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 2018 스포트 글라이드, 가볍게 즐기는 크루저와 투어러의 양면

조회수 2017. 11. 24. 17: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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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의 원래 매력은 바람을 만끽하는 즐거움이다. 요즘에는 편의장비가 늘어나 거의 자동차 수준으로 안락한 모델도 많지만 사실 모터사이클의 원형을 놓고 살펴보면 달리는 데 꼭 필요한 장비만 달린 형태가 그것을 증명한다. 거기에는 아무런 군살도 없다.


하지만 레저의 관점에서 본다면 즐거움의 종류는 한 가지로 한정지을 수 없다. 취향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것이 맞지만 거기에서 피곤함을 느끼기 쉬우니 앞에다 바람을 흘려보내주는 플라스틱 페어링을 달아주고, 또 멀리갈 때 짐을 어깨에 메고 타려니 힘이 들고 차체에 적당히 묶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아예 전용 가방을 달아버린 것이 요즘의 투어링 바이크다. 그렇게 하니 한층 풍채도 좋아보이고 한 덩치하니 어디에 가서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좋다.


그런데 모터사이클을 라이딩의 즐거움 관점에서 보면 차체의 무거운 무게나 비대한 부피는 즐거움의 반대로 간다. 그래서 불편함을 무릅쓰고도 아직까지 주먹만 한 스크린 하나없는 전통적인 크루저가 꾸준히 인기를 끈다.

역사속의 다목적 스포츠 크루저 머신이 다시금 부활한 할리데이비슨의 2018년형 스포트 글라이드(SPORT GLIDE)는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1983년에 등장해 근거리 투어링 바이크 카테고리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던 모델이다. 몇 번 변혁을 거친 뒤 결국 단종되었지만 2018년 라인업에 다시 등장했다. 부드럽고 짱짱한 신형 밀워키 에이트 엔진을 얹고 말이다.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다’가 신형 스포트 글라이드의 홍보 문구다. 그렇다. ‘멀리 가기 좋은’ 혹은 ‘편안하고 안락한’의 투어링 크루저가 아니라 가는 과정의 즐거움, 짜릿함을 제공하고자 하는 스포츠 크루저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스포트 글라이드의 가장 큰 특징은 트랜스포머같은 변형성이다. 전문가의 도움없이, 아무런 공구없이 손쉽게 누구라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프론트 페어링, 그리고 여행용 새들백으로 순수한 원형의 스포츠 크루저와 넉넉한 수납력을 갖추고 약간의 방풍능력도 갖춘 스포츠 투어링 크루저를 오갈 수 있다.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다목적 크루저라는 말이 잘 들어맞는다. 정통 스타일과 기능성을 모두 갖춘 것이다. 오래 전 시승했던 다이나 스위치백에서도 빛났던 변형성이다.

엔진은 공랭과 수랭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밀워키 에이트 107 엔진을 실었다.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사실 목적지까지 순식간에 도착할 것 같은 강력한 파워의 엔진이다. 최대 엔진 토크는 약 14.5kgm에 이르며, 이는 317kg에 이르는 차체를 가볍게 움직일 만한 파워다. 리지드 마운트(Rigid Mount)와 엔진 내부의 카운터 밸린싱 기술은 기존 라이더들이 바라는 할리데이비슨만의 독특한 엔진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피곤하지 않은 부드러운 라이딩 감각을 추구했다.


새로운 서스펜션은 스포츠 라이딩에 어울리는 앞의 도립식 포크와 손쉽게 초기하중을 조절할 수 있는 뒤의 모노 쇽업소버로 무장했다. 간단한 짐을 싣든지 동승자와 함께 라이딩을 즐기든지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다. 시트 높이는 680mm로 누구나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엔진과 함께 새롭게 설계한 소프테일 패밀리의 차대를 적용한 스포트 글라이드는 다른 소프테일 모델과 마찬가지로 가벼우면서도 민첩한 라이딩의 즐거움을 준다. 새로운 프레임을 적용한 소프테일 패밀리는 하드테일의 클래식한 외모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주행감을 실현한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프레임은 2017년형 소프테일 모델과 비교해 강성이 34퍼센트 향상됐으며 관련 부품을 절반으로 줄이고 용접 부위를 22퍼센트 감소시켜 설계의 복잡성을 최소화했다. 스포트 글라이드를 포함한 소프테일의 생김새는 여전히 할리데이비슨의 마초적인 감성으로 무장했다. 단단한 인상의 하드테일 리어 스윙암은 그대로 유지하고, 시트 아래 숨겨진 리어 쇽 업소버가 주행 중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해준다.

