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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갉아먹는 생물 발견

조회수 2020. 2. 17. 18: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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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Northeastern University
야생 Lithoredo abatanica가 나타났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 해양환경학자 J. Reuben Shipway 연구진이 필리핀 아비탄 강에서 돌을 먹는 생물을 발견했습니다. <Royal Society B>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발견된 생물은 배좀벌레조개의 일종으로 석회암을 갉아 먹었습니다. 몸집은 통통하고 튼실한 편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생물을 Lithoredo abatanica라고 명명했습니다.

배좀벌레조개
출처: wikimedia Commons
배좀벌레조개.

배좀벌레조개는 바닷속에 사는 섭식성 조개류입니다. 작은 목선이나 버려진 폐선에서 무리로 발견되는데요. 배에서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서양 사람들은 '배 벌레'라는 의미의 'Shipworm'이라고 부르죠. 

배좀벌레조개는 세계적으로 65종이 넘습니다. 배좀벌레들은 목재, 그 중에서 섬유질을 주식으로 삼습니다. 배좀벌레조개의 껍데기에는 톱날 같은 예리한 돌기가 수두룩 나 있는데요. 배좀벌레조개는 이 돌기들을 이용해 목재를 180도 회전하면서 문질러 구멍을 냅니다. 그 다음 파낸 구멍에 야물고 하얀 석회관을 만들어 그 속에 조개 몸을 밀어내죠.

이 때문에 목재로 만든 배를 많이 이용하던 옛날에는 배좀벌레조개가 배의 목재를 갉아먹어 굴을 만들어 배에 물이 새는 일이 종종 생기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터널 굴착기가 이 배좀벌레조개를 모티브로 해 만든 발명품이라고 합니다. 굴착기 발명가인 마크 브루넬은 수중 터널을 뚫기 위해 고민했는데요. 배좀벌레조개의 특징을 알게된 후 1818년 배좀벌레조개의 굴착법을 그대로 적용해 터널 굴착기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누구냐

연구진이 발견한 10cm 길이의 Lithoredo abatanica는 기본적인 구조가 배좀벌레조개와 유사합니다. 껍질에 톱날 같은 돌기들이 나있었죠. 하지만 기존의 배좀벌레조개들에게서 볼 수 있는 수백 개의 돌기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은 반면 Lithoredo abatanica의 돌기는 수십 개지만 mm 길이로 기존의 배좀벌레조개들보다 컸다고 합니다. 또한 배좀벌레조개들과 달리 몸이 반투명하고 덩치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연구진은 바위 내에서 반투명한 Lithoredo abatanica 몇 마리를 잡아 다양한 검사와 해부를 실시했습니다. 분석 결과, Lithoredo abatanica는 기존의 배좀벌레조개들이 목재를 소화시키기 위한 맹장기관이 없었다고 합니다. 대신 장에 돌 조각들이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Lithoredo abatanica은 돌을 먹고 모래 형태로 배설한다고 하는데요. 연구진이 장에 있는 돌 조각들을 화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동물들이 살던 장소에 있는 돌 조각들과 일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Lithoredo abatanica가 돌을 먹어서 어떤 영양분을 섭취하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Lithoredo abatanica가 돌에 붙어있는 플랑크톤이나 박테리아 등을 섭취한다고 추측하고 있는데요. 또한 Lithoredo abatanica는 몸 길이 만큼 긴 아가미가 있으며 그 안에서 박테리아가 발견됐기 때문에 공생 관계를 맺고 먹이를 섭취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유용해
출처: Northeastern University
바위에서 발견된 Lithoredo abatanica.

Lithoredo abatanica의 돌을 먹는 식습관은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좋은 방향으로 말이죠. Lithoredo abatanica가 뚫어놓은 구멍에서는 게, 새우 등이 발견됐는데요. Lithoredo abatanica가 돌을 갉아먹어 만든 굴은 작은 물고기와 새우 등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Lithoredo abatanica가 만든 구멍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천의 침식에 영향을 줘 강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입니다. Shipway는 "Lithoredo abatanica가 암석을 모래로 만드는 과정이 강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같이 생물로 인해 발생하는 침식 현상을 'macrobioerosion'이라 부르는데 담수 환경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Lithoredo abatanica의 아가미에 있는 박테리아가 공생 관계를 맺어 도움을 준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내성 박테리아를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항생제 개발에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이 새로 발견된 생물들이 배좀벌레조개의 계통수에서 어느 위치에 적합한지 유전체 분석을 더 할 예정이며 Lithoredo abatanica가 돌을 먹기 위해 어떻게 진화했는지 잠재적으로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참고자료## 

  • 권오길 <권오길이 발견한 발칙한 생물들> 
  • 우리누리 <그래서 이런 발명품이 생겼대요> 
  • Shipway, J. Reuben, et al. "A rock-boring and rock-ingesting freshwater bivalve (shipworm) from the Philippine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86.1905 (2019): 2019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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