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부모도 못 알아보는 '카그라스 증후군'

조회수 2017. 8. 22. 21:26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By 이웃집과학자
출처: 포토리아
응? 이상하다?
"우리 아버지가 아니에요"

"우리 아버지랑 똑같이 생겼지만 아버지는 아니에요." 


"좋은 사람인 건 맞지만 아버지가 아니에요." 

출처: gratisography
눈코입 다 똑같은데 우리 아버지는 아니에요.
출처: giphy.com
아니지롱~

이 말을 하는 사람에게 왜 아버지가 아닌 사람이 당신의 아버지 흉내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는지 물었습니다.


"그게 참 이상해요. 도대체 왜 아버지 흉내를 내려는 걸까요? 어쩌면 아버지가 저를 돌보라고 돈을 주고 사람을 산 건지도 몰라요..."


캘리포니아주립대 UC산타바버라 심리학과 교수 마이클 가자니가의 책 <뇌로부터의 자유>에 등장하는 라마찬드란 교수의 환자 사례입니다. 이 환자가 보고 있던 사람은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이 환자는 '카그라스 증후군(Capgras delusion)'을 앓고 있었습니다.

카그라스 증후군?!
출처: giphy.com

카그라스 증후군이란 '가까운 친구, 가족이 겉모습만 똑같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믿는 정신질환입니다. 심지어 과거의 자기 자신조차 자신과 닮은 다른 누군가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의 신경과학자, 캘리포니아 대학교 라마찬드란 교수의 책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을 보면 카그라스 증후군은 시각 정보와 편도체를 연결하는 회로에 문제가 있어 발생합니다.


뇌의 편도체(amygdala)는 정서적인 반응을 맡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 위치가 표시돼 있죠? 시각 정보가 편도체에 전달되면 평소 아버지에게 느끼던 감정이 생겨야 합니다. 

빨간 부분이 정서를 관장하는 편도체입니다 .

그런데 카그라스 증후군인 사람은 시각과 편도체를 연결하는 회로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박사의 설명을 참고하면 이 환자는 분명 아버지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눈 앞에 있지만, 그 사람에게서 아버지에게 기대하는 감정과 정서를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시각과 감정의 갈등이 일어나고, 이 불일치하는 갈등을 '돈 주고 산 사람'이라는 타협안으로 해결한 거죠.

출처: flickr
전화로만 만날 수 있는 엄마

라마찬드란 교수의 책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에 나오는 사례를 조금 더 볼까요?


"선생님, 이 여자는 제 어머니를 아주 닮았어요. 그러나 어머니가 아니에요. 그저 내 어머니인 척 하는 사기꾼이에요"


이 환자가 실물로 본 친모는 이렇게 못 알아보는데, 전화 상으로는 또 태도가 다릅니다. 옆방에서 방금 전 만났던 엄마와 전화로 통화를 합니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나선 "아, 엄마 반가워요.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말하죠.

출처: giphy.com

왜 실물로 봤을 때와는 다르게 전화 상으로는 어머니를 인지했을까요? 라마찬드란 교수에 따르면 청각에서 편도체로 가는 경로와 시각에서 편도체를 느끼는 경로가 분리돼 있는데, 이 환자의 경우 시각과 편도체의 연결만 손상되어 있고 청각과 연결된 감정을 느끼는 부위는 멀쩡해서 가능하다고 하네요.


사랑하는 어머니를 눈으로 보고도 어머니라 알지 못하다니. 슬픈 증후군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