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너 왜 이렇게 맛있냐

조회수 2016. 7. 26. 20: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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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맛있는지 알면 더 맛있다!
라면의 인기

한국에서 라면은 최고의 인기 식품입니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는 2015년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15개 나라를 대상으로 라면 소비량을 조사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연간 1인 당 74.1개의 라면을 먹었습니다. 57.3개로 3위인 인도네시아, 60.3개로 2위인 베트남에 비해 꽤 차이가 있는 1위죠.

출처: 라면 박람회 공식 홈페이지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와 올해 코엑스에서는 세계의 라면을 모아 놓은 ‘라면박람회’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성황리에 막을 내린 이 박람회는 작년 코엑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뽑은 ‘다시 보고 싶은 전시회’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은평구에 사는 김민지(15)양은 “라면이 너무 맛있어서 일주일에 3번은 먹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죠.


비결은 ‘짠 맛’과 ‘매운 맛’

많은 분들이 라면 하면 짭짤하고 얼큰한 국물을 떠올리실 겁니다. 우리나라의 라면은 주로 ‘짠 맛’과 ‘매운 맛’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닐슨코리아 조사결과 실제로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가장 많이 팔린 라면은 ‘짠 맛’과 ‘매운 맛’으로 정평나 있는 농심 ‘신라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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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엔 종류에 따라 한 봉지에 1,000mg에서 1,800mg 이상의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의 일일 권장 섭취량이 2,000mg이니까 라면 한 봉지에 꽤 많은 량의 나트륨이 함유돼 있는 겁니다. 

라면의 짠맛은 맛을 더 진하게 만듭니다. 식욕을 돋우기도 합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저염식을 시도해본 사람들이 ‘음식이 맛이 없다’고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간이 안 되니 맛이 없는거죠.

만약 음식에 짠맛이 전혀 없다면 어떨까요? 마이클 모스의 책 <배신의 식탁>에는 저염식 캠페인을 위해 모든 시제품에서 소금을 빼버린 캘로그 사의 일화가 나옵니다. 작가는 소금기가 없는 콘플레이크에선 금속 맛이 났고, 와플은 지푸라기를 씹는 맛과 비슷했다고 전합니다. 


반면에 매운 맛은 ‘맛’이 아니라 통각(痛覺)이라는 사실, 이제는 상식입니다. 매운 맛은 혀가 느낄 수 있는 5가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개인에 따라서는 매운 맛을 고통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삼양이 생산하는 22개의 봉지라면엔 ‘짜짜로니’와 스프가 들어가지 않은 ‘사리면’을 빼고는 매운 맛이 첨가되어 있습니다. 농심은 대표 상품이 신(辛:매울 신)라면이죠. 흰 국물이 장기인 ‘나가사끼짬뽕’에도 고추와 하바네로의 매운 맛이 숨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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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와 식품업계에서는 매운 맛을 계속 찾게 되는 이유가 일종의 엔돌핀 중독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의학 기자들이 말하는 음식 속의 숨겨진 비밀>이라는 책을 보면 매운 음식을 먹을 때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신경계가 엔돌핀을 분비하며, 매운 음식을 안 먹으면 허전하고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비록 진짜 ‘맛’은 아니지만 매운 맛은 라면의 풍미를 한껏 살리는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라면 속 숨은 맛
출처: JTBC ‘냉장고를부탁해’ 화면 갈무리

짠 맛과 매운 맛 말고도 라면의 맛을 살리는 요소는 또 있습니다. 바로 기름(지방)입니다. 이 성분은 면을 튀기는 과정에서 첨가됩니다. 면만 들어있는 삼양의 ‘사리면’이 17g의 지방을 포함하고, 튀기지 않는 면을 사용한 ‘손칼국수’에는 지방 1g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름은 라면 맛에 큰 몫을 합니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나다 아붐라드(Nada Abumrad) 박사는 지난 2012년 사람이 느끼는 5가지 맛 이외에 ‘기름 맛’이 별개로 존재한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아붐라드 박사에 따르면 미뢰에는 지방 분자를 인지하는 CD36이라는 수용체가 있으며 이 수용체가 기름을 독립적인 맛으로 인지해 미각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또한 면을 튀기면. 수분 함량을 7%이하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수분 함유량이 10%인데, 이 이하로 줄이면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게 됩니다. 면발에 조그마한 구멍들이 만들어져 조리 할 때 면이 빨리 익도록 만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라면을 끓일 때 스프와 면을 넣을 물을 따로 끓인 뒤, 면 삶은 물은 버리고 스프 국물에 삶은 면을 넣어 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를 본 적 있으실 겁니다. 이는 면을 한번 끓이는 과정에서 면발 속의 기름을 빼버린 결과입니다.  

출처: SBS ‘아빠를부탁해’ 화면 갈무리
라면에서 기름을 빼고 먹는 ‘다이어트라면’이라니!

비록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자가 직접 시도해본 이 조리법은 조금 아쉬운 맛이 났습니다. 밍밍하다고 해야 할까요. 깔끔하다고 해야 할까요. 기름기가 빠진 라면은 후루룩 입에 넣을 때 혀와 입안에 감기는 맛이 덜했습니다. 제가 알던 라면 맛이 아니었죠.

라면, 맛 그 이상
출처: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라면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정해진 레시피는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라면 고유의 맛을 내는 방법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해도, 기호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최선의 맛을 추구하는 방법은 모두 다를 것입니다.

라면이나 짜장면은 장복하게 되면 인이 박인다. 그 안쓰러운 것들을 한동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공연히 먹고 싶어진다

김훈의 책 <라면을 끓이며>의 내용입니다. 누군가에게 라면의 맛은 미각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보입니다. 먹는 사람과 상황도 맛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어진 문장에서 작가는 라면은 혓바닥이 아니라 그 이상, 정서 속에 남아있는 맛이라고 서술합니다. 작가의 표현처럼 라면을 비롯한 모든 음식에는, 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의 정서가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여름밤도 깊어가고 마감도 끝나갑니다. 특유의 자극적이고 강한 맛이 생각나는데, 한 봉지 끓여 찬밥도 말아 먹어야겠습니다. 꼭 양은냄비에 끓여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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