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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모든 방향으로 동일하게 팽창할까?

조회수 2020. 5. 19. 18: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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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천문학자들은 수십년 동안 우주가 모든 방향에서 같은 속도로 팽창한다고 추정해왔습니다. 그런데 ESA의 XMM-뉴턴과 NASA의 찬드라 엑스선 관측선, 그리고 독일 ROSAT 망원경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 핵심전제가 틀렸을 수 있다는 걸 시사합니다.


우주는 모든 방향에서 같은 속도로 빠르게 팽창했다

독일 본대학교(University of Bonn)의 천체물리학 박사인 Konstantinos Migkas 연구원은 그의 지도 교수인 Thomas Reiprich와 소위 등방성 가설(isotropy hypothesis)을 시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검증하기 시작했는데요. 등방성 가설에 따르면 우주는 국지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각 방향에서 대규모로 동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ESA/K. Migkas et al. 2020
이 지도는 ESA의 XMM-Newton, NASA의 Chandra, 독일 ROSAT 망원경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방향의 우주 팽창 속도를 보여주는 지도.최근 연구에서 각기 다른 방향에서의 우주 팽창 속도를 보여준다. ESA의 XMM-Newton, NASA의 Chandra, ROSAT 망원경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방향의 우주 팽창 속도를 보여주는 지도.

그 동안 잘 확립된 기초물리학의 결과로 널리 받아들여진 이 가설은 우주배경복사(CMB)관측에 의해 뒷받침돼 왔는데요. 우주배경복사(CMB)는 138억년 전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Big Bang)에서 나온 빛의 흔적입니다. 따라서 우주배경복사(CMB)가 우주에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다는 건 초창기 우주가 모든 방향에서 같은 속도로 빠르게 팽창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주에서 이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게 됐습니다. 

관찰하는 방향에 따라 다른 밝기로 보인다

Konstantinos Migkas는 본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의 연구진들과 함께 800개가 넘는 은하단의 거동을 조사했습니다. 313개의 은하단 표본을 분석에 사용했으며 NASA의 찬드라 엑스선 관측선이 관측한 237개의 군집과 ESA의 XMM-뉴턴이 관측한 76개의 은하단이 포함됐습니다. 또 ESA의 XMM-뉴턴과 일본-미국의 공동위성인 아스카(Advanced Satellite for Cosmology and Astrophysics, ASCA)의 데이터를 사용해 은하단 샘플을 두 개의 대형 X-선 샘플과 결합해 총 842개의 은하단을 조사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NASA/CXC/Univ. of Bonn/K. Migkas et al.; Illustration: NASA/CXC/M. Weiss
이 그래픽은 전체 우주의 지도를 담고 있으며 우주가 대규모에 걸쳐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지 여부를 테스트하기 위해 분석된 수백 개의 은하단 중 4개를 보여준다.

Konstantinos Migkas는 "등방성 가설이 맞다면 은하단의 성질은 우주를 가로질러 균일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고 말합니다. 천문학자들은 성단에 퍼져있는 극도로 뜨거운 가스의 X-선 온도를 측정해 이 은하단이 우주에서 얼마나 밝게 보이는지 그 데이터를 비교했습니다. 은하단 내의 가스 온도가 높을수록 X-선 광도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온도가 동일하고 유사한 거리에 위치한 은하단은 비슷한 밝기로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관찰한 결과 아니었습니다.


Thomas Reiprich교수는 "우리는 같은 성질을 가진 은하단과 비슷한 온도의 은하단이 한 방향에서는 기대했던 것 보다 덜 밝게 보이고 다른 방향에서 기대보다 더 밝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그 차이는 약 30%로 상당히 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러한 차이는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관찰하는 방향에 따라 분명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진은 은하단까지의 거리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우주론 모델에 도전하기에 앞서 먼저 다른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아마도 감지되지 않은 가스나 먼지구름이 시야를 가리고 특정 지역의 은하단을 더 흐릿하게 보이게 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데이터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은하단이 분포하고 있는 우주의 일부 지역에서는 초은하단과 같은 거대한 구조에서 발생하는 중력 당김으로 물질이 대규모로 움직이며 영향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 또한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습니다.  

출처: ESA
은하단은 우주에 균일하게 분포됐다고 여겨지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ESA의 XMM-뉴턴을 이용해 은하단의 뜨거운 가스 때문에 방출되는 X-선 광선(보라색)을 포착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만약 우주가 지난 몇 십 억년 동안만이라도 이방성(anisotropic)이었던 것이라면 이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이 모든 천체의 특성을 분석할 때 모든 방향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과학자들은 우주론적 매개변수와 방정식의 집합을 적용해 우주에서 아주 먼 천체까지의 거리를 추정합니다. 이 매개변수가 어디에서나 동일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대로 우주가 등방성이 아니라면 이전의 모든 결론들을 재검토해야 할 겁니다.


왜 우주는 균일하지 않게 팽창하나

ESA의 XMM-뉴턴 프로젝트(XMM-Newton project) 과학자인 Norbert Schartel는 "이는 매우 매혹적인 결과"라며 "이전 연구들은 현재 우주가 모든 방향으로 균등하게 팽창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암시했지만, X-선을 이용해 은하단을 대상으로 최초로 시험한 결과이며 큰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균일하지 않은 우주의 팽창이 전체 에너지의 약 69%를 차지하고 있는 미스터리한 우주의 구성 요소, 즉 암흑 에너지 때문에 이뤄질 수 있다고 추측합니다. 암흑 에너지에 대해 알려진 건 거의 없지만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Thomas Reiprich교수는 "빵 안의 효모가 균등하게 혼합되지 않아 다른 곳보다 더 빨리 팽창하는 것과 같다"며 "암흑 에너지가 우주의 다른 부분에서 서로 다른 강도를 지닌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이는 놀랄만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덧붙여 "하지만 다른 설명을 배제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펴려면 훨씬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수십억개의 은하를 이미지화하고 우주의 팽창, 팽창 가속도, 암흑 에너지의 특성을 면밀하게 조사하기 위해 설계된 E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인 유클리드(Euclid)가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SA의 유클리드 프로젝트의 과학자인 René Laureijs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롭지만 연구에 포함된 샘플은 이렇게 심오한 결론을 도출하기엔 상대적으로 작다"며 "이것이 이용 가능한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주론 모델을 정말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유클리드 망원경이 그렇게 할지도 모릅니다. 2022년 발사 예정인 우주선은 암흑에너지가 실제로 우주의 각기 다른 방향으로 불균일하게 확장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이 현재의 발견을 지지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은하단의 특성에 대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해줄 겁니다.


출처: ESA
유클리드(Euclid) 망원경에 기대를 모아본다.

또한 머지 않아 막스플랑크 천체물리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Extraterrestrial Physics)가 만든 X-선 eROSITA 기기에서 추가 데이터가 나올 예정입니다. 최근 발사된 독일-러시아 위성인 Spektr-RG에 탑재된 이 기구는 X-선을 이용해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수만 개의 은하단과 활동성 은하(active galactic) 중심의 발견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우주론 모델의 패러다임이 뒤바뀌는 날이 올까요?

##참고자료##

  • Migkas, K., et al. "Probing cosmic isotropy with a new X-ray galaxy cluster sample through the LX–T scaling relation." Astronomy & Astrophysics 636 (2020): 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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