DNA가 그녀의 코 점막 세포 안으로 들어갑니다. 파티용 환각제를 기대했던 사만다의 예상과는 달리, 환각 효과는 없었습니다. 대신 가벼운 감기에 걸렸습니다. 

그날 늦은 저녁, 사만다는 약간 열이 났고 수십억 개의 바이러스 입자가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왔습니다. 이 입자들은 기하급수적인 연쇄반응을 통해 캠퍼스 주위로 계속 퍼져나갔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가벼운 열이나 콧물이 났죠. 그러나 그 증상 이외에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사만다나 다른 사람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무해한' 바이러스를 가지고 캠퍼스를 돌아다녔죠.

출처: Evanoir

그 주, 하버드대학교의 케네디스쿨에서 미국 대통령의 강연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첩보 기관은 어떠한 이상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그 때는 감기와 독감이 유행하던 12월이었습니다.

출처: Evanoir

그런데 캠퍼스의 여러 사람이 가벼운 감기에 걸리게 한 '무해한 바이러스'는 특별한 DNA 염기서열을 가진 세포를 만나면 치명적으로 변하는 녀석이었습니다. DNA 염기서열은 바이러스에 숨어 있던 유해한 기능을 발현시킬 일종의 '분자 열쇠'였습니다. 그 특정한 염기서열을 가진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빠르게 진행하는 퇴행성 신경계 질환을 유발합니다. 기억력 상실과 극단적인 편집증 증상을 보이다가, 최종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세계에서 그 특정 염기서열을 가진 유일한 사람은 바로 미합중국의 대통령 뿐이었습니다.

과연 터무니없는 이야기일 뿐?

SF소설의 한 장면 같습니다. 그런데 21세기 신기술들을 다룬 책 <투모로우랜드>에 따르면 이미 비슷한 기술이 상당히 발전한 상태라고 합니다. '맞춤 의학'과 유사한 기술이기 때문인데요.

맞춤 의학은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이용해 특정인의 특정 암세포만을 죽이는 방법입니다. 최근 유전학의 발전에 힘입어 인류는 각각의 암이 고유한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연구의 초점은 개인화된 치료법 개발로 옮겨가는 중이죠.

이 기술을 이용하면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시 나타나는 정상세포의 손상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핀란드의 제약회사 온코스 테라퓨틱스(Oncos Therapeutics)는 맞춤형 치료법으로 이미 200명 이상을 치료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출처: pixabay(변형)
유전자 맞춤형 기술,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생물학적 범죄는 현재 매우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겠죠. 이 기술의 타깃이 '나의 암세포'에서 '대통령의 신경세포'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전망입니다.

출처: 백악관
아일랜드 맥주 기네스를 들고 건배하는 오 전 대통령.

플로우 게놈 프로젝트의 공동설립자 겸 연구책임자 스티븐 코틀러는 <투모로우랜드>를 통해 "미국 비밀경호국(the Secret Service)은 이미 대통령의 DNA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영국 <데일리 메일(Daily Mail)>에 따르면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1년 5월 아일랜드의 한 선술집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자리를 뜨자마자, 경호원이 대통령이 마신 잔을 재빠르게 수거해 갔습니다.

비밀경호국 요원은 대통령이 접촉한 모든 물체를 수집하기 위한 특수 가방을 가지고 다니며, 대통령의 침구, 음료용 컵 등 대통령이 접촉하는 모든 물건들을 수거하고 폐기, 세척한다는 설명인데요. 잠재적인 범인이 대통령의 유전자를 훔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입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대통령이기 전부터 자신의 DNA를 보호하기 위해 치밀하게 주의를 기울였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영화 <가타카>의 주인공 '빈센트(에단 호크)'는 자신의 유전 정보를 주위에 흘리지 않기 위해 머리카락, 피부 각질조차 흘리지 않도록 매일 아침 때를 밉니다. 손톱, 머리카락을 벗겨내듯 씻고 나가죠.

출처: 백악관
"나처럼 곱슬머리네!" 5살 꼬마 위해 허리 숙인 오 전 대통령.

일상 생활에서 이렇게까지 자신의 유전 정보를 챙기는 사람이 있을까요? 잠재적인 범인이 대통령의 DNA를 얻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차라리 대통령 유전체 공개해라"

대통령의 DNA를 더 철저히 숨기는 방법은 끝까지 유효할까요? 대통령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완벽 차단하는 일은 힘든 일입니다. <투모로우랜드>의 저자 스티븐 코틀러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안을 던집니다. "대통령의 유전체를 완벽하게 보호한다는 보장이 어려우니 차라리 공개해 철저히 관리하자"는 주장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가에서 고급 인력을 고용하고 시설을 갖춰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컴퓨터 과학에서 사용하는 '모의 해킹(penetration testing)' 방법을 생명과학자들이 이용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민간에서 특수한 유전정보를 보호하는 방법, 그리고 이를 뚫는 방법을 서로 연구하다 보면 공격 전략과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다는 논리인데요. 정부 기관에서는 이를 통해 실제 위험 요소를 예측하고 방어 전략의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얼마나 많은 '불가능'이 가능해질까

21세기가 들어서면서 기술이 얼마나 많은 '불가능'을 '일상'으로 바꿨는지 떠올려 보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TV 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언을 가볍게 이겼습니다. 다리를 절단한 사람은 생체공학 다리를 장착해 암벽 등반까지 하는 시대가 왔는데요.

출처: 유튜브/Jothy Rosenberg
암벽을 등반하는 휴 헤르!

스티븐 코틀러는 "이러한 기술 발전이 생명과학분야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발전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고 지적합니다.그리고 그 기술의 도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데요. 이미 개발됐거나 연구 중인 기술이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한 분들은 <투모로우랜드>에서 그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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