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기술

조회수 2020. 7. 13. 07: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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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AdobeStock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분석해 대장암세포의 정상 대장세포로 변환하는데 필요한 핵심 인자를 규명.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대장암세포를 일반적인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초기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암학회(AACR)에서 출간하는 국제 저널 <Molecular Cancer Research>에 게재됐습니다. 

출처: KAIST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대장암세포와 정상 대장세포의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분석했습니다.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 세포로 변환하는데 필요한 핵심 인자를 규명하고 이를 통해 암세포의 정상 세포화라는 새로운 치료 원리를 개발했습니다.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현재 항암 치료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항암 화학요법은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를 공격해 죽임으로써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입니다. 이 기술은 신체 내 정상적으로 분열하고 있는 세포들까지도 함께 사멸시켜 구토, 설사, 탈모, 골수 기능장애, 무기력 등의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게다가 암세포들은 항암제에 본질적인 내성을 갖거나 새로운 내성을 갖게 돼 약물에 높은 저항성을 가지는 암세포로 진화하게 됩니다. 따라서 현재의 항암 치료는 내성을 보이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더 많은 정상 세포의 사멸을 감수해야만 하는 문제를 갖습니다.


출처: KAIST
암세포 유전체 발현패턴의 정상화.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팀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변환하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변화되는 현상은 20세기 초부터 간혹 관찰됐지만 그 원리가 연구되지 않았으며 이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기술도 연구된 바 없었습니다.


1907년 스위스 병리학자 막스 나스카나지(Max Askanazy)가 난소의 기형종(테라토마)이 정상 세포로 분화되는 현상을 발견한 이래로 다양한 암종에서 정상세포로 변화되는 현상들이 산발적으로 보고됐습니다. 이러한 보고에서는 암세포가 돌연변이를 지닌 상태에서 주변 미세환경의 변화나 특정 자극 때문에 정상세포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현상만이 관찰됐습니다.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 억제해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변환

조 교수 연구팀은 시스템생물학 연구 방법을 통해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 세포로 변환할 수 있는 핵심조절인자를 탐구했고, 그 결과 다섯 개의 핵심전사인자(CDX2, ELF3, HNF4G, PPARG, VDR)와 이들의 전사 활성도를 억제하고 있는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인 SETDB1을 발견했습니다.

  • 전사인자 (transcription factor)

DNA의 유전 정보를 읽고 특정 시작점인 프로모터(promoter) 영역에 직접 결합하여 유전자 발현을 시작하게끔 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인간에게는 최소 1,000여 개에서 최대 2,000여 개의 전사인자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에서 여러 유전자들의 조절자 역할을 합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SETDB1을 억제함으로써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정상 세포로 변환할 수 있음을 분자세포실험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대장암세포에서 SETDB1을 억제했을 때 세포가 분열을 중지하고 정상 대장세포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회복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출처: KAIST
정상화된 암세포의 표현형 검증.
  • 후성 유전학적 조절 인자 (epigenetic regulator)

유전자의 발현은 DNA의 염기서열에 의해 조절됨과 동시에 또한 DNA의 메틸화, DNA를 둘러싸고 있는 히스톤 단백질의 변형에 의해서도 조절됩니다. 이처럼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자 발현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기작을 후성유전학적 조절기작이라고 합니다.


즉, 이번 연구에 따르면 암세포에서는 암 특이적으로 활성화된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 SETDB1이 정상세포의 핵심전사인자를 억제해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변환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SETDB1을 조절함으로써 다시 원래의 정상 세포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음을 증명한 겁니다.

출처: KAIST
환자유래의 대장암 오가노이드를 통한 실험적 검증.

조교수 연구팀은 서울삼성병원과의 협동 연구를 통해 SETDB1이 높게 발현되는 대장암세포를 가진 환자들에게서 더 안좋은 예후가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환자 유래 대장암 오가노이드(3차원으로 배양한 장기유사체)에서 SETDB1의 발현을 억제했을 때 다시 정상세포와 같은 형태로 변화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 오가노이드 (organoid)

오가노이드 혹은 장기유사체는 줄기세포의 분열과 분화를 통해 형성된 자가 재생 및 자가 조직화가 가능한 3차원 세포 집합체를 뜻합니다. 기존 배양방식이 본래 조직의 환경을 충분히 모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험실 환경에서 세포를 배양했을 때 본래의 특성을 상실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으로 특수소재를 사용하여 3차원으로 세포를 배양함으로써 본래 조직의 기능을 재현하고 실제 신체 내 환경에 근접한 생리활성을 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치료전략으로
출처: KAIST
대장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변환시키는 초기 원천기술 개발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치료 전략이 적용된다면 현재 항암치료의 많은 부작용과 내성 발생을 모두 최소화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완화해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출처: KAIST
조광현 교수.

조 교수는 "그동안 암은 유전자 변이 축적에 의한 현상이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여겨졌으나 이를 되돌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번 연구는 암을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으로서 잘 관리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항암치료의 서막을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 Lee, Soobeom, et al. "Network Inference Analysis Identifies SETDB1 as a Key Regulator for Reverting Colorectal Cancer Cells into Differentiated Normal-Like Cells." Molecular Cancer Research 18.1 (2020): 11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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