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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향미료인데 알고 보면 '비버 항문 물질'?!

조회수 2020. 10. 9. 1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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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X 동녘

가공식품 포장지에서 '천연 향미료'가 들어갔다는 표시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향미'는 냄새와 맛이라는 뜻이죠, 한자로는 香味料라고 쓰고 영어로 표현하면 Flavoring Ingredients입니다. 식품에 특정한 향과 맛을 첨가하기 위해 넣는 물질입니다

참고로 향신료(香辛料)도 있죠? 한민족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좋은 향기가 나거나 매운맛·쓴맛·고소한 맛 등을 내는 물질입니다. 보통 식물의 줄기, 뿌리, 잎, 열매, 씨앗 등을 원료로 만들고요, 고추, 후추, 파, 마늘, 생강, 겨자, 깨, 천초 등이 대표적인 향신료입니다. 향미료와 약간 다르죠?


책 <내 몸을 죽이는 기적의 첨가물>에 따르면 식품에 들어간 향미료가 천연이란 말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천연 향미료는 자연 재료에서 추출한 전매 화학 혼합물로 만든다고 하는데요. 천연 향미료와 인공 향미료의 유일한 차이는 천연 향미료가 자연에서 얻은 물질로 만든다는 사실 뿐입니다.

출처: pixabay
천연 사과맛이면 사과즙이 들어갔을까?!

가령, '천연 사과 맛'이라고 하면 사과에서 추출한 즙을 식품에 첨가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천연 사과 맛'을 식품에 쓰려면 향과 맛을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물질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거죠. 이에 더해 유화제 같은 첨가물을 넣어 향미가 제품에 잘 섞이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 <내 몸을 죽이는 기적의 첨가물>의 저자이자 식품 활동가인 바니 하리(Vani Hari)는 "향미료에는 프로필렌글리콜, 폴리소르베이트 80, BHT, BHA 등 100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과 유사한 무색투명한 액체입니다. 습기를 흡수하는 수분 보유 효과와 약간의 방부 효과가 있기 때문에 품질보호유지제로 사용됩니다.
  • 폴리소르베이트 80 : 기름과 물 같은 섞이지 않는 성분을 혼합하는 유화제이다. 식품 외에 화장품, 의약품, 백신 등에서도 사용된다. 주로 아이스크림, 피클, 비타민, 소스에 들어있다 
  • BHT(부틸히드록시톨루렌): 합성 보존제입니다. BHT는 소화관이나 뇌에 일반적으로 그만 먹으라고 알리는 신호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이러한 신호를 방해 받으면 과식과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BHA(부틸히드록시아니솔): 합성 보존제 입니다. BHA는 동물연구에서 암과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혀진 환경 호르몬 입니다. 국제 암 연구 기관은 BHA를 '발암 물질'로 분류했으며 미 보건부 산하의 국립 독성 프로그램에서는 '발암물질'로 판정했습니다.

미국의 환경 연구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에 따르면 FDA는 이 화학 물질을 모두 '부수적 첨가물'로 간주해 따로 표기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FDA는 식품 회사에 향미료 성분 표기를 의무화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향미료는 정체 불명의 재료입니다. BHA 같은 방부제가 천연 향미료에 쓰이더라도 소비자들은 이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바니 하리는 "소비자를 갈취하는 꼼수"라고 말합니다.


비버 항문 향기를 먹고 있다

때때로 천연 향미료에는 딸기와 바닐라 향을 보강하기 위해 카스토레움(Castoreum)이 들어갑니다. 카스토레움은 비버의 항문 샘에서 나오는 물질로 만듭니다. 영국 하트퍼드셔대학교의 약물전달시스템 및 독성학 연구센터의 Robert Chilcott교수가 <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19세기 말에 비버는 이 식품 첨가물과 향을 얻기 위한 인간의 노획 때문에 거의 멸종 위기에 처했었다고 하는데요.

출처: AdobeStock
비버의 항문 샘에서 나오는 향이었어?!

