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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어반 레이스 부산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레이스

조회수 2017. 11. 17.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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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감 넘치는 레이스 중계방송을 보면 참가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정작 참가해 보면, 중계방송을 볼 때처럼 긴장과 스릴을 느끼기는 어렵다. 끝까지 코스를 달려야 한다는 의무감과 인내, 고통뿐이다. 이길 수 있는 소수만이 즐거워할 레이스는 참가자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참가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레이스가 필요하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가 바로 그런 레이스다.

레이스하면 보통은 가쁜 숨, 치열한 경쟁, 빠른 속도를 떠올린다. ‘Winner takes all.’, ‘All or Nothing.’ 같은 말도 있다. 이래서는 절대 모두가 즐길 수 없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는 이런 기존 상식들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새로운 형태의 레이스다.

도심 곳곳의 정해진 장소에서 제한시간 안에 미션을 수행해 점수를 얻는 방식이고,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미션으로 구성돼 있다. 2~5명의 팀으로 참가해야 하고, 20인치 이하의 미니벨로를 이용한다. 다른 대회와는 달리 코리아 어반 레이스는 대회 중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헬멧 착용과 교통법규 준수는 기본이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는 서울, 대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됐고, 일곱 번째인 이번 대회는 부산에서 열렸다. 오르막이 많은 부산의 특성과, 요즘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전기 미니벨로 부문을 신설했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를 어느 정도 알았다면, 이제 현장으로 떠나보자.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아침

행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션북 수령은 오전 9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취재팀은 한 시간 이른 8시 30분경 도착했으나, 이미 자리 잡고 있는 팀이 있었다. 주차장 한쪽에서 김밥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운다. 꽤 추운 날씨였으나, 표정은 매우 밝다.

행사장 진입로에는 코리아 어반 레이스 배너를, 행사장 주변으로는 산바다스포츠에서 취급하는 브랜드인 베스비, 스트라이다, 버디 등의 플라잉배너를 설치해 놓았다. 멀리서도 한 번에 코리아 어반 레이스 출발지임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 본부 천막은 그늘에 덮여 있었다. 따뜻했던 전날과 달리 꽤 추워진 날씨에도 산바다스포츠 직원들은 준비에 정성을 쏟느라 추위를 잊은 모습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보인다. 부산 시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코리아 어반 레이스를 위해 부산을 찾은 이들도 많았다. 이런 형태의 레이스가 흔치 않은 만큼, 멀리서라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참가할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미션북 수령 전, 미리 모인 참가자들은 팀별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서로 친하지 않은 척하는 팀, 예능 프로그램 콘셉트의 단체복을 입고 참가한 팀도 있었고, 모두들 기억에 남을 만한, 색다른 포즈를 취했다.

드디어 9시 30분. 미션북 수령 시간이다. 미션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는 만큼, 미션북을 빨리 받고 확인해야 좋은 점수를 얻기 유리하다. 다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자전거 부품과 정비에 대한 정보도 나눈다.

이벤트의 꽃은 경품 아닐까? 경품 당첨의 기본은 응모다. 참가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응모되는 편리함도 좋지만, 직접 응모권을 넣을 때의 설렘도 좋다. 응모하지 않아 당첨 기회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미션북 수령 후에는 각 팀별로 작전 회의가 이뤄졌다. 어디로 가서 어떤 미션을 수행하면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지, 어디로 가는 게 즐거울지 생각이 많은 듯하다.

출발 전, 모두가 모여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설렘이 가득한 밝은 표정으로 촬영 중인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떤 팀이 어떤 미션을 수행할지, 취재 중에는 어떤 팀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출발 시간을 기다린다.

출발, 미션 수행!

출발 시각인 10시, 준비된 팀부터 출발하기 시작했다. 단, 먼저 출발한다고 높은 점수가 보장되지 않는 만큼, 꼼꼼히 준비하고 출발하려는 팀도 있었다. 취재팀도, 미션 장소를 향해 이동했다. 분명 취재고 업무인데도,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람과 어떤 미션을 만날지 기대되고 설레는 기분이다.

빠뜨리면 안 되는 필수미션 장소, 동래구 안락동의 OCC515 매장으로 향했다. 승용차를 이용했으나 자전거가 더 빨랐던 듯하다. 이미 도착해서 인증샷을 찍고 떠나는 팀도 있었고, 매장 내에서 다음으로 갈 장소에 대해 논의하는 팀도 있었다.

1950년대 부산 시민의 발이 돼 주던 부산 전차. 국내에 단 3대 남은 전차 중 한 대가 부산에 전시돼 있다. 전차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나, 참가자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관계자에게 협조를 구해 전차 안에서 촬영해 가산점을 얻었다.

취재팀은 전차 다음 목적지를 용두산공원으로 정했다. 3개의 미션 수행이 가능하고 최대 33점까지 얻을 수 있으니 다들 들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예상과 달리 참가자들은 다른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던 듯하다. 한참을 기다려 만난 팀은 힘겹게 화재예방비를 찾아내 미션을 수행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자 용두산공원 꽃시계로 여러 팀이 찾아왔다. 시침, 분침, 초침이 모두 겹치게 인증샷을 찍으면 10점이 추가되니 그에 맞춘 것이다. 3시 15분, 초침이 겹칠 즈음에 각 팀은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댔다.

시간 내 복귀? 여기 진정한 승리자가 있다.

자물쇠만 풀면 스트라이다를 가져갈 수 있는 아미동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는 너무 경사가 심해서인지 찾는 팀이 적었다. 사실상 가장 큰 경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후 4시가 넘어도 가져가는 팀이 없어서 아쉬움이 컸다. 그 시간에 이곳을 오는 것은 5시까지 복귀를 사실상 포기하는 셈이기에 그곳에 있던 산바다스포츠 직원들은 준비한 경품을 다시 가져가야 하는 상황에 난감해했다.

4시 20분 경, 마지막으로 그곳을 찾은 팀이 있었다. 전남 순천에서 온 10월 부부 팀이다. 자물쇠를 풀기에 주어진 시간은 5분. 기자도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부부 중 남편이 먼저 올라와 도전했고, 실패하면서 아내가 금손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 말대로 자물쇠를 풀었고, 스트라이다 당첨의 주인공이 됐다. 당첨 소감으로, 이제는 굳이 5시까지 복귀에 연연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돌아가겠다고.

편한 마음으로, 가까이에 있던 감천 문화마을까지 들러서 사진을 남겼다. 규칙을 따라 제 시간에 복귀를 해도, 굳이 복귀하지 않고 미션 장소를 찾아 다녀도 충분히 즐거웠을 것이다. 선택받은 소수가 아닌, 모든 사람이 즐거울 수 있는 것. 코리아 어반 레이스는 그런 즐거운 이벤트다. 이런 이벤트가 더 많아지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글: 함태식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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