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전거가 탄생한 곳, A.C.E 윈드 터널을 가다.

조회수 2017. 11. 27. 17:0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레이스의 세계는 냉정하다. 0.001초라도 빠른 라이더가 우승하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리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달리다보면 한 가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다. 바로 ‘공기저항’이다. 달리는 속도가 빠를수록 공기저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건 상식이다. 자동차, 항공기에서는 옛날부터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지만 자전거 레이스에서는 1970년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 많은 자전거 메이커가 실험 데이터에 따른 제품을 출시했고, 레이스에서 검증받기 시작했다.

공기역학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라이드매거진은 모터스포츠로 유명한 프랑스 마그니쿠르(Magny-Cours)로 갔다. 마그니쿠르는 프랑스의 유명 포뮬러원 서킷과 다양한 모터스포츠 관련 업체가 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탄 사람으로 기네스에 이름을 올린 에릭 바론(Eric Barone)의 자전거를 만든 공기역학 전문 업체인 A.C.E(Aero Concept Engineering)가 위치한 곳이다.

 

공기역학 전문업체 A.C.E(AERO CONCEPT ENGINEERING)

A.C.E의 회사명은 AERO CONCEPT ENGINEERING의 줄임말로 이름부터 공기역학에 초점을 둔 회사다. A.C.E는 30년 이상 공기역학 연구를 한 두 명의 포뮬러 원 엔지니어가 2002년 설립한 회사로, 공기역학과 전산유체역학(CFD, Computational Fluid Dynamics), 제조, 설계, 컨설팅 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모터스포츠 분야뿐 아니라 항공기, 봅슬레이, 스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줬고, 자전거업계에서는 자이언트를 비롯해 라피에르, 비앙키, 룩, 마빅, 시마노 등 다양한 메이커의 제품 개발에 도움을 줬다.

공기역학 전문 업체답게 A.C.E에는 풍동실험을 위한 윈드터널이 준비되어있다. A.C.E의 윈드터널은 ‘ㅁ’형태의 클로즈드 서킷(Closed Circuit)으로 외부 공기의 유입 없이 내부에서 공기가 순환되는 구조다. 원형의 튜브 안에는 공기의 흐름을 올곧게 하기 위한 정류망과 터닝 팬 등이 설치되어있다. 외부 공기의 유입이 없기 때문에 공기압, 온도, 공기의 흐름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고,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A.C.E의 윈드터널 매니저인 자비에 게르고드(Xavier Gergaud)의 설명이다.

 

A.C.E,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전거를 만들다

A.C.E의 업적 중 하나는 세계 최고의 기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에릭 바론은 자전거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 되고 싶었고, 공기저항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해결책을 찾던 중 A.C.E를 만났다. A.C.E는 에릭바론의 기록을 위해 자전거의 설계, 헬멧 제작 등 다양한 과정을 진행했고, 마지막으로 풍동 실험을 통해 최적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5년 3월 25일, 프랑스의 바르스(Vars)에서 에릭바론은 223.30km/h로 달려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이때 에릭 바론은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고, 보완을 거쳐 2017년 3월 18일, 227.720km/h로 기록을 경신했다. 에릭 바론의 기록은 공기역학에 대한 접근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기록이었다. 이렇게 A.C.E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 탄 자전거를 만든 회사가 되었다. 

 

자이언트와 A.C.E의 오랜 파트너십

자이언트는 2013년 처음 ‘프로펠 어드밴스 SL’이라는 에어로 로드바이크를 발표했다. 자이언트는 수년간 A.C.E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타사 대비 뛰어난 공기역학적 성능과 우수한 무게 대비 강성을 가진 자전거가 탄생했다. 다른 메이커보다 에어로 로드바이크 시장에 조금 늦게 발을 들였지만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특히 타임트라이얼 종목 스페셜리스트인 톰 듀물랭(Tom Dumoulin)과 산악지형 스페셜리스트 워렌 바길(Warren Barguil) 등 팀 선웹(TEAM Sunweb)의 선수들은 수차례 A.C.E를 방문해 더 뛰어난 성적을 만들기 위한 에어로 피팅을 진행했다. 에어로 피팅의 효과는 톰 듀물랭의 2017년 지로디탈리아 우승, 워렌 바길의 산악왕 타이틀 획득, 팀 선웹의 UCI 월드챔피언십 팀 타임트라이얼 부문 우승으로 이어졌다.

 

궁극의 에어로 바이크로 탄생한 2018 프로펠 디스크

자이언트는 2014년 A.C.E와 더 빠른 자전거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2017년 8월, 프로펠 디스크를 발표했다. 자이언트와 A.C.E는 프로펠 디스크를 만들기 위해 CFD를 활용해 300가지 이상의 프레임 디자인을 연구했고, 그 결과 다양한 각도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도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에어로 튜브 형태를 만들었다. 또한 기존 림브레이크보다 디스크 브레이크가 공기역학적으로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적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의 프로펠 디스크는 윈드터널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더 정확한 데이터로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특히 자이언트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페달링하는 마네킹을 활용해 실제 라이딩 상황에서 라이더가 겪는 저항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프로펠 디스크를 처음 본 라이더라면 스템과 핸들바 모양이 특이하다는 걸 눈치 챘을 것이다. 프로펠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케이블을 모두 프레임 안으로 집어넣는 인터널 케이블 방식을 채택했고, 컨택트 SLR/SL 에어로 핸들바와 스템을 개발했다. 컨택트 SLR/SL 에어로 핸들바와 스템은 주행 시 공기 막을 열어 공기를 더 쉽게 가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스템과 스템 커버를 분리했기 때문에 케이블 정리가 더 간편하고, 스템 사이즈의 교체가 쉽다.

그리고 림의 높이를 앞에는 42mm, 뒤에는 65mm를 채택했는데, 이 조합은 조향 능력이 필요한 앞 휠에 42mm의 림을 사용해 측풍에서도 안정성을 잃지 않고, 뒤 휠은 65mm림을 사용해 순항능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프레임부터 스템, 핸들바, 브레이크, 휠까지 모두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설계된 셈이다.

 

자전거는 결국 엔진이라고? 그럼 그 다음은?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는 엔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페달링하는 라이더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이 부분에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엔진이라면 그 다음으로 속도를 좌우하는 건 무엇일까? A.C.E의 윈드터널 담당자 자비에 게르고드는 라이더가 자전거를 타는 힘의 90%가 공기저항과 싸우기 위해 사용된다고 말했다. 1분, 1초가 소중한 레이스에서 이 공기저항을 줄이는 건 분명 굉장한 메리트다.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싶은 로드바이크 라이더라면 에어로 로드바이크는 당신을 궁극의 속도로 안내할 것이다.




글: 이승현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