그러던 중 독일 화학자들이 바닐라 맛을 책임지는 화학 물질 중 하나인 바닐린(Vanillin)이 침엽수에서 추출될 수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비버의 멸종 위기는 불행 중 다행으로 피해갈 수 있었죠. Robert Chilcott 교수에 따르면 합성 바닐린은 식품 산업에서 사용되는 모든 바닐라 향미의 약 94%를 차지합니다. 천연 바닐라 추출물이 나머지 6%입니다. 오늘날 비버가 기여하는 천연 바닐라 향미는 고급 식품과 음료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바니 하리에 따르면 '유기농'이나 'non-GMO'라고 확인된 식품이 아닌 이상 성분표에 적힌 이른바 '천연' 향미료에는 GMO 농산물에서 추출한 성분이 잔뜩 들어있다고 합니다. 천연 향미료가 들어간다고 음식의 영양가가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바니 하리는 "천연 향미료가 사실상 천연이 아니며 우리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하는데요.


출처: AdobeStock
포도맛? 딸기맛? 오렌지맛?

향미료 화학자들은 연구실에서 GMO 성분을 비롯해 수백 가지가 넘는 화합물에서 추출한 특정한 맛을 분리하고 혼합하는 방식으로 향미료를 개발합니다. 이때 화학자들이 사용하는 화합물은 실제 음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성분에서 추출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앞서 언급했던 비버에서 추출한 카스토레움 성분을 활용하면 진짜 라즈베리를 전혀 쓰지 않고도 라즈베리 맛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비버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천연'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습니다.

천연 향미료, 우리 미각 교란

1926년 진행된 실험을 잠깐 볼께요. 실험군인 아이들에게 6년간 음식을 직접 선택해서 먹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이 달콤한 음식을 잔뜩 먹었을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다 영양이 아주 풍부한 균형 잡힌 음식들을 골라 먹었습니다. 한 소녀는 아침 식사로 간과 오렌지 주스를 골랐고 구루병이 있는 다른 소년은 이따금 대구간유를 듬뿍 챙겨먹었습니다. 병도 나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실험군에 속한 아이들은 대조군 아이들보다 건강해졌습니다. 대조군은 영양사가 따로 정해준 식단을 유지했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출처: pixabay
토마토 향에는 좋은 성분이 있습니다.

바니 하리는 자연에서 나는 향이 늘 영양의 지표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필요한 영양소가 어딨는지 알려준다는 거죠. 가령, 토마토의 맛과 향은 베타카로틴, 아미노산, 오메가 3같은 필수 영양소를 합성된 겁니다. 토마토 향미는 좋은 성분이 있으니 꼭 먹으라는 정보를 뇌에 알려주는 화학적 신호인 셈입니다.

그런데 식품업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향미는 우리의 미각을 교란 시켰습니다. 식료품 업체는 블루베리를 사용하지 않고도 블루베리 맛을 냅니다. 이런 식이죠. 블루베리의 맛과 향의 주성분인 화합물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블루베리 맛을 내는 값싼 재료를 찾습니다. 나무껍데기나 풀, 이스트 등이 있는데요. 이 과정이 완료되면 실제로 블루베리에서 추출한 성분은 하나도 없고 여러 물질이 배합된 화학 물질로 가득 찬 결과물을 얻게 됩니다. 

암부터 치매까지,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첨가물의 모든 것

바니 하리는 "향미료가 위험한 이유는 음식 중독을 유발해 정크 푸드를 계속 먹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향미료는 음식에 감칠맛을 더해 해로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게끔 유도한다는 겁니다. 바니 하리는 "'천연'이 좋다는 공식은 오해"라며 "식품 포장지에 적힌 성분표에 인공 혹은 천연 향미료라고 적혀 있으면 진열대에 도로 갖다 놓고 다른 대체품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참고자료##

  • 바니 하리, 내 몸을 죽이는 기적의 첨가물, 동녘라이프(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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