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리 지느러미가 "오염물질 제거 힌트"

조회수 2020. 5. 21. 15: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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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pixabay
가오리~ 가오리~ 아싸가오리~!

바닷속 모랫바닥에 사는 '가오리'는 지느러미를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모래 같은 이물질을 털어냅니다. 이 모습에 영감을 얻은 연구팀이 있는데요. UNIST 정훈의 교수팀과 POSTECH 이상준 교수팀은 물질표면의 오염을 막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출처: UNIST
움직이는 표면의 실제 사진.

자석에 잘 달라붙는 소재를 이용해 가오리 지느러미를 모방한 '움직이는 표면'을 개발한 건데요. 이 표면을 의료기기나 해양시설, 선박 등에서 액체에 닿는 부분에 적용하면 미생물에 의한 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해당 연구 논문은 에 게재됐습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다

방오(防汚, Antifouling) 기술은 물질표면에 미생물 같은 오염물이 달라붙지 않도록 막는 기술입니다. 방오 기술에는 자연모사기법이 자주 이용됩니다. 매미 날개의 독특한 표면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미생물을 제거하는 구조를 개발하는 것처럼 말이죠. 

기존에는 주로 생명체 표면을 구성하는 물질의 화학적 특성을 응용하거나 미세구조를 본떴는데요. 이 경우 화학물질이 분해되거나 표면이 마모되면 기능을 잃어버립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주름 형상의 반복적인 변화를 이용하는 기술을 연구했는데요. 이 또한 이미 부착된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원천적으로 미생물의 표면 부착을 막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움직임을 모방하다
출처: UNIST
가오리 지느러미 움직임을 이용한 방오기술 모식도.

정훈의-이상준 교수팀은 표면 자체의 특성이 아닌 '표면의 움직임'을 모방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기존 자연모사 방오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가오리 지느러미는 파도타기를 하듯 연속적으로 바뀌며 이물질을 털어냅니다. 연구팀은 이 모습에서 실마리를 얻어 움직이는 방오 표면을 만든 것이죠.


제1저자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고한길 UNIST 기계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가오리의 경우 지느러미 모양이 변하면서 그 표면에 소용돌이 흐름인 '와류'가 형성된다"며 "와류는 오염물질이 지느러미 표면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처: UNIST
가오리 지느러미를 모사한 움직이는 표면의 구조.

지느러미 위에는 와류 뿐만 아니라 다른 힘도 만들어집니다. 바로 표면에 대해 수평방향으로 작용하는 '전단응력'입니다. 이 힘은 지느러미 표면을 마치 빗자루로 쓸어내듯 훑어서 오염물질의 부착을 막습니다.

연구팀은 자석에 반응하는 복합소재(Magnetoresponsive composite material)로 '인공근육'을 만들었는데요. 이 인공근육으로 연구팀은 가오리 지느러미의 움직임을 구현했습니다. 자석(자기장)이 이동하면 자석 위에 있는 인공근육이 수축하도록 만든 것이죠. 연구팀은 인공근육이 수축하는 깊이와 주기를 조절해 오염물질의 부착을 최소화하는 조건도 찾아냈습니다.


출처: UNIST
다층 복합 구조의 동적 표면 형상 변화 단면 연속 촬영.


공동 제1저자인 박현하 UN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새로 개발된 '움직이는 방오 표면'은 박테리아로부터 표면을 효과적으로 보호했다"며 "가오리 지느러미와 마찬가지로 표면에 강력한 와류와 전단응력이 유도되어 박테리아가 달라붙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억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UNIST
정훈의 교수

정훈의 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움직임을 이용한 기술은 기존의 움직이지 않는 방오 시스템의 구조 및 성능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오염 방지가 필요한 의료기기나 해양 구조체, 선박 표면 등에 적용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참고자료##

  • Ko, Hangil, et al. "Undulatory topographical waves for flow-induced foulant sweeping." Science Advances 5.11 (2019): eaax8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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