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표준시 통일..동경시, "도쿄시간 아냐"

조회수 2018. 5. 3. 0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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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북한 '표준시' 변경

제3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중 하나로 '시간 통일'이 성사됐습니다. 남한보다 30분 느렸던 북한 시간이 5월 5일부터 서로 같아지는 건데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장 대기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나서 즉석에서 결정했다고 청와대가 밝혔습니다.

출처: 청와대
서울 표준시보다 30분 늦는 평양 표준시.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평화의 집 대기실에 걸려 있는 바로 이 두 개의 시계를 보고 매우 가슴이 아팠다고 합니다.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
"평양이 서울보다 30분 느렸어?!"

왜 평양과 서울 간 30분이라는 시간 차가 있었는지 잠깐 짚어드릴게요. 시간을 나누는 기준은 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세로선인 '경도'입니다. 거의 비슷한 경도에 자리하면서도 평양과 서울은 3년 전부터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이 평양을 세로지르는 경도를 표준시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출처: YTN 특보 갈무리
문 대통령이 30분의 시간을 넘나들었던 순간.

지난 2015년 8월 15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 표준시를 빼앗았다"고 발표하며, '평양 표준시'를 사용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UCT +8:30을 쓰기 시작한 건데요. 이번에 북한이 다시 우리와 같은 UTC +9를 쓰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우리의 표준시는, 'UTC +9'

어느 지역이 낮일 때 지구 반대편은 밤입니다. 따라서 각각 다른 표준 시간을 사용해야 해요. 해가 가장 높게 떴을 때, 적어도 그 부근에 정오가 오고, 한밤 중이 자정이 되는 게 다들 받아들이기 편하지 않겠어요?

따라서 각 지역마다 시각이 다릅니다. 지구의 전체 각도 360˚를 24시간으로 나누면 각 15˚당 1시간이 됩니다. 따라서 15˚ 단위로 1시간 차이가 나도록 설정하면 되지요.

UTC는 '협정 세계시'라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Coordinated Universal Time, 프랑스어로는 Temps Universel Coordonné 이라고 하는데요. 영어 약자는 CUT, 프랑스어 약자는 TUC인데, 약자는 왜 UTC인지 궁금하시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설명에 따르면 두 언어 다 C, T, U가 들어가고, 특정 언어를 더 우세하게 놓는 걸 막기 위해서 순서를 바꿔 UTC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기준, 즉 UTC +0은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입니다. 그리니치 천문대는 1675년 세워진 오래된 영국의 천문대입니다. 세계의 시간은 그리니치 천문대와의 시차에 따라 GMT(Greenwich Mean Time)로 표기합니다. 직접 방문하시면 땅에 그려진 0시 기준선을 볼 수 있다네요.

출처: 그리니치 천문대 공식 홈페이지
0시의 기준!

우리나라는 그리니치 천문대보다 9시간 빠르기 때문에, GMT+9로 표기 합니다. 이후 원자시계가 도입되며 GMT는 'UCT'라는 체계로 보정됐습니다. GMT와 UCT의 차이는 1초보다 작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GMT와 UCT는 혼용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시각은 UCT+9라고 해도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표준시는 대표적인 도시에서 시간의 경계선에 가까운 것을 택합니다. 따라서 중국은 베이징과 가까운 120˚ 지점, 일본은 도쿄와 가까운 135˚지점을 시간의 경계선으로 잡고 있어요. 그런데 아래 그림을 보면 우리나라는 가운데 어중간하게 걸쳐 있죠? 이럴 땐 어떻게 할까요?

출처: 구글맵(변형)
동경 120˚(UCT+8)와 동경 135˚(UCT +9)사이의 서울.

북한이 일본을 이유로 표준시를 바꿨을 때 정준희 통일부 당시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일광 절약이나 낮 시간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동쪽을 기준으로 잡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동경 135˚, 그리니치 천문대로부터 9시간 빠른 곳을 우리나라의 표준시 KST(Korean Standard Time)으로 정했습니다.

일제시대에 정한 건 맞지만, 일제의 잔재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었는데요. 만약 우리가 서쪽인 동경 120˚를 기준으로 잡는다면 여름에는 새벽 4시에 해가 뜨고 오후 7시에 해가 지는 셈이니, 생활 리듬과 시각이 맞지 않겠네요. 물론 북한처럼 30분 단위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만, 국제적으로 소통하는데 불편함이 있으니 그렇게 하는 곳은 많지 않아요.


동경시는 도쿄시간이 아닙니다

많이들 헷갈리시는 게, 우리나라 표준시를 얘기할 때 동경시 135˚라는 이야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시간의 기준이 일본의 도쿄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동경은 도쿄가 아닙니다. 경도가 그리니치 천문대로부터 동쪽으로 135˚ 떨어져있다는 뜻이죠. 앞서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동경 135˚는 도쿄가 아닌 '효고'현 일대를 지납니다.

태양을 기준으로 한 정확한 시간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일례로, 서울과 부산의 정확한 시간을 구해보면 둘 다 그리니치 천문대보다 9시간 빠른 게 아닙니다. 서울의 경도는 127˚이기 때문에 계산해보면 8시간 28분 빠릅니다. 부산의 경도는 동경 130˚이기 때문에 8시간 40분 더 빨라요. 이를 다 고려하면 너무 불편하겠죠. 서울 사람과 부산 사람이 '대전에서 4시 반에 만나'라고 약속을 잡았을 때 12분 차이가 나는 셈이니까요.

금융이나 항공편 등등을 생각해보면 그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일정 범위의 지역별로 대표적인 도시를 잡고, 그 도시에서 가까운 선으로 기준시간을 맞추는 겁니다.

실제 위치별 시각이 궁금하신 분들은 곳곳에 설치된 '해시계'를 찾아보세요. 서울의 경복궁 사정전 앞이나 대전의 국립중앙박물관 등에는 앙부일구의 복제품이 설치되어있는데요. 가운데 달린 축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눈금을 따라 읽으면 그 지역의 시각을 알 수 있답니다. 그리고 휴대폰 시간과 비교해보시면 약 30분 정도 차이나는 걸 알 수 있으실 거에요.

어제의 해안선과 오늘의 해안선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 다이오메드 제도
출처: Wikimedia commons
날짜변경선! 국가에 따라 들쭉날쭉해요.

시작은 그리니치인데 끝은 어디냐고요? 세계지도에서 '날짜변경선(International Date Line)'이라고 써있는 선이 바로 양쪽 끝입니다. 날짜변경선보다 서쪽은 그리니치의 시간보다 12시간 느리고, 동쪽은 9시간 빠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가운데의 작은 두 섬 사이로 날짜경계선이 지나갑니다.

날짜변경선에 걸쳐있는 섬으로 '다이오메드 제도(러시아어로 그보즈데브제도)'라고 불리는 두 섬이 있습니다. 날짜변경선이 유난히 동쪽으로 삐져나온 부분에 다이오메드 제도가 있어요. 큰 섬은 러시아령, 작은 섬은 미국령인데요. 그 사이에 날짜변경선이 지나갑니다. 따라서 그 사이의 거리는 4km 이하 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차이는 20시간이 나는 셈입니다. 낯설지요?

'표준'은 달리 말하면 편리한 대화수단입니다. 표준시 통일을 시작으로 남북의 다양한 표준들이 통일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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