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노 반격의 서막, 시대의 흐름에 반응하다

조회수 2019. 5. 15. 14: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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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램이 12단 AXS를 발표한 뒤 시마노가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었다. XTR M9100 시리즈와 듀라에이스 R9100 시리즈, 이전에 시마노가 움직였던 방식이나 최신 유행 등을 바탕으로 시마노 신제품 형태를 예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예상을 벗어나는 특별한 새로움이 없이는 시장 분위기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시마노 역시 그런 의견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예상을 깨뜨리는 신제품을 선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12단은 아니다. 이번에 시마노는 최신 기술을 자랑하는 대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그래블 라이딩에 특화된 구동계 GRX 시리즈를 내놓았다. 더블체인링과 싱글체인링, 기어 단 수, 기계식과 Di2 전동 변속 등의 옵션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라이딩 환경에 맞는 선택이 가능하다.

시마노는 GRX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트레일, 그래블, 포장도로 등 거의 모든 지형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했다. 테스트 역시 기존의 일반적인 라이딩 장소가 아니라 그래블, 어드벤처 라이딩, 사이클로크로스 등 다양한 환경에서 진행했다. 그 결과 그래블 지형에 맞는 기어비와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의 GRX 부품은 물론 GRX에 대응하는 그래블 휠세트까지 모든 부품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부품 하나가 추가됐다.

유압 호스 라인에 연결이 가능한 보조 브레이크 레버다. BL-RX812-L/R은 핸들바 탑에 손을 얹은 상태로 브레이킹이 가능하게 해 주는 레버다. 핸들바 탑을 잡는 자세는 오르막에서 호흡하기에 좋고 내리막에서는 몸을 뒤로 빼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좋다. 그러나 드롭바와 STI 방식 컨트롤레버를 사용하면 브레이크를 잡을 수 없어 내리막에서는 탑을 잡을 수 없었다. 시마노가 이번에 선보인 보조 브레이크 레버는 탑을 잡은 상태에서도 제동이 가능하게 해 코스 상황에 따라 핸들을 잡는 손 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

시마노는 부품의 통일성과 심플함을 위해 기존 MTB와 로드용 카세트 스프라켓과 체인이 GRX와 호환되게 만들었다. 대신 크랭크세트는 그래블 라이딩에 맞게 특별하게 만들었다. 클리어런스 확보를 위해 체인라인을 오른쪽으로 2.5mm 옮겼다. 넓은 타이어는 물론 체인스테이가 다소 굵은 프레임에도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앞 체인링 T수 차이는 16개였으나 GRX에는 48/31T로 17개의 차이가 있어 더 넓은 변속 폭을 지원한다. 또한 조금 더 가벼운 기어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46/30T 옵션도 있다.

크랭크세트 체인라인이 이동한 만큼 앞 디레일러도 2.5mm 바깥쪽으로 이동했다. 앞 디레일러 T수 차이를 16개로 제한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GRX 앞 디레일러는 기계식과 Di2 모두 17T 차이인 48/31T 체인링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기계식 앞 디레일러에는 정확하고 간편한 조정을 위한 통합형 케이블 장력 볼트와 케이블 라우팅 옵션을 위한 토글 링크 구조가 적용됐다.

GRX 뒤 디레일러에는 울테그라 RX에 사용됐던 쉐도우 RD+ 기술과 체인 스태빌라이저가 적용돼 뒤 디레일러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거친 지형에서도 소음이 적으면서 부드럽고 확실한 변속 성능을 제공한다. 11-34T 이하의 스프라켓을 사용할 경우 전동 변속 방식이면 RD-RX815, 기계식 변속이면 RD-RX810을 사용해야 하고, 11-40/41T 스프라켓을 쓴다면 케이지가 긴 RD-RX817(Di2)이나 RD-RX812(기계식)를 사용해야 한다.

컨트롤레버는 거친 지형에서도 확실한 그립력을 보장하는 미끄럼 방지 재질과 곡선형 브레이크 레버 형태 등 기존 로드바이크용 컨트롤레버와는 다른 형태를 보인다. 특히 브레이크 레버 축이 18mm 높아서 더 강한 제동력을 제공하며 그래블 라이딩에 적합한 인체공학적 특징을 갖췄다.

싱글체인링을 사용할 경우 변속은 오른쪽 레버만으로 가능하다. 왼쪽 레버에는 변속 대신 가변 시트포스트를 조작할 수 있는 ST-RX810-LA 옵션이 있어 싱글체인링을 사용한다면 별도의 가변 시트포스트 레버 없이 컨트롤레버만으로 변속과 가변 시트포스트 조작이 가능하다. 가변 시트포스트 때문에 별도의 레버를 달고 라이딩 도중 손을 옮기는 수고를 더 이상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블 라이딩에서는 기어비도 중요하지만 제동력이 더 중요하다. GRX 라인업에서 최상위 레벨인 RX800 시리즈 중 ST-RX815 브레이크 레버에는 MTB 브레이크에 사용돼 온 서보 웨이브(Servo Wave) 기술이 적용돼 더 강력한 제동력을 제공한다. 캘리퍼 역시 효율적인 냉각과 제동 성능의 지속을 위한 아이스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플랫마운트 형태의 캘리퍼로, BR-RX810에는 열 방출을 위한 핀 패드가 포함돼 있다.

시마노는 컨트롤레버, 구동과 제동 부품뿐 아니라 그래블 라이딩을 위한 휠까지 만들었다. 12mm 스루액슬 규격의 튜브리스레디 휠세트는 MTB XC 휠과 유사한 21.6mm의 내부 림 폭, 22mm 높이의 오프셋 림, HG 프리허브바디와 센터락 로터 마운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마노에서는 WH-RX570-TL-F12/R12 휠이 중량, 강성 및 그래블 내구성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갖췄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신뢰도를 기반으로 앞선 기술력을 보여주던 시마노의 GRX 출시는 다소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그래블 장르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반증으로 볼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로드바이크로 할 수 있는 것을 대부분 해 본 사람들이 그래블바이크로 넘어가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이르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라이딩을 했든 그래블 라이딩은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이다.

며칠 전 몇몇 지인과 함께 그래블 라이딩을 다녀왔다. MTB를 즐겨 타던 사람에게는 그저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로드바이크만 타던 사람은 그 동안 몰랐던 산의 풍경을 신기해했다. 반대로 MTB를 타던 사람은 MTB를 타고 왔으면 밋밋했을 코스인데 그래블바이크를 타고 와서 재미있다고 했다. 자전거와 코스가 바뀌었을 뿐인데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뀔 정도로 새로운 경험이다. 라이딩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래블을 경험할 시간이다.



글: 함태식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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