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에서 난자·정자 제작

조회수 2020. 2. 8. 16: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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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태아의 탄생은 난자와 정자의 만남부터 시작합니다. 한 성별에서 한 가지 생식세포만 가질 수 있죠. 남자와 여자가 만나야 각각의 생식세포가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런데 만약 시험관에서 난자와 정자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요?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 연구자들은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에서 얻는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317 중 '아홉'이 새끼 됐다
출처: new china
난징 의대 연구진의 연구 모식도.

난징의대를 비롯한 중국 공동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를 원시생식세포(primodrdial gem cell)로 분화시키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원시생식세포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해 배아로 자랄 때 만들어집니다. 이 세포가 나중에 정자나 난자가 됩니다.

이 원시생식세포를 새끼 생쥐의 고환에서 얻은 체세포, 성호르몬 등을 적절히 배합한 배양액에 넣었습니다. 그결과 정자로 분화하기 직전의 상태인 '정세포'를 얻었습니다. 이를 난자와 수정시켜 한 번 분열한 상태의 수정란 317개를 대리모 생쥐의 자궁에 착상했는데요. 317개 중 9개가 성공적인 발생 과정을 거쳐 새끼가 됐다고 합니다.


성공률 낮은 게 아닌가?

정세포를 인위적으로 생쥐 몸 밖에서 만들어 이렇게 성공률이 낮은 걸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책 <강석기의 과학카페>에 따르면 연구진은 비교를 위해 수컷 생쥐 고환에서 얻은 정세포로 만든 수정란 148개를 만들었습니다. 자궁에 착상시킨 결과 14개가 성공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시험관 정세포의 성공률이 약 3%, 진짜 정세포의 성공률이 약 9% 정도로 차이가 다소 납니다. 그러나 책 저자에 따르면 정세포가 탄생한 장소 때문이라기 보단 완전한 정자가 아니라서 성공률이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자(정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연구 발표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난자'도 시험관에서 얻었습니다.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 결과입니다. 일본 규슈대학교와 도쿄농업대 연구진은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난자를 분화시켜, 그 난자에서 새끼를 얻었습니다.

출처: 규슈대
배아줄기세포에서 얻은 난자

하야시 교수 연구진은 이미 2012년에 체세포에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 cell/iPSC)를 원시생식세포(primordial germ cells)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시험관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쥐의 난소에 넣어줘야 난자가 될 수 있었죠.


몇년 후 도쿄농업대 오바타 야오이 교수의 연구진이 생쥐 배아에서 얻은 원시생식세포를 시험관에서 난자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두 연구진이 만나 배아줄기세포와 체세포에서 난자를 만든 겁니다. 물론 생쥐의 '안'이 아니라 시험관에서 말이죠.

출처: 규슈대
배아줄기세포에서 만든 난자가 수정해 태어난 새끼들
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와 체세포에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줄기세포'라는 이름은 같지만, 시작이 다릅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아직 분화하지 않아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분화 세포를 의미합니다. 원시 단계라고 할 수 있죠.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일반 세포를 배아줄기세포처럼 모든 형태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도록 만든 겁니다. 이 세포를 만들어낸 연구로 2012년 교토대학교의 야마나카 교수 연구진이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생쥐의 난소에서 성숙한 난자에 비해 시험관 난자 수정란이 착상해, 새끼로 이어지는 성공률이 확연히 낮다고 합니다. 시험관 난자의 성공률은 3.5%인데 난소에서 성숙시킨 난자의 성공률은 60%로 차이가 제법 큽니다. 난징대 연구진의 시험관 정세포와 정소에서 얻은 정세포의 성공률 차이가 6% 안팎이었던 걸 생각하면 꽤 큰 차이입니다.


출처: 포토리아
시험관 아기가 정말 시험관에서 태어나는 날도 올까요?

아직 미흡하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불임 부부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험관 정자(정세포)에 성공한 난징대 연구진은 최종적으로 이 방식을 불임부부에게 적용할 수 있을 거라 전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동성애 부부도 친자식을 낳을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레즈비언 부부가 난자 대신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정자를, 게이 부부는 정자 대신 난자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되기까지 넘어야할 장벽이 많겠지만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또 다른 차원의 미래가 성큼 다가온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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