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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잘 마시는 사람? "유전자가 다르다"

조회수 2020. 6. 12. 14: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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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술을 잘 마시는 사람

우리는 흔히 술을 잘 마시거나 못 마시면 엄마나 아빠 탓을 합니다. “나는 아빠를 닮아서 술을 못 마셔” 혹은 “엄마 아빠는 술을 못 마시는데 나만 유독 술을 잘 마셔” 

그런데 그냥 하는 소리로 들렸던 이런 이야기들이 실제로 특정 유전자와 관련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술의 선호도, 소비, 섭취량과 관계된 유전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킹스 칼리지(King's College) 연구진은 유럽인 10만 5천 명을 조사한 결과 'FGF-21'이라는 알코올 소비와 관련된 호르몬을 분비하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인 'B-klotho'가 직접적인 상관관계의 요소인 것을 알아냈습니다. 즉, 'B-klotho'라는 단백질이 뇌에 많으면 술에 대한 선호도와 섭취량, 소비량이 모두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술고래, 주당’과 같은 사람들은 모두 이 하나의 유전자에 의한 것일까요?

술을 잘 마시는 체질

앞선 연구가 술을 좋아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면 술을 잘 마시는 사람들이 가지는 유전자는 다른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보통 알코올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면 두 단계에 걸쳐 분해됩니다. 먼저 ADH라는 단백질이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시킵니다. 이때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얼굴을 빨갛게 하거나 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즉 우리 몸속에 ADH가 많으면 조금만 먹어도 쉽게 얼굴이 빨개지고 머리가 아픈 것입니다. 

출처: pixabay
술을 잘 마시는 사람들이 가지는 유전자?!

반면 ADH가 적으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잘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술을 잘 마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1차 반응을 잘 진행하지 못하면 오히려 알코올이 체내 속에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뇌에 손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반응은 이러한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최종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는 ALDH라는 효소가 관여하는데 이것이 많은 사람은 금세 술에서 깰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술을 잘 마신다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두 유전자가 모두 많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사람들이 술을 못 마시는 이유?
출처: Yi Peng, The ADH1B Arg47His polymorphism in East Asian populations and expansion of rice domestication in history,2010
색이 진할 수록 ADH1B 유전자의 47번째 아미노산이 His인 사람이 많음.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술을 잘 못 마시는 체질을 타고났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ADH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인 ADH1B와 관계있는데요. 

일반적으로 ADH1B 유전자의 47번째 아미노산이 히스티딘(His)인 사람은 알기닌(Arg)인 사람보다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잘 분해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유전자는 아시아인에게서만 나타나며 유럽인은 모두 Arg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아시아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술을 잘 못 마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연구에서 특이점이 발견됩니다. 왜 아시아인만 이런 유전자를 가질까? 이는 농업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예로부터 벼농사를 지어온 우리의 선조들은 술을 마시면 농사를 짓기 힘들다는 것을 유전적으로 학습했습니다. 즉, 술에 취해 일을 못 하는 것을 막기 위해 Arg대신 His을 택한 것이지요.

연구 성과

결과적으로 이러한 연구들은 어디에 이용될까요? 보통 이러한 유전자를 밝히게 되면 알코올 중독 환자의 치료제로 쓰이게 됩니다. 다시 말해 술의 선호도와 관계된 유전자인 'B-klotho'와 주당과 관련된 단백질인 ALDH는 이것의 양이 많으면 더 많은 양의 술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환자의 몸에서 제거하는 것입니다.


술 약속이 많으시죠? 우리는 선천적으로 술을 잘 분해하지 못하는 체질이니 무술년에 걸맞게 개가 될 때까지 마시자! 이런 약속들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모두 적당량의 술로 소중한 분과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 Y Xue, Population Differentiation as an Indicator of Recent Positive Selection in Humans: An Empirical Evaluation, 2009. 
  • Yi Peng, The ADH1B Arg47His polymorphism in East Asian populations and expansion of rice domestication in histor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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