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과학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분석에 따르면 도깨비의 어원은 ‘돗가비’로 ‘돗’과 ‘가비’의 합성어입니다. 돗은 불(火)과 풍요를 상징하고 ‘아비’는 ‘장물아비’, ‘함진아비’처럼 성인 남자를 뜻한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도째비’, ‘도짜비(전라도)’, ‘도까비(경상도)’, ‘도채비(제주도 및 남해 도서지역)’ 등으로 불립니다.

이름에 ‘불(火)’이 들어있는 만큼 도깨비 이야기에서 '도깨비 불'을 뺄 수 없습니다.

조선 중기 성현의 수필집 '용재총화'에도 도깨비 불 이야기가 등장하는데요. 불꽃의 모습이 ‘여럿으로 흩어졌다 다시 합쳐진다. 빙 돌다가 위아래로 흔들리고 쫓아가면 이내 없어져버린다. 또 여기서 꺼졌다가 다른 곳에서 켜지기도 한다’ 묘사되어 있습니다.

도깨비 불을 목격했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회사원 김경숙(42세)씨는 “어릴 때 집 뒤 편 산에서 가끔 파란 불이 생겼다 없어지는 것을 보았다”며 “집안 어른들이 도깨비불이라고 설명해줘 무서웠다”고 말합니다. 도시 생활이 익숙한 요즘엔 도깨비 불 목격담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어두운 시골 길을 걷다가 정체모를 불꽃을 봤다는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의 단골 소재 중 하나입니다.

도깨비 불 현상은 인(P) 화합물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한자 인(燐)은 우리가 아는 인(P)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깨비 불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인은 쉽게 불이 붙습니다. 성냥 끝의 빨간 머리 부분도 인의 일종입니다. 특히 기체 상태의 인화수소는 보통 온도에서도 산소와 반응해 저절로 불이 붙죠. 사람이나 동물의 사체가 썩을 때도 인화수소가 생기는데, 공동묘지 주변에서 도깨비 불이 자주 목격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도깨비 불 목격담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불꽃이 푸른색에 가까웠다는 것과 잠깐 보였다 사라졌다는 것이죠. 인 화합물이 만드는 불꽃은 쉽게 붙는 만큼 금방 사라집니다. 또한 인의 불꽃 반응은 청록색인데 도깨비 불을 본 사람들도 푸른색 계통의 불꽃을 봤다고 묘사하죠. 인화(燐火)현상이 도깨비 불일 가능성을 뒷받침해 줍니다.

인을 이용한 방법은 아니지만 도깨비 불이 나타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티백 종이를 이용한 방법인데요. 먼저 티백을 잘라 내용물을 비우고 원통모양으로 세로로 세웁니다. 세워 놓은 티백 종이에 불을 붙이면 잠시 후 티백 종이가 공중에 떠오르며 도깨비 불과 같은 형상이 되죠.

원리는 간단합니다. 불 붙은 티백 윗부분의 공기가 급속히 뜨거워지며 밀도가 낮아집니다. 티백 주변의 공기도 뜨거워져 위로 상승하려는 현상이 생기면 대류현상이 발생합니다. 다른 종이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티백은 뜨거워진 공기를 타고 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죠.

실험은 매우 간단하고 크게 위험하지 않지만 불을 이용하는 만큼 주의해야합니다. 주변에 탈 수 있는 물질이 없는지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혹시 걱정되는 분들에게는 실험을 권하지 않습니다. 괜히 불장난 했다가 저녁에 오줌 쌀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