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중심 내핵 "철 눈송이로 덮였다"

조회수 2020. 2. 12. 08: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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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요약

<JGR Solid Earth>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엄청난 열과 압력 하에 놓인 지구의 내핵 윗부분은 철로 된 눈송이로 덮여 있다고 합니다. 눈은 지구 지표의 어떤 눈송이보다 훨씬 더 무거운 작은 철 입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눈은 녹아 있는 외핵에서부터 떨어져 내핵의 윗부분에 쌓이게 되는데요. 무려 321km 두께로 내핵을 덮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The University of Texas
지구 내부를 단순화한 그래픽. 흰색과 검정색 층은 철 결정체가 들어있는 슬러리 층을 나타낸다. 철 결정체는 외핵(흰색)의 슬러리 층에서 형성된다. 이 결정체는 눈처럼 내핵으로 내린다. 그리고 내핵에서 쌓여 그 위에서 단단해진다(검은색).
  • 본문

1960년대 초, 과학자 S.I. Braginkskii는 내핵과 외핵 사이에 슬러리층(slurry layer)이 존재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핵이 높은 열과 압력 조건 하에 놓여있다는 널리 알려진 사실은 이 이론을 잠식시켰습니다. 


그런데 쓰촨대학교(Sichuan University)의 Youjun Zhang 교수가 핵과 비슷한 물질을 이용한 실험에서 확보한 새로운 데이터와 최근의 학술 문헌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내핵과 외핵 부근에서 결정작용(crystallization)이 가능하며 외핵의 최하부의 약 15%는 분별결정작용이 가능했던 건데요. 이를 통해 철 합금(Fe alloy) 기반의 결정체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결정체는 액체상태의 외핵에서 떨어져 고체 상태인 내핵 상부에 쌓이게 됩니다.

연구에 참여했던 테네시대학교(University of Tennessee) 조교수 Nick Dygert은 "이는 약간 특이한 생각일 수 있다"라며 "외핵 내에 있는 결정체들이 수백km의 거리를 두고 내핵 위에 눈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내핵 윗부분에 쌓인 눈은 지구 지표의 어떤 눈송이보다 훨씬 더 무거운 작은 철 입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눈은 녹아 있는 외핵에서부터 떨어져 내핵의 윗부분에 쌓이게 되는데요. 무려 321km 두께로 내핵을 덮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화산 내부에서 암석이 형성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하는데요.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텍사스대학교(The University of Texas) 잭슨스쿨(Jackson School) 지구과학과 교수인 Jung-Fu Lin는 "지구의 금속성의 핵은 우리가 지각에서 더 잘 알고 있는 마그마 챔버처럼 거동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중국 쓰촨대학교(Sichuan University)의 Youjun Zhang 교수가 주도했습니다. 지구의 핵은 샘플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구진은 지구를 통과하는 파동 에너지 형태의 지진파를 이용했는데요. 기록된 지진파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지구의 핵과 관련한 최근 모델링에 기반해 예측되는 값과 최근 지진파 데이터 사이에서 이상 값이 발견됐습니다. 지진파의 파동이 모델링에서 예측되는 값 보다 외핵의 하부에서는 더 느리게 이동했습니다. 반면 동쪽 반구(eastern hemisphere)의 내핵 상부를 통과할 때에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파동이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쌓여있는 눈이 지진파 이상 값의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슬러리 같은 구성이 지진파의 속도를 늦춥니다. 쌓여 있는 눈의 크기 변화는 지진파의 속도 변화를 설명해주는데요. 연구진에 따르면 동쪽 반구에서 더 얇고 서쪽 반구로 갈수록 두꺼워진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이러한 이상 값에 대한 설명의 일환으로 철 입자로 이뤄진 눈으로 덮인 내핵에 관한 가설을 제안합니다. 

결정작용(crystallization)

가스나 액체 또는 흩어져 있는 물질들이 모여 결정을 이루는 과정입니다. 혹은 용액의 용질이 결정으로 변하는 과정입니다. 발생 속도는 여러 물리화학적 조건, 특히 온도와 유체의 점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액체상에서 고체상으로 변화할 때에는 결정의 핵이 발생하고 결정의 핵이 성장하는 두 단계의 과정을 겪게 됩니다.



분별결정작용(fractional crystallization)

마그마가 냉각될 때 여러 광물이 차례로 정출되는데 이 결정체가 마그마와 반응해 다른 결정을 형성하거나 성분을 변화시킵니다. 이 과정을 분별정출작용 혹은 분별결정작용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반응과정을 통해 여러 종류의 화성암이 생성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마그마 분별결정작용(Fractional crystallization).
  • 논의 

이번 연구에서는 핵 사이에서 발생하는 철 입자로 이뤄진 눈을 지표 근처의 마그마 챔버 내에서 발생하는 프로세스와 비교하는데요. 이 프로세스에는 용융체에서의 광물의 결정화 과정이 포함됩니다. 마그마 챔버에서 마그마와 결정의 분별 작용이 일어나는 결정작용을 '분별결정작용(fractional crystallization)'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집적암(Cumulate Rock)'이 만들어지는데요. 집적암(Cumulate Rock)은 마그마에 떠다니던 결정체들이 침전되며 축적돼 만들어진 화성암입니다. 이러한 결정체의 축적은 일반적으로 마그마 챔버 바닥에서 발생하는데요.


출처: fotolia
화산 분해하면 이런모습. 마그마챔버.
마그마 챔버(Magma Chamber)

다량의 마그마가 모여있는 지하의 공간을 말합니다. 화산 바로 아래에는 2~10km의 비교적 얕은 곳에 존재합니다. 지하 수십 km의 깊은 곳에서 생성된 마그마는 주위의 고체암석보다 비중이 작은 고온의 액체라서 부력에 의해 서서히 상승합니다. 지하 5~10km 깊이에 도달하면 주변 고체 암석도 압력이 마그마의 비중과 비슷하게 되고 마그마는 부력을 잃고 그 장소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렇게 마그마가 축적돼 있는 부분을 마그마 챔버라고 합니다.

지구의 중심에 있는 핵에서도 철의 다짐작용(compaction)은 내핵의 성장과 외핵의 감소에 기여합니다. 핵은 자기장 생성과 지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열 방출까지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현상들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핵의 구성과 거동에 보다 더 자세히 이해하는 건 중요합니다. 이에 핵의 더 큰 프로세스를 이해하는데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출처: AdobeStock
지구의 중심에 있는 외핵과 내핵 사이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이번 연구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지구내부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지구과학과 교수인 Bruce Buffet은 "이 연구는 지구 내부에 관한 오랜 의문점에 직면하고 있으며 지구의 핵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더 많은 것들을 밝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합니다. 그는 "모델 예측과 변칙적인 관측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자면 액체 상태의 핵의 가능한 구성에 대해 추론할 수 있다"며 "이 정보를 행성이 형성될 당시 만연했던 조건과 연결시킬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덧붙여 "시작 조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가 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참고자료##

  •   Zhang, Youjun, et al. "Fe alloy slurry and a compacting cumulate pile across Earth's inner-core boundary." arXiv preprint arXiv:1903.1257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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