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에 기생충 키우는 학자들

조회수 2020. 3. 20. 20: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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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기생충은 세균과 다르게 배양이 어렵습니다. 세균을 배양하고 싶으면 배양액에 세균을 묻히면 됩니다. 반면 기생충은 배양액을 묻히고 접시에 놓는다고 해서 자라지 않는다고 해요. 회충 한 마리를 얻으려면 회충알 하나를 먹고 몸 안에서 배양시켜야 하고, 회충 100마리를 얻으려면 회충알 100마리를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생충 연구의 역사는 인체실험의 연구일 수밖에 없죠.


한국 기생충학자들은 자기 몸에 배양해

인류를 천연두에서 구해낸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자신이 개발한 천연두 예방접종을 하녀의 여덟 살짜리 아이에게 맞혔습니다. 연구 결과가 좋았기에 별 탈은 없었지만, 실험 대상이 된 자신의 아이를 보는 하녀의 속은 타들어갔겠죠? 

출처: wikimedia commons
인류를 천연두의 공포에서 해방시킨 의사 에드워드 제너.

요즘은 연구 윤리가 철저해져서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비윤리적인 실험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 기생충학자들은 연구 윤리가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않았던 과거부터, 타인이 아닌 자신의 몸에 기생충을 배양시켜 연구를 했습니다.


1983년 경북 문경에 사는 한 남자의 변에서 정체모를 기생충의 알이 나왔다고 해요. 조사 결과 호르텐스극구흡충이라는 기생충의 알이었습니다. 호르텐스극구흡충은 장디스토마의 일종으로 장염과 소화불량, 통증, 설사 등을 일으키는 기생충입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최초로 발견된 기생충이었는데요.

출처: wikimedia commons
기생충은 배양이 어렵습니다.

호르텐스극구흡충이 발견된 환자가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생긴 서울의대 채종일 교수와 김재입 연구원은 스스로 연구 대상이 되기로 결정합니다. 미꾸라지에서 호르텐스극구흡충의 유충 34마리를 꺼내 사이좋게 나눠먹습니다. 호르텐스극구흡충을 몇 마리나 먹어야 병증이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죠. 그 결과 7마리를 먹으면 5일째부터 통증이 시작되고, 27마리를 먹으면 아파서 잠도 못잘 지경이 되며 날마다 설사를 한다는 결과를 얻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인체를 대상으로 호르텐스극구흡충을 실험했는데요. 두 나라 모두 자원자를 모집해 실험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채종일 교수와 김재입 연구원 외에도 기생충 연구를 위해 스스로 기생충을 먹은 한국 기생충학자들이 많은데요. 아시아조충을 실험하기 위해 조충의 유충을 삼킨 충북의대 기생충학과의 엄기선 교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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