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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너지를 액체에 저장한다"

조회수 2018. 12. 20.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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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fotolia
햇빛이 투과하지 못해..

만약, 지구에 대규모 핵전쟁이 일어나거나 슈퍼 화산이 터져 화산재가 하늘을 가린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햇빛이 대기를 뚫고 지상으로 내려오기 힘들어집니다.

우리는 무한한 태양에너지 사용을 포기해야 할까요? 태양에너지를 미리 어딘가에 저장해놓고 꺼내 쓸 순 없을까요?

출처: fotolia
태양에너지를 유체에 보관한다면!

실제로 과학자들은 수십년 간 태양에너지를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고 하는데요. 태양에너지는 무한하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지만, 효율적으로 장기 저장이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 연구팀이 햇빛 에너지를 몇 달 혹은 몇 년간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할 수 있는 태양열 연료(solar thermal fuel)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노르보나디엔에서 퀘드리시클란으로.

스웨덴 찰머스 공대(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 과학자들이 태양열 연료(solar thermal fuel)라 불리는 특수 유체를 개발했습니다. 이 유체는 태양에너지를 10년 넘게 저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개발된 유체는 액체 형태의 분자인데요. 탄소와 수소 및 질소로 구성돼 있는 노르보나디엔(norbornadiene)입니다. 햇빛이 이 유체에 닿으면 원자 사이의 결합이 재배열됩니다. 노르보나디엔의 이성질체(isomer)인 퀘드리시클란(quadricyclane)으로 형태가 변하게 됩니다. 그러면, 퀘드리시클란의 강한 화학적 결합 사이에 에너지가 포획되며 저장되는 원리입니다.

참고로 이성질체란 분자식은 같으나 분자 내에 있는 구성원자의 연결방식이나 공간 배열이 동일하지 않은 화합물을 말합니다.

출처: 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
이렇게 작동해요.

연구팀은 찰머스대학교 공과대학 건물 옥상에 새로운 태양열 연료를 넣고 테스트할 수 있는 시범시스템(prototype system)을 구축했습니다. 이 장치는 중앙에 파이프가 있는 오목한 반사경으로 이뤄져 있어 위성 접시 안테나처럼 태양을 추적합니다.

이 시스템은 순환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투명 튜브를 펌핑하면 유체가 햇빛을 받아 가열됩니다. 이때 노르보나디엔(norbornadiene) 분자가 열을 가둘 수 있는 이성질체인 퀘드리시클란(quadricyclane)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후 퀘드리시클란의 강한 화학적 결합으로 에너지가 포획돼 상온(room temperature)으로 유체의 온도가 떨어져도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사냥꾼 덫에 잡힌 먹이처럼 태양에너지를 꽉 물고 놓지 않는 것이지요.

이후 에너지를 사용해야할 때 유체의 분자를 원래 형태로 다시 전환시킬 수 있는 특수 촉매에 여과시킵니다. 그렇게 되면, 저장돼 있던 에너지는 열 형태로 방출되며 유체를 63℃ 온도로 따뜻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연구에 참여했던 찰머스대학교 나노물질과학자(nanomaterials scientist) Kasper Moth-Poulsen은 "이성질체에 현재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8년"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따뜻해진 온기는 건물의 온수기, 식기세척기, 의류 건조기 등을 가동하는 가정용 난방 시스템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출처: 유튜브/The Daily Conversation
테슬라 파워웰 베터리도 비슷한 원리.

연구팀은 이 사이클을 통해 125번 이상 유체를 넣어 테스트했는데, 분자에 손상을 주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이 유체가 250Wh/kg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며 이는 테슬라의 파워웰(powerwall) 배터리보다 두 배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테슬라의 파워웰 베터리는 리튬이온 재생배터리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저장합니다.

이번 연구로 태양에너지를 태양열 연료에 최장 18년간 저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됐지만, 연구팀은 향후 시스템을 개선해 110℃ 이상의 더 많은 열을 얻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연구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이 기술은 10년 이내에 상용화 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하는데요. 태양에너지를 저장해 놓았다가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군요.

                            ##참고자료##

Zhihang Wang, Anna Roffey, Raul Losantos, Anders Lennartson, Martyn Jevric, Anne U. Petersen, Maria Quant, Ambra Dreos, Xin Wen, Diego Sampedro, Karl Börjesson, Kasper Moth-Poulsen. Macroscopic heat release in a molecular solar thermal energy storage system.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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