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말하기 능력 '직립보행'의 선물이다?!

조회수 2017. 4. 18. 10:24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By 이웃집과학자
왜 인간만이 말할 수 있을까?
출처: <potensial2success.com>

인간에게 ‘말하기’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아기는 옹알이를 시작하는 생후 6개월부터 무서운 속도로 말을 배워갑니다. 마치 자신이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말이죠.

반면 당나귀나 고양이, 강아지가 인간 같은 언어를 구사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당나귀나 고양이도 ‘야옹’ 이라던가 ‘히히힝’ 같은 울음소리를 낼 수는 있는데 정작 인간의 언어 구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지능이 낮아서 말하는 방법을 모르는 걸까요?

학계 중론을 종합하면 당나귀나 고양이, 심지어 원숭이조차 아무리 똑똑해진다고 한들 인간처럼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발성 기관이 다른 동물과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포유동물들의 성대

Elliot Pinson의 저서 <음성언어의 이해, 1993>에 따르면 사람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포유동물들은 유사한 발성 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소리 또는 울음소리의 근원은 후두(Larynx)내부에 위치한 성대(聲帶, vocal cords)입니다. 사람의 성대에는 V자 모양으로 양편에 얇은 막이 존재합니다. 그 가운데 공기가 지나가는 통로를 성문(聲門, glottis)이라고 합니다. 공기가 지나가면 성문 양쪽의 얇은 막이 좌우로 진동하면서 소리가 발생합니다. 한옥의 문풍지 사이로 바람이 들어올 때 소리가 나는 이치와 비슷합니다.

출처: <drananda.com>

개, 고양이, 당나귀 등 많은 동물들이 성대를 가지고 있고 울음소리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타 줄만 튕겨서는 음악을 연주할 수 없듯 동물들은 인간처럼 다양한 말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말하기 능력, 직립 보행 덕?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특수한 발성 기관을 갖추게 된 배경엔 직립보행이 있습니다. 의학박사이자 음성학 전문가인 김형태 박사는 저서 <보이스 오디세이, 2007>에서 이 구조 차이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출처: <geneticdisorders.info>

네 발로 걷는 동물들은 폐부터 후두, 인두, 구강까지 연결이 지면과 수평이자 일직선을 이룹니다. 하지만 인간은 직립 보행을 시작하면서 척추와 머리뼈가 90도의 각도로 꺾입니다. 이 과정에서 성대가 있는 후두가 아래로 내려오게 됩니다. 이렇게 하강한 후두 덕분에 인두(Pharynx), 즉 공명을 위한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겁니다.

현생 인류처럼 직립 보행을 했지만 이미 멸종한 네안데르탈인들은 어땠을까요? 직립 보행이 말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면 네안데르탈인들도 말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인류학자 Ruggero D’Anastasio의 2013년 논문 <Micro-Biomechanics of the Kebara 2 Hyoid and Its Implications for Speech in Neanderthals>을 보면 정말로 네안데르탈인 또한 현생 인류 같은 발성이 가능했으리라 추정됩니다.

출처: <www.bbc.com>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밀랍으로 만든 복원상
출처: <journals.plos.org>
네안데르탈인의 설골(舌骨, Hyoid)화석으로 복원한 조음 기관의 3차원 이미지. A: 정면, B: 측면.

연구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을 이용해 3차원적으로 그들의 발성 기관을 재구성했는데요. 유인원과는 다르고 현생 인류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사실은 인류의 직립 보행이 언어 발생 능력과 매우 관련이 높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통기타의 울림통 ‘인두(Pharynx)’

언어 구사에 있어서 직접적으로는 ‘인두’가 매우 중요합니다. 조음 기관에서 침팬지와 인간의 해부학적 차이를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출처: <lionsofgood.com>

침팬지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두(Pharynx)의 위치와 크기입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인두란 성대와 혀 사이에 있는 넓은 공간입니다. 위 사진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곳입니다. Peter denes과 Elliot Pinson의 저서 <음성언어의 이해, 1993>을 보면 성대를 기타 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곳에 비유했을 때 인두는 통기타의 울림 통입니다. 성대에서 발생한 소리를 증폭시키고 변형하는 역할을 하죠. 인간이 말할 수 있는 다양한 모음(vowel)은 이 인두에서 만들어집니다.

출처: <www.keyword-suggestions.com>

인간의 발성 기관을 보면 인두의 크기가 침팬지보다 훨씬 큽니다. 인두가 구강과 분리된 이관형(two-tube)구조입니다. 또한 인간은 울림통의 역할을 하는 인두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데요. 마치 다양한 크기의 울림통을 갖춘 파이프 오르간처럼 울림통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기에 더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침팬지는 인두가 성대와 혀 사이에 위치하지 않습니다. 구강과는 분리되어 위쪽에 있습니다. 즉 성대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입으로 나올 때 인두를 지나지 않는 겁니다. 이러한 단순한 구조를 일관형(one-tube) 구조라고 합니다.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동물은 일관형(one-tube) 발성 기관을 가졌습니다. 인간처럼 다채로운 소리를 내지 못하고 단순한 울음소리를 내는 데 그치는 이유입니다. 

출처: <keyword-suggestions.com>

아기가 발음을 웅얼거리면서 정확하게 내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아기는 발성 기관이 완전히 발달하지 못해 성대가 자리한 후두가 완전히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침팬지와 유사한 인두 구조가 되는데요. 인두를 온전한 발음 구사에 활용하기 힘들게 됩니다.

구관조나 앵무새는?

특정 조류 중에는 인간의 말을 따라할 정도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종이 있습니다. 구관조 또는 앵무새 같은 새들입니다.


새의 지저귐 소리는 개, 고양이 또는 사람과 같은 동물의 울음소리와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놀랍게도 새들은 인간처럼 소리를 내는 성대(vocal chords)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에 울대(syrinx)라는 새로운 발음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울대는 새의 성대 아랫부분인 기관과 기관지쪽에 위치합니다. 짹짹거리는 새의 울음소리는 울대에서 만들어집니다. 

출처: <heathngordon.com>
울대(Syrinx)는 기관지에 위치한 새의 조음 기관

구관조나 앵무새와 같은 새들은 울대 주변 기관(trachea)의 근육을 수축시키거나 늘어뜨리는 등 모양을 변형시켜 다양한 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관조나 앵무새의 목소리는 단순히 인간의 목소리를 모방하는 것일 뿐 대부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학생 기자단 현규환(kinggury1@scientist.town)


페이스북 방문

카카오플러스친구 등록하기

인스타그램 방문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