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과학자

이곳은 태국 남부의 한 열대우림. 개미 한 마리가 휘청거리며 기어다닙니다. 이윽고 해가 높이 솟자 개미는 나뭇잎에 매달립니다. 이 개미는 왕개미속 목수 개미(Camponotus leonardi)인데요. 이 개미는 지금 곰팡이에 점령을 당했습니다.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죠. 혹시 뭔가 떠오르시는 게 있나요? 영화 <부산행>을 보셨다면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이 개미는 곰팡이에 감염돼 '좀비'가 됐습니다. 

바로 '좀비 개미'입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데이비드 휴즈(David Hughes) 박사와 연구진이 평범한 개미가 좀비가 되는 과정을 밝혀냈습니다. 원인은 곰팡이(Ophiocordyceps unilateralis)입니다. 이 곰팡이 포자가 개미를 지배합니다. 감염된 개미는 집으로 가는 대신 곰팡이가 번식하기 적당한 장소로 이동합니다. 그러곤 죽게됩니다.

이 연구 결과는 2011년 학술지 <BMC Ecology>에 "Behavioral mechanisms and morphological symptoms of zombie ants dying from fungal infection"라는 제목으로 발표됐습니다.

구체적인 좀비화 과정을 3단계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1. 감염

곰팡이 포자가 개미의 숨구멍을 통해 개미 체내로 들어갑니다. 곰팡이는 개미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조직들만 남겨 놓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연조직들(Soft tissues)을 먹으며 자라기 시작합니다. 개미가 죽기 직전까지만 갉아 먹습니다.

2. 잎에 착!

감염된 개미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잎 뒤쪽을 입으로 문 뒤 죽게 됩니다. 

3. 포자 생장

죽은 개미의 몸에서 포자를 만들 준비가 되면 균사가 개미 뇌로 침투해 자라납니다. 잎에 매달려 있는 개미 머리를 뚫고 곰팡이 줄기가 나옵니다. 자라난 과실체가 터지게 되면 포자들이 공기 중으로 퍼지게 됩니다. 포자가 뿌려지고 이에 감염된 또 다른 좀비 개미가 탄생합니다.

이렇게 감염된 좀비 개미가 죽고 나면 그 시체가 한 곳에 쌓여 일종의 무덤이 형성됩니다. 곰팡이가 좋아하는 습하고 그늘진 자리에서 개미들이 모여 죽기 때문에 저절로 무덤이 만들어지는 거죠.

또한 곰팡이는 개미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주로 지나다니는 길 위에 좀비 개미를 모아두는 치밀함도 보입니다. 좀비 개미의 머리를 뚫고 곰팡이 포자를 뿌리며 또 다른 개미가 감염되도록 큰 그림을 그리는 거죠.

곰팡이를 무시해선 안 되겠습니다.

책 <기생>의 저자는 이 연구진의 집요함 또한 감탄할 만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연구진은 무려 1,360제곱미터, 약 400평이 넘는 열대우림에서 잎을 하나하나 들춰가며 감염된 개미의 사체를 확인했습니다. 곰팡이가 어떤 환경을 선호하는지, 좀비 개미가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는 위치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이들이 집중 분포하는 지역은 어디인지 연구했습니다. 마침내 좀비 개미의 무덤을 밝혀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