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롬톤 월드챔피언십 코리아 2019, 릴레이 레이스가 준 새로운 즐거움

조회수 2019. 6. 3. 18:2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브롬톤 월드챔피언십 코리아(이하 BWCK)가 2012년 처음 시작한 이후 매년 거르지 않고 진행돼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참가자를 위한 메인 레이스 외에 갤러리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까지 있어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BWCK에 올해에는 릴레이 레이스가 추가돼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취재를 준비하다 우연히 기념품을 확인했다. 다양하고 센스 넘치는 기념품 때문에라도 신청하고 싶을 정도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내년 BWCK 전에는 브롬톤을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기념품과 배번은 아침 9시부터 배부했다. 일찍부터 줄은 꽤 길게 이어졌다. 아침이어서 기온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늘이 없어 햇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여러 번 참가해서 흐름을 잘 아는 사람들은 줄이 적당히 줄어든 다음 배번을 수령하는 노련함을 보이기도 했다.

수령한 번호표는 자전거와 옷에 잘 부착한다. 동호회나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아 서로 번호표를 붙여주는 모습이 보인다. 간혹 옷핀에 찔려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레이스는 10시 30분에 시작되는 만큼 여유시간은 충분하다. 새벽에 출발하는 그란폰도나 MCT 레이스와는 다르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마친 스폰서 부스에 방문해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몸을 푸는 등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이다.

올해 BWCK에는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 대사가 참가했다. 영국은 브롬톤의 나라이기도 하고, BWCK 우승자가 영국에서 열릴 BWC에 참가하는 만큼 영국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사이먼 스미스 대사는 작년에도 참가하고 싶었으나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못 왔고, 올해에 참가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브롬톤을 타면서 널리 알리는 참가자들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다. 인사와 개회 선언 등 개회식 후에는 메인 레이스를 위해 이동했다.

메인 레이스는 10시 30분에 시작된다. 시작 전에 자전거 상태를 확인하고 지정된 위치에 자전거를 놓는다. 시작과 동시에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는 다른 레이스와 달리 BWCK 레이스는 대기 장소에 있다가 시작 신호가 떨어지면 접혀 있는 자신의 자전거로 달려가는 것부터 시작이다.

빠르게 자전거를 편 선수들부터 코스에 진입한다. 상위 입상이 목표라면 접힌 자전거를 펴는 연습도 필요하다. 자전거를 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수록 출발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펴는데 걸리는 시간만 늦어지는 것이 아니다. 코스 진입로가 좁아 병목현상이 발생하면 한참을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접혀 있던 브롬톤을 빠르게 편 선두권에서는 치열한 레이스가 벌어지고 있지만, 출발지점에는 여전히 여유로운 참가자들이 꽤 있다. 레이스 순위보다 함께 온 가족, 친구들과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레이스에서 힘을 빼기보다는 다른 이벤트에 집중하는 게 낫다. BWCK는 레이스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상위 입상을 위해 뭉쳐서 달리는 그룹을 비롯해 레이스 도중에는 특이한 모습을 한 참가자들도 볼 수 있었다. 해리 포터 복장을 한 참가자도 있었고, 더위에도 불구하고 바라클라바와 고무장갑까지 착용해 마미손 분장을 한 참가자도 있었다. 또한 브롬톤은 온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자전거라는 것을 증명하듯 모녀로 보이는 참가자도 있었다.

4.8km 코스를 세 바퀴 도는 메인 레이스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고, 코스 중간에서 촬영 후 결승점으로 이동했을 때 이미 남자 선두는 골인한 후였다. 이어서 남자 메인 그룹이 골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선두가 골인했다. 골인 후에는 완주 기록이 참가자에게 문자로 전송된다.

기록을 확인한 참가자들에게는 시원한 스파클링 워터와 완주메달이 증정됐다. 레이스 직후여서 덥고 목도 마를 텐데,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있다. 줄은 꽤 길게 이어졌지만 불만의 소리는 없었다. 마시고 난 빈 물병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도 없었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보고 배울 만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높은 질서의식이다.

레이스 전에도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사진은 다르다. 14.4km를 달린 증거인 완주메달이 목에 걸려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출발 전의 설렘과 긴장감 대신 여유로움과 완주의 뿌듯함이 느껴진다.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이벤트 부스를 둘러볼 수 있을 듯하다.

라이딩 직후여서 그런지 아무래도 음료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수제 브루어리 카브루에서는 맥주를 무료로 제공했다. 그러나 자전거도 음주운전은 금물이다. 오후 릴레이 레이스에 참가할 선수들은 맥주 대신 커피나 음료를 찾았다. 위클 양재점 부스에서는 아메리카노, 라떼, 에이드 등 알콜이 들어가지 않은 음료를 판매했다.

