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 당한 아이, 뇌 쪼그라들어

조회수 2020. 11. 2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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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pixabay
총상이나 자상보다 무서운 '마음의 상처'

때론 총이나 칼보다 더 치명적인 생채기를 남기는 마음의 상처. 나를 둘러싼 타인의 차가운 말과 행동에 가슴에 휑한 바람길이 나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으실 텐데요. 마음의 상처를 넘어 집단 따돌림으로 '정신적 학대'를 당한 청소년기 아이의 고통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의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그런데 이런 통설에 더해 따돌림이 피해 청소년의 신체에 지속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주장하는 최신 연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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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따돌림은 피해자의 신체와 마음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깁니다.

King’s College London 소속 심리학·신경과학과의 Erin Burke Quinlan, Edward D. Barker 교수 등은 고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경우 심리적으로 외상을 입을 뿐만 아니라, 아직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기 학생의 뇌에 실질적이고 영구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하는데요.

연구팀은 14~19세 사이 유럽 청소년 682명을 대상으로 뇌를 스캔하고 정신건강설문지를 수집했습니다. 682명 가운데 36명은 만성적인 집단 따돌림에 노출된 학생이었습니다.


뇌가 줄어들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36명의 두뇌는 따돌림을 경험해보지 않은 학생들과 달랐는데요. 따돌림을 경험한 학생들의 뇌는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크기가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쪼그라든 뇌의 특징은 대뇌핵(大腦核)의 일부인 피곡(被穀)과 대뇌반구의 미상핵(尾狀核)에서 나타났는데요. 이들 부위는 무의식적 운동과 동기부여 등에 관련돼 이상이 생기면 우울증과 불안 등의 감정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은 성인의 뇌도 이 두 부위가 축소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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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은 심리적 위축감과 함께 뇌의 축소라는 외상을 초래합니다.

King’s College London의 Erin Burke Quinlan 수석 저자는 "뇌의 구조적 변화는 보상, 동기 부여, 절제력, 주의력 및 정서적 처리 등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뇌 변화가 정신과 질환의 징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팀은 "과거의 많은 연구들이 유아기와 청소년기의 따돌림을 정신질환과 관련지었다"며 "하지만 우리의 연구는 따돌림이 십대의 정신 건강과 뇌의 구조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첫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소년기는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이때 만성적인 따돌림으로 인해 뇌의 일부분이 미성숙해지면 향후 정신질환을 야기할 개연성이 생깁니다. 연구에 따르면 따돌림을 겪은 아이들의 뇌 수축은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Erin Burke Quinlan는 "자녀의 뇌와 정신 건강을 지키기를 원한다면 따돌림과 집단 괴롭힘을 막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습니다.


##참고자료##

  • Quinlan, Erin Burke, et al. "Peer victimization and its impact on adolescent brain development and psychopathology." Molecular psychiatry 25.11 (2020): 3066-3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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