탈부착이 간단한 새들백은 잠금장치가 포함되어 있다. 쉬운 조작으로 운전자가 직접 떼거나 붙여서 수납공간을 대폭 확장할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단 몇 분 만에 투어링 모터사이클로 변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말은 반대로 새들백을 떼면 몇 분 만에 정통 크루저로 변신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차체 사이즈에 비하면 정말 귀여울정도로 아담한 크기의 프론트 미니 페어링도 마찬가지로 탈 부착이 간단하다. 크기는 작아도 이 액세서리 하나가 운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시속 80km만 넘어도 주행풍의 압박이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이 때는 크기가 중요한 것이라기보다 바람을 운전자 뒤로 흘려보내주는 공기역학적인 페어링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 물론 클수록 더 완벽하게 바람을 차단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게 페어링이 거대하면 핸들링이 둔해지고 바람의 영향에 차체가 흔들릴 수 있기에 사이즈에 관해서는 적절히 타협해야 한다.

스포트 글라이드의 프론트 페어링은 작고 아담하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바람을 갈라주는 형상이 잘 되어 있어 장거리 주행의 피로감이 반감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약간 더 큰 스크린도 액세서리로 나온다고 한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페어링을 떼어내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크루저 본래의 당당한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페어링에 가려졌던 두툼한 도립포크와 원형 헤드라이트가 더욱 돋보이면서 마초스러운 느낌이 확 살아난다.


페어링과 새들백을 떼고 도심 주행을 심심찮게 즐기다가 주말이 되면 단지 몇 분 만에 투어러로 변신하고 투어링을 떠날 수 있다. 크지 않은 프론트 페어링 덕분에 투어링 모터사이클로 변신해도 그다지 둔해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공격적인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에는 차체 색상 밸런스도 큰 도움이 됐다. 블랙 컬러로 마감처리된 밀워키 에이트 엔진은 예각적인 디자인의 맨티스(Mantis) 휠과 길게 뻗은 수평의 대포형 머플러와 조화를 이룬다. 아담한 페어링을 얹은 스포트 글라이드는 사람으로 이를테면 근육질 남성이 탄탄한 근육을 작은 가죽조끼 사이로 당당하게 드러낸 것과 비슷하다.

제동 시스템도 높은 엔진 파워에 충분한 설정이다. 앞 브레이크는 4피스톤 캘리퍼를 싱글디스크에 장착했고, 뒤에는 2피스톤 캘리퍼와 싱글디스크를 조합했다. 브레이크 잠김 방지 시스템인 ABS는 기본이다.


최신 모델답게 첨단 기술도 적용했다. 스포트 글라이드는 전면 LED 헤드램프로 현대적인 이미지를 더했으며 저전력으로 충분한 광량을 얻었다. 한편 적용된 편의사양으로는 라이딩 중에도 전자기기를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USB포트나 일종의 스마트키 시스템인 키리스 이그니션 등을 들 수 있다.

간단한 조작으로 크루저와 투어러를 넘나드는 다이나 스위치백 혹은 소프테일 컨버터블이 가졌던 장점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더욱 강력해진 뉴 소프테일의 뼈대와 심장으로 다시 태어난 할리데이비슨 스포트 글라이드. 넉넉한 파워와 부드러운 엔진에 더한 스포츠 성향, 그리고 할리데이비슨만의 마초감성까지 챙겼다.


두 가지 카테고리의 즐거움을 한 손에 쥘 수 있는 스포트 글라이드는 상품성 면에서도 설득력이 높다. 고급 레저 스포츠로 분류되는 이 카테고리에서 실리를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냐만은, 스포트 글라이드는 정통성을 충분히 갖추면서도 실용적인, 할리데이비슨만의 더블 패키지같은 느낌이다.




글: 임성진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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