BWCK를 통해서 제품을 알리기 위한 부스도 있었다. 카머는 신형 헬멧 프렌다를, 료카는 철인경기용 웨트슈트와 아이웨어를, bb5는 가방 등 브롬톤에 어울리는 소품을 전시했다. 제품과 함께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면 선물을 준다. 푸짐한 참가 기념품과 SNS 이벤트 선물, 이후에 있을 경품까지 생각하니 참가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벤트 부스 중에 유독 줄이 긴 곳이 있어 들어가 봤다. 브롬톤용 커스텀 부품을 공급하는 벨로하우스 부스다. 필수 해시태그를 달고 SNS에 사진을 올리면 룰렛을 돌릴 기회를 준다. 룰렛에는 벨로하우스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제품 이름이 적혀 있었고, 룰렛이 멈추면 해당 제품을 선물로 준다.

천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길게 줄을 선 곳은 위클에서 준비한 다트 던지기였다. 3개의 핀을 던지고, 점수에 따라 선물은 차등 지급한다. 30점 이상이면 퓨어 코코넛 워터, 40점 이상이면 브롬톤 마우스패드, 50점 이상이면 브룩스 노트, 100점 이상이면 브롬톤 텀블러를 받을 수 있다. 숫자만 봐서는 핀 세 개로 100점이 불가능할 것 같지만 가운데 검정색 부분은 50점, 빨간색 부분은 25점이며 안쪽 테두리는 해당 점수의 세 배, 바깥쪽 테두리는 해당 점수의 2배이므로 최고 180점까지도 나올 수 있지만 원하는 곳에 핀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텀블러를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참가자와 갤러리가 함께 즐거운 릴레이 레이스

올해 처음 도입된 릴레이 레이스는 2명이 한 팀을 이루는 방식이다. 팀 구분을 위해 헬멧 위에는 서로 다른 색의, 숫자가 쓰인 모자를 쓴다. 경륜 경기에서 선수 구분을 위해 사용하는 모자다. 예선은 총 3개 조로, 2개 조는 4팀, 나머지 한 조는 5팀이 겨뤄 상위 2개 팀이 결승에 올라가 모두 6팀이 경쟁하게 된다.

진행을 맡은 산바다스포츠 마케팅팀 전승기 팀장이 1조 참가팀을 호명한다. 4개 팀이 있어야 하는데 나온 팀은 둘뿐이다. 자동으로 결승에 진출한다는 것을 알고 기뻐한다. 하지만 경기를 안 할 수는 없다. 결승 진출이 확정됐으니 시범을 보이는 기분으로 침착하게 경기를 진행한다.

2조부터는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이다. 정해진 위치에 잘 접힌 브롬톤을 세워 놓고, 시작 신호를 기다린다. 1번 주자는 접힌 자전거를 펴고 출발한다. 두 바퀴를 달린 뒤에는 코스 옆에 마련된 공간에서 브롬톤을 접어서 2번 주자에게 건네준다. 메인 레이스는 그나마 코스 길이가 있어 빠르게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릴레이 레이스는 빠른 주행보다도 접고 펴는 과정이 승부를 가른다.

3바퀴를 돌아야 하는 2번 주자는 1코너를 돌자마자 랜덤박스를 여는 미션을 수행한다. 상자 안에는 일반적인 선글라스, 스노우고글, 물안경, 가면 등이 들어있고, 이것을 착용한 채로 달려야만 한다. 여기서 어떤 것을 꺼내는지도 중요하다. 물안경이나 스노우고글은 착용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면은 시야를 제한한다.

랜덤박스는 2번 주자를 힘들게 하지만, 갤러리들에게는 즐거움을 준다. 벌칙 같은 스노우고글이지만 BWCK 드레스코드와 잘 어우러져 상당히 멋있다. 또한 특정 캐릭터 가면을 썼을 경우 참가자와 친분이 없는 사람도 해당 캐릭터 이름을 외치며 응원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가 응원 열기를 더했고,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응원상품은 물품보관소에 준비돼 있었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사람에게는 경기 진행 중에도 수시로 상품을 지급했다. 가장 많은 인원이 가장 큰 목소리로 응원한 팀에는 캐논데일 두시백이 선물로 주어졌고, 공정하게 가위바위보를 해서 가져갈 사람을 정했다. 레이스 결과는 묻지 말자. 순위를 떠나 그들은 충분히 즐긴 듯하다.

 

 

 

이벤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메인 레이스에 이어 각 부스에서 진행된 SNS 이벤트, 릴레이 레이스까지 끝났지만 BWCK에는 여전히 많은 이벤트가 남아 있다. 릴레이 레이스 후에는 폴딩 이벤트 결승전이 진행됐다. 따로 진행된 예선 상위 10명이 단상에 올라가 브롬톤을 접는 시간을 재고, 가장 짧은 기록을 내는 사람이 우승이다. 공정성을 위해 특정 개인의 자전거가 아닌 이벤트를 위해 별도로 준비한 자전거를 사용했다.

첫 번째 참가자는 시작과 동시에 자전거가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넘어진 자전거를 다시 일으켜서 접은 기록은 16초대로, 예선에서의 기록보다 한참 늦다. 하지만 다음 참가자들은 그에게 희망을 준다. 안장을 다 내린 상태에서 시트클램프를 잠그고 페달까지 접어야 제대로 접은 것으로 인정이 되기 때문에 실격도 꽤 나왔다. 몇 명이 더 진행했음에도 16초대의 처음 기록이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기록을 측정하는 타이머는 이벤트 참가자가 직접 조작해야 하는데, 이것 때문에 기록이 늦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브롬톤을 접는데 걸린 시간은 8.63초였지만 다 접었다고 양손을 들고 기뻐하느라 타이머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뒤늦게 버튼을 눌렀지만 기록은 10초를 넘겼다. 예선에서 상위권에 있는 사람들이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입상과는 거리가 먼 성적이다.

최종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예선에서 1, 2, 3위를 했던 작년 우승자 황민규 씨, 몇 년 전 우승자 이은석 씨, 미선이 남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최지웅 씨가 결승에서도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특히 황민규 씨의 결승 기록은 6.20으로 예선보다도 0.36초 빠르다. 단상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는 작년 우승자라고만 했지만, 재작년에도 우승했었고, 올해로 3연패를 달성했다.

폴딩 이벤트 후에는 베스트 드레서와 베스트 드레스업 시상이 이어졌다. 베스트 드레서는 현장 참석자들의 사진으로, 베스트 드레스업은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접수를 받고 현장에서 스티커 투표를 진행했다. 베스트 드레서 최고 득점자는 시상식 때 남아 있지 않았기에 다음 사람에게까지 상품이 돌아갔고, 베스트 드레스업은 하늘색 프레임에 이름을 쓰고 반짝이는 크롬 부품으로 구성된 브롬톤, 회색과 흰색, 분홍색으로 라파 RCC에 어울리게 커스텀한 브롬톤이 수상했다. 그리고 레이스 결과가 집계, 전달되는 동안 경품 추첨을 진행했다.

경품 추첨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는 때는 언제일까? 자신의 번호가 불렸을 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때 즐거운 사람은 번호가 불린 당사자와 지인 정도다. 당첨된 사람이 등장하지 않을 때 더 많은 사람이 즐거워한다. 번호를 불러도 나오지 않자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자신이 당첨된 것보다 더 즐거운 듯 큰 소리로 외친다. 5, 4, 3, 2, 1! 탈락!

추첨하는 동안 경기 결과가 전달됐고, 릴레이 레이스부터 시상했다. 시상에 앞서 완주 메달을 보면, 둘이 합쳐 하나가 되는 형태다. 경기는 재미있고, 메달에는 의미가 있다. 우정이든 애정이든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 레이스 결과는 조 편성의 승리라고 해야 할지, 예선 1조로 참가해 부전승처럼 결승에 올라간 두 팀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메인 레이스에서는 여성부의 결과를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다. 여성부는 남성부보다 5분 후에 출발했음에도 남자 메인그룹과 동시에 골인할 만큼 단독 선두로 질주한 이순진 씨가 드디어 1위에 올랐다. 지난 대회에서 2위만 여섯 번을 차지해 온 이순진 씨는 내년부터는 여유롭게 참가할 수 있겠다는 소감을 밝혔고, 남성부에서는 릴레이 레이스에서 우승한 김영범 씨가 2위와 0.3초 차이로 골인해 영국에서 열릴 브롬톤 월드챔피언십 파이널 출전권을 획득했다.

BWCK는 특별한 드레스코드, 접힌 자전거를 펴서 출발하는 색다른 레이스 방식, 갤러리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과 특별한 이벤트 등으로 꾸준히 참가하는 사람이 많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런 즐거움을 위해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산바다스포츠 임직원과 행사 진행 스태프들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잠시 잠깐 마주칠 때 전하는 감사와 격려의 말은 그들에게 힘이 된다. 행사 현장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고마운 사람들은 있다. 그들에게 건네는 한 마디 감사의 말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꿔줄 것이다.



글:  함태식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